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영화들이 살기위한 몸부림(?)
안녕하세요, 저는 CGV아트하우스 극장팀에서 일하고 있는 안현주입니다.
이번이 두번째 발제이지만 처음하는 것 마냥 새롭기만 하네요.
살기 위해 사는(consuming to live) 행위에 대한 발제를 진행하기 위해서 가만히 제가 하는 일을 돌아보니 기획전과 영화굿즈가 주제를 가장 잘 이야기해줄 것 같아서 조금이지만 최선을 다해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저와 제가 몸담고 있는 곳이 어떤 일을 하는지, 지난 발제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호옥시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url을 참고하세요. :)
https://brunch.co.kr/@nonamestudy/27
기획전, 왜 하는 것이고 어떻게 진행될까?
저는 CGV아트하우스에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매해 크고 작은 기획전을 10개 이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기획전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들을 모아서 상영한 아카데미 기획전입니다.
아카데미 기획전은 2012년부터 진행해 온 기획전이니 이제 꽤나 오래되었죠.
위의 포스터들은 제가 진행했던 포스터들을 살짝 모아본 것입니다.
당연히 이것보다 훨씬 많지만 이렇게 모은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위의 두 개 포스터는 주요 개봉작이 있을 때 그 마케팅을 위해서 진행한 기획전이고,
아래의 세 개는 아트하우스에서 브랜딩을 위해 진행한 포스터들입니다.
특히 가운데의 박찬욱 마스터피스 특별전은 CGV아트하우스에서 매년 진행하는 '한국영화인 헌정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죠. 박찬욱 감독님의 연출작과 감독님이 직접 추천한 고전영화들을 상영하였던 기획전이었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다른 기획전들이 거의 1명 또는 2명이 진행했던 것과는 달리 많은 인원들이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다면 왜 기획전을 하는 걸까요?
사실 극장에서는 1년에 정말 많은 수의 영화들이 개봉을 합니다.
2018년에는 1800편이 넘는 영화들이 개봉했는데요.
전년도 독립예술영화 시장에서 개봉한 영화 편수는 전체 개봉작의 30%가 넘습니다.
하지만 관객수 기준으로 전체 관람객수에 비해 독립예술영화를 본 관객은 4%가 겨우 넘는 수준이지요.
전체 시장에 비해 한줌밖에 안 되는 독립예술영화시장에
관객들을 끌어모으는 수단의 하나가 바로 기획전입니다.
특정 감독의 연출작을 몰아보거나 신작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획전을 진행한다거나 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독립예술영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좋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획전은 어떻게 진행이 될까요?
어떤 특정한 감독이나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영화를 다 상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1. 우선 기획전의 주제를 정합니다.
어떤 주제로 기획전을 꾸려갈 것인지, 감독기획전의 경우 어떤 감독의 작품을 상영할 것인지 등
진행할 기획전의 주제를 생각합니다.
2. 기획전의 주제에 맞는 라인업을 추려본 후 해당 라인업이 상영가능한 상황인지를 파악합니다.
기획전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상영이 오래된 영화들이거나 아예 개봉을 하지 않은 영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요.
1) 판권 :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극장판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국내에 수입사가 있는 경우라면 쉽게 진행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해외의 극장판권 대행사
혹은 제작사나 세일즈사에 직접 연락하여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자막 : 외화의 경우 자막이 있어야 상영이 가능한데 만약 해외에서 작품을 들여오는 경우
자막을 대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번역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상영이 쉽지 않습니다.
3) 상영소재 :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포맷의 소재가 존재해야 합니다. 위의 두 가지가 충족하더라도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할 수 있는 수준의 포맷이 있지 않다면 극장 상영은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각 극장에서 필름 상영이 가능한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잘 고려해야 합니다.
4) 상영료 : 비교적 근작의 경우 상영 후 부금을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으나 고전 영화의 경우
상영료를 따로 협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1회 상영 시에 요청하는 상영료가
극장에서 거둘 수 있는 수익의 몇 배 수준이라면 상영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려하게 됩니다.
3. 라인업이 정해지고 상영기간과 극장이 정해지면 기획전 마케팅을 진행합니다.
마케팅의 범위는 예산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로 포스터나 인쇄물 제작, 행사(GV 등) 기획, 프로모션 진행 등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굿즈 전성시대
저는 최근 <라이온킹> 뮤지컬을 봤는데요.
뮤지컬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심바 인형을 구매해서 안고 가더라고요.
블랭킷이나 머그컵, 텀블러 등 다양한 굿즈들을 구매하면서 뮤지컬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 번 즐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영화 전단지나 포스터 등을 차곡차곡 모아서 수집하는 수준이었다면 영화 업계에서도 다양한 굿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예쁜 엽서에서부터 노트, 포토카드, 텀블러, 머그컵, 티셔츠 등 다양한 굿즈들이 쏟아지지만 요즘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핀뱃지 입니다.
뱃지의 디테일도 나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이 매우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텐데요.
왼쪽의 2016년에 진행했던 히치콕 특별전 기념 굿즈로 만들었던 오브제뱃지는 단순한 형태를 띄고 있지만
오른쪽의 2018년에 진행했던 히치콕 특별전 2 기념 굿즈로 만든 뱃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디테일이 정말 다르죠?
관객의 입장에서는 굿즈를 통해서 영화의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개봉하거나 기획전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굿즈를 통하여 영화 혹은 기획전에 대한 바이럴이 생기고
이것이 실제로 영화를 관람객으로 이어지게 되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굿즈로 인한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계속해서 진행하게 되는 이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뱃지가 가장 인기있는 굿즈이지만 앞으로 영화굿즈가 어떻게 나아가게 될지,
영화굿즈 마케팅이 언제까지 유효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기획전이건 영화굿즈건 결국은 좋은 영화를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저는 '좋은 영화'란 영화를 보고 난 뒤 무언가 생각할 수 있는 거리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CGV아트하우스는 그런 영화를 상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번 주말에 만약 다른 하실 일이 없다면,
가까운 극장에서, 꼭 CGV아트하우스가 아니어도 좋으니
독립예술영화 한 편 보시는 건 어떨까요?
좋은 영화는 여러분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습니다.
글쓴이: 안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