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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스터디 Oct 02. 2017

#다양성영화 - 그 모호함과 가난함에 대하여

"우리의 20세기"를 보고 난 뒤

안녕하세요, CGV아트하우스에서 기획전과 톡프로그램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안현주입니다. 


CGV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CGV아트하우스라는 이름을 낯설게 느끼실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CGV아트하우스는 한마디로 일반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입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천만, 오백만 영화가 아닌 1만, 3만이라는 관객 숫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극장이지요. 


실제로 한국독립영화는 개봉하여 1만을 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 감독님은 ‘난 GV*를 50번하면서 1만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힘겹습니다. 공식통계가 있는 1976년부터 지금까지 1만을 넘은 한국독립영화가 276개 밖에 안되니까요. 1년에 한국에서 개봉되는 영화의 편수는 작년 기준으로 1500편이 넘기에, 그 수를 비교해보면 그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겠죠.


* Guest Visit: 영화를 만든 관계자 혹은 평론가들이 영화를 마친 후에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영화제에서 시작하여 CGV아트하우스에서 개봉작 마케팅으로 활용하게 된 프로그램이고 제가 담당하는 톡 프로그램이 GV에서 출발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CGV아트하우스의 전신은 CGV무비꼴라쥬입니다. 그 전에는 인디영화관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아트하우스 이전의 관들에는 ‘다양성 영화 전용관’ 혹은 인디영화 전용관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CGV아트하우스로 이름을 바꾸고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컨셉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시지요? 다양성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의에 의하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한국독립영화와 예술영화 판정을 받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의도 모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를 심사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고 그 기준이 예술성이 있느냐에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여러분은 <덩케르크> 같은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는 놀란의 영화 중에, 아니 3분기에 제가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예술적인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는 일반 영화로 분류됩니다. 배급사에서 예술영화인정신청을 하지도 않았으나 만약 했다고 하더라도 개봉 첫 주 주말의 상영관이 200개가 넘었기 떄문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든요. 


일반적으로 마케팅할 때는 비슷한 과정을 거치겠으나 영화 마케팅은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물론 저는 수입사나 배급사 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경험을 한 내용은 아닙니다)


A라는 영화를 마케팅 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1. A와 느낌이 비슷한 영화들의 사례 분석

2. 영화가 가진 마케팅적 요소의 분석 (감독, 배우, 제작사, 원작 등)

3. 마케팅 진행을 위한 접근 : 영화가 가지고 있는 요소 중 어떤 영화로 포지셔닝 할 지 결정

4. 마케팅 컨셉 도출 :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포지셔닝에 맞는 카피 등으로 표현

5. 마케팅 일정 수립

6. 포스터, 예고편, 선재 작업 

7. 마케팅 믹스 설계 (시사, 굿즈, 톡 프로그램 기획, 광고, SNS, 기타 오프라인 이벤트 등)

8. 실행


정도의 과정을 거칩니다. 


저는 영화만큼 취향을 타는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아트하우스에서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는 취향이 확실하신 고객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영화를 마케팅할 때에는 다들 고민을 많이 하죠. 일단 보면 좋은 영화이긴 한데 보러 오게 하기까지 고객들에게 어떤 것을 알려야 할지가 어렵죠. 물리적인 제품이 아닌 문화상품을 팔 때는 그런 고민을 더욱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산업은 의외로 큰 산업이 아닙니다. 영화 시장 전체의 매출은 2016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국내 매출의 약 80분의 1입니다. 그 영화 산업 중에서도 다양성 영화 시장은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있을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영화 산업의 규모


이번 스터디에서 함께 봤던 <우리의 20세기>를 처음봤을 때 저는 이 영화가 참 좋은 데 이 좋은 매력을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저는 극장운영 쪽에 있지만, 배급사에서 저희 쪽에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좋은 영화를 어떻게 좋다고 알려야 할까라는 문제에서부터 영화 마케팅은 시작됩니다. 다양성 영화 마케팅은 모호함과 가난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를 어떻게 소개할까하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하는 거죠.


<우리의 20세기> - 9월 27일 개봉. 추석에 우리가 사는 시대를 돌아보기 좋은 영화.
* 스터디멤버 차주형님의 감상평 중
영화의 힘은 사람을 잡아 둔다는 점 아닐까? 티켓을 끊고 극장에 들어서면 두 시간은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고 재미있던 없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나 인상 깊었던 영화는 평생을 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 그게 영화의 힘이 아닌가 싶다.
- 중략 -
마이크 밀스가 '길'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도로시의 삶을 달려 주던 낡은 포드가 불에 타 버리고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아직은 불안정한 채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다니는 제이미, 생명이 태어나는 길을 잃게 될 위기의 에비, 말라버린 수로 터널에서 방황하는 줄리, 자신의 길은 잘 찾지 못하며 타인의 자동차를 수리해 주거나 대리 운전을 해 주는 찰리.

마지막 장면에서 길을 떠나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도로시아의 행복한 표정을 통해 영화의 길은 완성된다.
-이후 생략 -

* 예고편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43390&mid=35913

* 줄거리
“인생이란 거대하고… 알 수 없는 거란다”
산타바바라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55살의 싱글맘 도로시아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사춘기 아들 제이미가 걱정이다. 그녀는 함께 사는 24살의 포토그래퍼 애비와 17살인 제이미의 친구 줄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들의 인생 교육은 모두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데…

* 출처 : 네이버 영화 정보(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390)


최근 다양성 영화에서 출발하여 와이드 영화에서도 즐겨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마케팅 방식 중 하나는 굿즈 마케팅입니다. 예전에는 엽서, 전단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으나 노트, 사진집 등으로 발전하다가 최근에는 뱃지, 슬라임 등 정말 다양한 굿즈를 영화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위 덕후들에게는 수집욕을 자극하고, 이들을 통한 SNS, 영화 커뮤니티 등의 홍보효과를 노리는 것이죠.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굿즈는 상당히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었었으나 최근에는 너무 과열된 감도 없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과연 영화를 보려고 티켓을 사는 것인지, 굿즈를 받으려고 티켓을 사는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거든요.


다양성 영화계에서도 굿즈나 톡 프로그램의 효용에 대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관객들에게 굿즈나 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건강한 영화 시장을 만들어가면서 관객이 영화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적절한 마케팅 수단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때로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굿즈가 해당 회차 상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부금)보다 비싸거나 톡 프로그램 진행자의 섭외비가 부금보다 비싼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요. 


<우리의 20세기>를 보고나서 여러분들이 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객들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지점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다른 영화도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CGV아트하우스 극장팀 안현주


본 글에서 사용한 영화산업에 대한 통계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영화관통합전산망(http://www.kofic.or.kr)의 박스오피스와 테마통계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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