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다사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고 난 어떤 퇴근길에는
예전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익숙한 골목길을 걸어서
눈 감고도 열 수 있는 문을 열고
나의 작은 거실에 누워
잠드는 지도 모르게 잠들던
익숙한 밤이 그리웠다
그런 기분이던 날에
2년전에 만나고 못만난
유정님의 연락을 받았다
오랜만에 몇마디 주고 받다가
우리가 도보 10분거리에 산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건 무슨 기적같은 일이지
며칠 뒤 유정님의 강아지 쫑이와 함께
동네산책을 하고 생맥주를 마셨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둘이 마주 앉았는데
번호표를 뽑아야 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맥주가 소주로 바뀌었을 때
유정님이 말했다.
-
제가 오늘 이 술 사야돼요.
노난님한테 신세졌거든요.
작년에 회사일이 너무 힘들고
박사논문까지 동시에 하느라
몇달동안 집밖에도 못나가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 너무 힘들었는데,
그때 노난님 책을 읽고 힘을 냈거든요.
서핑 선생님 이야기,
힘들어도 한번 더 즐기자는 이야기.
그게 힘이 됐어요.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몇번을 읽었어요.
나는 콧물이 찔끔났다
기운을 얻으러 나와서
기운을 받았다 말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어떤 기운을 나눠가졌다
낯선 동네가 나의 동네로 되어가는 순간이었다
책을 쓴다는 것은
이런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어떤 씨앗을 뿌리는 일이구나.
여행을 가지 못해서 답답하고 괴로워서
나의 첫책을 꺼내 읽으며
위로받는다는 이야기를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 듣는다
그러면 기분이 좋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조차도 아득한 나의 첫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가끔 풀어볼 생각이다
혹시, 다사다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신 분은
좋아하는 문장과 함께 댓글로 이야기해주시면
이름을 넣어 만들어볼게요
고맙습니다
#다정한사람에게다녀왔습니다
#다시읽는다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