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어떻게 넓어지는가

십년을 방황하다가 차를 산 사람의 이야기

by 노난


생각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해보고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하면서

인생을 넓히는 경험은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지속할 때

가장 급진적으로 진행된다

나와 다른 인생을 일구며 살아온 사람의 경험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인생 경로 밖에 있는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는 좁은 인간을 가로세로로 넓혀주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당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이라는 돈주고도 못사는 짜릿함을 받았다면

나도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

뜨겁고 진실된 마음 정도는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가난하든 얼마나 못배웠든 간에

매직카펫을 끌고 와서 a whole new world로 데려가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좀 부당한 일이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자스민의 사람 됨됨이를 말하고 싶은 것이라

이렇게 경험치가 많은 와중에 나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기적적이면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방법 외에

인생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언젠가 의도치 않게 모로코에 갔을 때

마라케시의 엉킨 머리카락 같은 골목 안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반년 넘게 아프리카를 여행 중이라고 했던 언니는

한국인을 세달만에 처음 봤다고 했다


서른살이었던 나는

언니같이 언젠가는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싶다고 했고

언니가 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더니

운전을 하라고 말했다

응? 느닷없이 운전이요?


언니가 운전을 하게 되고 난 후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얼마나 재밌어졌는지를 말해주는데

인생의 확장력에 엔진을 달아주는 것

와 그것은 정말로 내가 꿈꾸는 인생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내가 당장 운전을 하게 됐냐하면

그것은 사람을 사귀는 것만큼이나

노력과 용기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도로는 복잡하고

운전자는 난폭하고

속도는 겁이 나니까


렌터카와 쏘카를 오가며

십년을 도로 위에서 당황하고 번민하던 나는

이런 지지부진한 인생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터뜨려

차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한달 간 어떤 차를 사야되나 고민하다가

중고차를 사기로 마음먹고

중고차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다가

꽤 괜찮아보이는 차를 발견하고

중고차 시장에 가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차를 끌고 올 용기가 나지 않아서

배송서비스를 신청한 후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더니

주차장에 내차가 서있었다


마라케시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민트티를 마시며 인생을 넓히는 비법을 들은 뒤 10년,

드디어 나는 그 방법을 실천했다


그럼 이제 내 인생은 넓어질 일만 남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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