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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난 Aug 08. 2019

정동진독립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별이 총총총 모기향은 뭉게뭉게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올해로 21회를 맞이했다고 한다. 나는 왜 이 곳에 처음 가봤을까.

깜깜한 길을 따라 달려 불빛이 새어 나오는 정동초등학교에 도착했더니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정문을 지나 운동장으로 걸어 들어가자 입구에 차려진 네 개의 부스에서는 테라로사 커피, 강릉 크래프트 맥주, 뻥튀기, 영화제 굿즈를 팔았다. 부채질을 하는 얼굴이 웃는 낯이다.


커다란 스크린에서는 영화가 한창이었고 그 앞으로 의자에 앉은 사람들과 돗자리에 누운 사람들과 모기장 텐트 안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이 초등학교의 주인으로 보이는 꼬마들도 사이사이 보인다.

사운드는 왜 그렇게 좋은지 맨 뒤에 누워도 선명하게 들렸다. 까만 하늘엔 별이 총총총. 모기향 연기는 뭉게뭉게.

모르는 배우들이 모르는 이야기 속에서 열연을 했다. 웃기고 엉뚱하고 기발했다. 한편이 끝나면 다 같이 박수를 쳤고 다섯 편이 끝나면 감독과 배우가 무대 위로 올라와 인사를 하고 관객의 질문에 답을 했다.

한 감독이 말했다.

-
하드 안에만 들어있던 제 영화를 이렇게 큰 스크린에서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한 배우가 말했다.

-
제가 나온 영화가 상영이 된 것은 처음이라서 감격스러워요.

관객은 박수를 크게 쳤다. 다시 영화가 시작됐다. 커다란 스크린에 다시 모르는 배우들이 나와서 열연을 했고 나는 웃다 누웠다 웃었다. 깜깜한 저 멀리서 털컹털컹 소리를 내며 불빛을 주렁주렁 매단 기차가 나타나서 스크린 뒤로 털컹털컹 사라졌다. 밤하늘엔 별이 총총총. 모기향 연기는 뭉게뭉게.

마지막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이 모두 무대 앞으로 가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영화제가 끝이 났다. 진행자이자 이 영화제의 기획자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설 자리가 없어서 앞에 눕겠다며 기분 좋게 자세를 잡았다. 저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밤하늘엔 별이 총총총. 모기향은 뭉게뭉게.


이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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