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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스터디 Nov 25. 2019

현직 사장님 3명에게 물어봄 ‘대표님 왜 그러셨어요?’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비공개모임 이름없는스터디

#창업 #사장님 #스타트업 #퇴준생 #대표 #비슬라 #향 #향기 #디퓨저 #주사 #피부 #닥터배 #배랩 #독사 #커피 #커피라디오 #이름없는스터디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비공개 모임 이름없는스터디에는 마케팅 실무를 담당하는 마케터뿐 아니라 회사의 전체 구성원을 진두지휘 해야 하는 회사의 대표님들 몇몇 함께 하고 있다. 항상 '퇴사'를 꿈꾸는 퇴준생인 일반 직원 입장에서는 '내 회사'를 가지고 있는 '대표'라는 타이틀이 부럽기 그지 없다. 하지만 대표의 입장에서는 그 '내 회사'라는 타이틀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는 차마 느낄  없을  의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름없는스터디의 대표님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비공개 모임
#이름없는스터디의 2019 2학기 5번째 스터디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1. 교수님? 아니, 사장님! 연구하다 회사차림. (by 배원규)



배대표님은 교수님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숭실대학교 전기공학부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상품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를 시작했다. 하여 교수인 동시에 대표가 된 것이다.


배대표님의 창업에는 한국과 비교되는 미국에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여자친구가 생리통이 심해 병원을 간다고 하자. 한국에서는 피임약을 처방해주고 끝나지만 미국에서는 피임약을 처방하면서 '환경호르몬'에 대한 교육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 '환경호르몬'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특히 샴푸 등으로 피부에 환경호르몬이 흡수되면서 생리 주기가 틀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 배대표님은 한국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상품을 개발, 창업하여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배교수님이 배대표님이 된 사연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다른 문제에도 집중했다. 바로 '안 아픈 주사'다. '주사는 아프다.'는 것이 일상적인 상식이다. 어른들이야 예방접종을 받을 때 잠깐 따끔하고 말면 그만일지 몰라도, 어떤 아이에게는 이 주사기에 대한 경험이 부모에 대한 '배신감'을 유발하거나 '자폐증'의 계기가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주사 말고는 아직 우리 피부를 뚫고 백신을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아픈 주사기'의 문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했다. 이 해결책을 배대표님은 '독사'에서 찾았다. 독사가 독을 전달하는 원리로 '안 아픈 주사'의 실마리를 푼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뉴스 인터뷰 속 배대표님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자.



"I'm an Engineer, Not a Scientist."


이렇게 연구 내용을 사업화하는 배대표님의 마음 속에는 실리콘밸리에 있을 당시 스승님께서 해주신 한마디가 있다고 했다. 엔지니어는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내놓는 사람들이라고. 이를 통해 40대에 번 돈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라고. 이는 연구하여 논문 발표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자와는 다르다고. 하여 배대표님은 연구하고, 개발하고, 창업한다. 그는 Scientist가 아니라 Engineer이기 때문이다.




2. 향을 만드는 비슬라를 운영하고 있어요.

(by. 김경수)


사진 속 김경수 대표님이 운영하는 비슬라는 향을 만드는 회사다. '향으로 새겨지는 기억' 후각은 가장 높은 연상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 오는 날, 할머니 집, 수능날 아침,
오락실, 그 사람의 향수, 울창한 새벽숲...


모든 순간이 모두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닐테지만, 우리가 경험한 순간들에는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 있다. 이 향이 떠오르는 순간에 우리는 그 장면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동'을 한다. 비슬라는 그런 향을 만들어 판매한다. 그럼 그 향을 어떻게 만들까?

향을 만드는 사람을 '조향사'라고 한다. 조향사를 양성하는 학교 중 따지자면 하버드대학교 같은 곳이 있다. 프랑스의 '이집카(ISIPCA)'다. 이집카 출신의 조향사들은 향을 만드는 연금술사 같은 사람들이다. 김경수 대표님은 이런 사람들과 함께 향을 만든다. 특정한 이미지를 분석하여 프랑스에 보내면 프랑스에 있는 조향사가 일종의 '향 레시피'를 만들어 보내면 한국 조향사가 한국인 선호도에 맞게 향을 리터칭하여 한국화하여 향을 제작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만든 향을 이제 브랜드나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한다. 어떻게 브랜드를 알리고 향을 팔 수 있었을까? 김경수 대표님은 이를 '브랜드가 유명하거나, 실력이 유명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실력은 이미 세계적인 조향사를 섭외하는 것으로 갖추었으니 이제 브랜드가 유명해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비슬라가 단독으로 유명해지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므로 이미 유명한 기업과의 콜라보를 통해 향을 채우기로 했다. 그리고 그 향을 '캔'에 담았다.


