Place : 한남동vs광명역, 상권이 다르면 디테일이 달라야 한다.
안녕하세요 :) 저는 파리바게뜨에서 행복을 제공하고 있는 송해원입니다.
여러분들은 언제 케익을 사시나요?
집에 있는 가족 누군가의 생일(혹은 기념일), 술자리에 함께하는 친구의 생일, 함께 동거 동락하는 가족 같은 직장동료의 생일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 케익을 사는 패턴은 보통 2가지죠.
먼저 사던가.
닥쳐서 사던가.
여행을 가서(고생할 때보다) 가기 전 준비과정에서 더 재밌고 행복을 느끼듯이, 케익이나 선물도 준비하는 시간 동안 상대방이 얼마나 좋아할까를 기대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조금(많이) 비싸더라도 기억에 남고 로맨틱한 순간을 만들어보기 위해서, 더 특별한 케익, 쉽게 보지 못하는 케익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찾다 보면 나오는 곳 중에 하나가 '패션파이브' 입니다.
패션5는 SPC그룹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신제품의 고객 반응을 가장 먼저 살피는 테스트베드 이기도 합니다.
저희 매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제품들은
파리크라상이나 파리바게뜨에서도 선보이게 됩니다.
이런 딱딱한 말보다는 디저트의 성지, 빵순이라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을 패션5로 많이들 얘기해주십니다.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 장소, 이태원 카페 추천 1위 등 다양한 디저트류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이쁜 케익보고 눈 호강하러 가자라는 심리가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 특별한 경험을 느끼고자 하는 내방 고객층이 대다수
- 한남동 일대의 거주하시며 오시는 단골고객들
으로 고객과 상권의 특성을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패션5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편익은 '가치'입니다.
그 속에서 저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이곳만의 경험을 제공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했었는데, 그중 핵심은 가치 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싼 케익을 단순히 비싸게 만들어진 케익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 있는 케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정된 쇼케이스 내에서의 케익들의 진열 방법 역시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같은 제품들이 비슷한 곳에 놓아, 한눈에 보이면 고객들은 '저 케익 잘 안 나가나 보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됩니다. 그래서 케익 배치에 있어서 일정 간격으로 떨어트려 놓아 고객들에게 '요기는 케익 종류가 많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케익의 높낮이, 크기에 따라서 한눈에 이쁘게 보일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장 내에서 각기 다른 높이의 도구를 사용하여 케익의 볼륨을 넣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눈높이에 맞추어 케익을 전략적으로 진열하는 것입니다.
2층에 있는 케익이 가장 보기 쉽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판매해야 하는 케익들은 2층에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러한 PLACE 내 PLACE 전략은 다른 곳에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ONLINE, APP에서만 A/B TEST를 통해서 노출-전환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OFFLINE에서도 끊임없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 중입니다. 그 시도들에 있어서 판매자의 시선이 아니라 구매자, 손님의 시선에서 보는 연습 중이며, 숨겨놓은 디테일들을 들키지 않고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역시 쉽지 않죠...
생일이나 기념일을 깜빡하고 있다가 '아 맞다(큰일 났네)'를 외치며 케익을 찾든, 집이나 술자리를 가면서 사는 케익이든 당일에 케익을 사는 경우가 대다수일 겁니다.(네 맞습니다. 접니다) 그때는 찾아가기보다는 주변 파리바게뜨나 빵집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니까요. 매장에 들어가서 남아 있는 케익을 보면서 무엇을 좋아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제공하는 편익은 편리성입니다.
전국에 3,300개가 넘는 파리바게뜨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익을 고객들께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비슷한 품질, 비슷한 퀄리티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편익이 있고,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잘 구축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다만, 매장 측면에서 보면 대박을 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KTX 광명역 내 파리바게뜨입니다. 이곳은 죽어도 100개 케익 팔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 KTX를 타고 떠나는 고객이 케익을 사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케익이 목적지 주변에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 주변 아파트 2,500세대로 단지가 크지 않기에 일평균 판매 케익이 20개가 넘지 않습니다.
경쟁자가 없을 경우 1,000세대 기준으로 하루에 케익 8개 정도 판매된다고 추측합니다.(본사 의견과 무관)
(1,000세대 * 3인 = 3,000명 | 3,000명/365일 = 8.2개 | 출처 : 뇌피셜)
그러다 보니 저는 광명역에서 케익보다는 다른 빵, SW, 음료 매출을 올리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KTX 이용객 : 출근, 출장, 퇴근 / 여행
- 주변 아파트 단골고객들
광명역 상권의 특이한 점은 오전과 오후의 아빠가 사는 빵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오전 출근길의 아빠들은 그 자리에서 식사대용으로 먹는 경우가 많으며, 빵을 커피나 음료와 함께 KTX 시간에 맞춰서 먹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허나 퇴근길의 아빠들은 엄마가 사 오라는 빵을 사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터디에서 엄마가 사 오라는 빵을 어떻게 구별하냐는 아니연맨님의 질문을 주셨는데, 답은 식빵에 있습니다. 식빵은 목적성 구매 제품이기 때문에, 저녁시간 식빵을 사는 이유는 다음날 아침 토스트를 먹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식빵을 토스트해서 먹어야지 하는 아빠보다는 가족을 위해 엄마가 아빠에게 사 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마가 시킨 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아빠들 파이팅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캐릭터 음료, 빵 등이 있는 매대 앞입니다.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과 빨리 가자는 부모님들이 실랑이가 벌어지는 곳이자, 결국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알게 해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 공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들의 눈높이, 손이 닿는 곳에 KIDS ZONE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매대 1층이죠. 어떤 파리바게뜨를 가서 보시더라도 매대 1층은 아이들 제품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파리바게뜨의 핵심 고객은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시켜서 사 오는 아빠의 식빵도 결국 최종 소비자는 아이들입니다. 최종 소비자를 잡기 위해 파리바게뜨는 전략적으로 아이들 시선과 팔을 뻗으면 닿는 곳에 제품을 진열해두고 있습니다. 결국 가족을 잡기 위해서는 아이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VMD입니다.
발제를 준비하면서 PLACE 전략에 정답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느꼈습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과 내일에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고객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채널은 다르지만 많은 마케터들과 커뮤니케이터들의 고민이 이 지점에서 생기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고민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쓴이 : 송해원
- 행복한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