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스터디 코로나19 온/오프라인 화상 스터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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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모든 이들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고, 회사원들은 집에서 일을 한다. 학생들의 등교가 연거푸 미뤄졌고, 연례 계획을 세웠던 마케터들은 정신이 없어졌다. 이런 사태 속에서 사람들은 말한다. 더 이상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그래서 우리는 그 이후의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할 것. 이름하여 New Normal. 새로운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 우리는 어떤 변화 속에 있는 것일까?
코로나 사태로 한동안 공식 모임을 갖지 않았던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비공개 모임 이름없는스터디에서는 우리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 최소한의 인원은 오프라인으로, 나머지는 줌(ZOOM)을 통한 온라인 참여로 <코로나19 시대, 현업 마케터들의 새로운 마케팅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다.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비공개 모임
#이름없는스터디의 2020년 5월 1번째 스터디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사람들의 식습관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단순한 사건으로는 식습관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식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전쟁, 스포츠, 조리기구다.
여기서 전쟁과 스포츠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든, 부정적인 방향으로든 나라 간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런 영향에 힘입어 가속화된 글로벌화와 SNS 등으로 비롯된 탈경계화는 지역의 특성에 한정되어 있던 음식의 기준을 바꿔 놓는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 곳곳의 음식을 눈으로 먹고, 여기에 관심을 가져서 그 음식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한편, 조리기구는 요리/조리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린다. 더 오랜 시간 음식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이미 반쯤 조리되어 있는 음식을 데우기만 하면 갓 만든 음식처럼 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배달 문화가 발달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 관련 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자가 많아지며 소비자의 선택지는 늘어났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바이러스가 우리의 식생활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반강제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은 우선 배달 어플을 켜서 음식을 주문한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단순히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것을 넘어서 집에서 요리하는 방식으로 식단을 꾸리고자 노력한다. 간편식이나 식재료를 주문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 이를 반증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꺼리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외식이나 회식이 줄어든다. 외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좀 더 위생적이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꼭 만나서 식사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집에서 챙겨 먹는 한 끼로 식사를 대신한다.
이런 이야기는 지금 당장,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당신 주변을 둘러보기만 하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새벽 배송으로 받은 식재료로 식사를 챙기고, 모임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식품들의 수도 다양해졌고, 에어프라이어가 있어 전자레인지가 소화하지 못하는 음식들도 쉽게 조리하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사이에서 건강한 식단을 만들기 위해서 채소류도 빠뜨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회사에서는 샐러드 도시락을 싸오는 직원들이 전에 비해 많아졌다.
이런 모습은 코로나 사태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에게 음식이 전해지는 방식은 더 다양해질 것이고, 쉬워질 것이고, 건강해질 것이니까.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조금 외롭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식사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관에 가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엔 어떤 영화가 개봉하는 지도 관심 갖지 않을 정도이다 보니 통신사에서 제공해주는 무료 영화 예매권까지 사용기한을 넘기는 중이다. 이 때문에 영화판이 살얼음판이 되었다.
대신 사람들은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같은 OTT 서비스나 IPTV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다. 예년의 메르스 사태와 비교했을 때보다 더 장기화가 예상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장계는 점점 더 울상을 짓고, OTT 업계는 지금이 기회라며 열심히 노를 젓는다.
덩달아 바이러스, 재난 콘텐츠의 소비는 증가한다.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의 반영이랄까?
그러나 이런 상승세가 마냥 지속될 것이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왜냐하면 넷플릭스도, IPTV도 결국 콘텐츠의 힘으로 이용자들을 사로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지금 반짝 OTT 서비스의 가입자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사태가 지속되어 새로운 콘텐츠 생산은 뒤로 미뤄지고, 예전의 콘텐츠만 남는 상황으로 남게 된다면 이용자들은 금방 질릴 것이 뻔하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극장가가 맥없이 추락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할 힘이 사라진다면 OTT 서비스도 덩달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들은 극장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 마음을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꼭 엔터테이닝 분야에서 영화나 연극의 대안이 무조건적으로 OTT 서비스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잠시 코로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극장가로 찾은 사람들이 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때마침 신작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가 극장으로 향하지 않았던 것은 꼭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 때문만이 아니라, 새로운 영화가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책 이야기를 해보자. 특히, 베스트셀러에 대한 이야기. 베스트셀러는 대중들의 관심도, 즉 우리들의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우리들의 현실은,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 매장 또는 eBook을 통한 도서 구입(혹은 독서) 비중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1-2월은 자기계발/재테크에 대한 수요가 많을 때이며, 코로나로 인한 베스트셀러의 변화는 크게 없었다고 한다.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한 책들은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등이다.
3월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이 베스트셀러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페스트>가 대표적이다. 감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이 책은 tvN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소개한 소위 '미디어 셀러'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명리심리학>,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등이 강세를 보인다.
4월은 3월 경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의 영향으로 주식투자 관련 도서들의 판매량이 급증한다.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 마라>, <선물 주는 산타의 주식투자 시크릿>,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 하기 최신 개정판> 등이 있다.
종합해보자면, 경제/경영/자기계발/인문 분야의 책들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상승했다. 고용 불안정, 불확실한 채용 시장 등에서 비롯된 2030의 재테크 열풍이 이를 이끌었다. 더불어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관련된 자기계발/인문 서적의 매출도 늘었다. 하지만 여행/취미 관련 서적은 여행을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현시점이 반영되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였다. 과학/공상 분야의 책은 tvN <책 읽어드립니다>와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었다.
결론적으로, 도서 시장에서 뉴노멀은 '불안'에 대한 극복과 회피 성향으로 사람들이 책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혹은 읽으려고 하는 책은 이중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만나온 배스킨라빈스에게 코로나 사태는 끔찍한 악몽이다. 특히 매장 앞, 줄 세우기를 통해서 배스킨라빈스의 대표적인 행사인 '31DAY'의 성공 여부를 판단해왔기에 코로나 사태는 더욱 아찔하다. 대놓고 사람들을 매장 앞에 줄 세우게 하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 전파는 손님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나 알바생들도 피할 수 없는 위험이었기 때문에 배스킨라빈스의 고민은 깊어졌다. 손님들도 이를 의식했는지 매장에 직접 방문하는 수가 줄었다. 대신 '사전예약'과 '배달'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맞추어 배스킨라빈스는 '시크릿코드 이벤트 : 31DAY'와 유튜브를 통한 사전예약 홍보, 31DAY 인스타그래머 체험단 운영, 인증샷 이벤트, 카톡 플친 발송 등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그 덕에 코로나 이후에 이루어진 31DAY에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단순히 매장에서만 머물렀다면 어쩔 수 없이 무너지는 것만을 바라보았어야 할 상황. 이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 역량을 더해야 하는 것은 어떤 기업이든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 버렸다.
특히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그런 역량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에 따라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느냐가 점쳐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 한편,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한 예로 배스킨라빈스가 SK텔레콤과 함께 콜라보하여 진행한 T Day 블록팩 1+1 행사는 성공리에 진행되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행사였는데도 말이다. '마케팅을 잘해서'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실은 사람들이 작은 핑곗거리로 밖을 나서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없스는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들의 커뮤니티로 격주 토요일 오전마다 진행됩니다.
- 발제자 : 김성호(CJ제일제당), 조수빈(쇼박스), 탁슬(교보문고), 윤설선(배스킨라빈스)
- 글쓴이 : 임영재 (글을 쓰기도, 그리기도 합니다. / https://brunch.co.kr/@lim6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