제일 비싸고, 럭셔리한 캔입니다


디퓨저가 유리가 아닌 캔에 담겨 있었던 탓에 세계적인 조향사도,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도 모두 관심을 가지고 비슬라의 노크에 응답했다. 앞으로는 단순히 캔 디퓨저로 시장의 이목끌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타겟을 대상으로 한 특수시장 제품이나 향을 뒤덮는 식으로 향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가진 향을 통해 공간을 채우는 등의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하니, 우린 또 색다른 향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3.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주식회사 분투기. (by. 김기일)



커피를 정말 사랑하는 대표님이 있다. 이름없는스터디에 참여하면 종종 커피를 제공해주셔서 기분 좋은 커피향으로 스터디를 시작하게끔 해주시는 '커피라디오'의 김기일 대표님이다. 커피랑 관련된 여러가지 직업을 가져오셨고, 앞으로도 커피랑 관련된 직업을 꾸준히 가질 것이라는 대표님은 지난 스터디의 주제랑 결부지어 이야기하자면 '커피 덕후'다.


2005년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는 지금의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를 잡으러 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다. 가장 저렴한 커피를 마셨는데 그 커피(에스프레소)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그 매력에만 퐁당 빠지고 돌아온 한국에서는 마땅한 시장조사도 없이 무턱대고 카페를 창업한다. 그리고 실패. 하지만 다시 카페 창업. 이때는 자전거 타고 전단지를 뿌리고, 주말마다 현수막을 걸고, 고객과 눈인사를 연습하며 월매출 1천만원을 달성한다. 그리고 진짜 좋아하는 커피를 대중에게 알리면서 일을 하고 싶어서 커피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 커피동호회, 커피인들과의 네트워킹...... 그리고 또 다시 카페를 창업한다. 하지만 또 실패, 다시 시도 성공. 실패와 성공을 계속 반복하면서 이제는 카페가 아니라 커피회사로의 전환을 꾀한다.

가장 잘 나갔던 2011년에는 직원을 30명까지 두기도 했다. 그렇게 한창 잘 나가다가도 또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빨간딱지를 받기까지 한다. 사채를 써가면서 30명이나 되던 직원들을 눈물을 머금으며 퇴사시킨다. 몇 곳의 사채를 땡기면 1억을 하루 아침에 만들 수도 있고, 그 돈을 한꺼번에 내보낼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대표님들은 월급날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 번에 몇 백에서 몇 천만원이 일시에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 몇 배의 금액을 감당해야 하는 퇴직금 처리는 어떠했겠는가.

하지만 곧 기사회생해서 열심히 커피와 관련한 일을 벌인다. 바리스타학과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커피 커뮤니티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카페 창업 컨설팅으로 다른 창업자들의 처음을 돕기도 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커피랑 관련된 온갖 생각을 한다. 김기일 대표님에겐 커피는 단순히 '여유있는 한 모금'이 되기 어렵다. 그는 커피업계에 종사하는, 커피를 사랑하는 '프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을 해서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나 커피랑 관련된 일을 찾는다. '진짜' 좋아해야만 가능한 일이며, '진짜' 좋아해서 버틸 수 있다면 창업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냥 '한 번 해볼까?' 가지고는 어림없다. 왜냐하면 현실은 생존이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꿈이라면 가슴 속에 항상 쿠폰과 전단지를 챙겨 다닐 것. 대표님이 된다는 것은 그냥 열정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없스는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들의 커뮤니티로 격주 토요일 오전마다 진행됩니다.


- 발제자 : 배원규(닥터배), 김경수(비슬라), 김기일(커피라디오)

- 글쓴이 : 임영재 (글을 쓰기도, 그리기도 합니다. / https://brunch.co.kr/@lim6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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