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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다.

미국-뉴욕

by 너나나나

미국의 심장으로 들어간다.

미국, 뉴욕

힘들었던 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친 후 미대륙에 도착했다.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8개월 전, 한국에서 처음 집을 나설 때 느꼈던 그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여름이지만 추웠던 아이슬란드에서 긴 스웨터를 입고 다녔기에 공항 화장실에 스웨터를 벗어 둔 채 알을 깨고 부화하는 병아리처럼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미국으로 향했다.

뉴욕에 오자마자 갔던 곳은 바로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자유의 섬(Liberty Island)이었다.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프랑스에서 선물해줬다는 여신상은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지만 가까이 볼 수 있다. 한국어 가이드가 나오는 개인 헤드셋을 대여해서 해설을 들으며 드디어 여신상의 실물과 영접하는 순간, 그동안 항상 말로만 듣고 TV나 영화에서만 보던 여인네를 마주하니 경이로움을 느꼈다. 아이슬란드에서 답답하고 외롭던 것과는 달리 뉴욕에서는 어떠한 제약도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머물다가 이동하고 또, 사진도 찍으면서 자유로움을 한껏 즐길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자유의 여신상 (Statue of Liberty)

미국 뉴욕항으로 들어오는 허드슨강 입구에 위치 해있는 리버티섬에 세워진 조각상으로, 프랑스가 1886년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선물한 것이다. 동으로 만든 여신상의 무게는 225톤, 횃불까지의 높이는 약 46m, 받침대 높이는 약 47.5m이다. 지면에서 횃불까지 높이는 93.5m에 이르고, 집게손가락 하나가 2.44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받침대 위에 선 여신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옷을 입고 머리에는 7개 대륙을 상징하는 뿔이 달린 왕관을 쓰고 있다. 오른손에는 '세계를 비추는 자유의 빛'을 상징하는 횃불을, 왼손에는 '1776년 7월 4일'이라는 날짜가 새겨진 독립선언서를 들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은 'American Dream'을 안고 뉴욕 항구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으로,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미국 독립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자유의 민주주의, 인권, 기회 등을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엘리스 아일랜드(Ellis Island)

자유의 여신상에서 페리를 탄 후 얼마 가지 않아 바로 내린 곳 엘리스 아일랜드.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이민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곳.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이 섬에는 박물관이 크게 하나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처음에 이민자들이 그 당시 어떤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뉴욕으로 들어왔는지 어떤 심사와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이민자 심사에서 통과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는 박물관의 형태로 관광객들을 위해 각종 역사기록물들을 제공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재밌게 보았는데 어린 나이에 뉴욕으로 건너간 유진 초이 역시 이곳 엘리스 섬을 거쳐 이민자가 되었던 것일까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민자들이 어떤 노력을 해서 이곳까지 왔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민 심사에서 통과되는지에 대해 실제 이민자들의 생생한 육성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어 육성으로 통역이 되어 들을 수 있으니 이해가 쉽고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박물관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과거와 현재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을 보거나 실제 전시된 물품들의 주인 목소리가 녹음된 음성 가이드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한국어 가이드 헤드폰에서 시키는 대로 번호를 따라가다 보니 마치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단서나 번호를 찾는 과정이 마치 방 탈출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타임스퀘어 거리 (Times Square)

New York이라는 도시가 내게 주는 이미지는 차 조수석에 몸을 빼고 바람을 가르며 가수 Jay Z의 Empire state of mind를 들으며 타임스퀘어 거리를 누비는 모습이었다. 살아 숨 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초강대국, 미국의 심장. 그곳의 분위기는 확실히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다. 현대, 삼성, LG의 대형 LED 간판들을 보고 있자니 작은 반도 국가의 기업들이 세계 경제 시장에서 내놓으라 하는 기업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한국 기업 이외에도 대부분 빌딩에 설치된 대형 LED 광고들은 뉴욕을 24시간 환하게 밝히는 역할을 했다. 타임스퀘어 거리는 주말이 되면 평일보다 거의 사람이 두 배로 많아져 특히 밤에는 마치 홍대에 온 것처럼 걸어 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한 번은 낮에 혼자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가 영화 캐릭터 분장을 한 어느 무리에게 붙잡혀 그들과 함께 강제로 사진을 찍고 돈을 뜯긴 적이 있다. 거리 분위기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손에 고정한 채 가만히 서 있었는데 카메라 렌즈에 잡혀있던 헐크가 갑자기 내게 뚜벅뚜벅 다가오더니 내 카메라를 말도 없이 낚아채 가져가 버렸다. 그 순간 어디 있었는지도 모르는 삐삐, 아이언맨, 엘사, 토르가 내게 달려들었다. 헐크 손에 있던 내 카메라를 받은 삐삐가 숙련된 손길로 셔터를 눌러댔고 단 10초 만에 촬영이 끝난 후 이들은 나를 빙 둘러싸 포획했다. 영어를 못한다며 빠져나오려 했으나 자신들 배에 감추어두었던 속 가방 속 돈 꾸러미에서 20달러 지폐를 보여주며 돈을 흔들어 재꼈다. 내가 돈을 내지 않으면 절대 나를 풀어줄 것 같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삐삐에게 10달러를 줬는데 그 옆에 있던 아이언맨이 자기는 왜 안 주냐며 달려들었고 지갑에 그나마 남아있던 현금 3달러마저 주고 나서 더 줄 돈이 없다고 했더니, 헐크는 근처에 있는 현금 인출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뽑아오라고 했다. 여행 8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화도 났다. 악명 높다는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별 탈 없이 잘 다녔지만, 뉴욕에서 결국 뜯긴 것이다. 인출기에서 돈을 뽑아오라는 말을 못 알아들은 척하면서 10분여간 실랑이를 하다가 돈이 더 없다고 계속 하자 불쌍하게 여겼는지 결국에는 나를 풀어주어 간신히 그들 무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곤 곧바로 길 건너편으로 가서 그 무리가 하는 행태를 30분가량 더 지켜봤다. 계속해서 비슷한 수법으로 거리의 시민들을 붙잡고 돈을 갈취하는 그들은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이건 마치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의 팔찌 강매단이 하는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꿈에서 그리던 타임스퀘어에서 낭만과 분위기를 즐기긴커녕 그렇게 뉴욕 타임스퀘어를 씁쓸하게 빠져나와야 했다.

하루는 한국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는 길을 걷다가 가게 앞에 있는 메뉴 중 순대국밥이라는 글씨를 보고 홀린 듯 들어갔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12달러였는데 밑반찬도 훌륭하고 순대국밥도 맛있어서 매우 만족하며 식사를 했다. 밥을 다 먹은 후 지나가던 직원에게 영수증을 달라고 말했고 12달러를 테이블 위에 영수증과 함께 올려놓은 후 가게를 빠져나와 다음에 갈 목적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급하게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


"저기요! 팁 안 두고 가셨죠?"


"네? 아아! 죄송해요. 까먹었어요! 팁으로 얼마를 내야 하죠?"


"얼마짜리 드셨는데요?"


"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18불이었나…."


"아 그럼, 4불이나 5불 정도 내시면 돼요."


"아, 네, 그런데 제가 지금 10불짜리 밖에 없는데…."


라고 말하는 순간 내 손에 있던 10불 지폐를 낚아채면서 거스름돈을 주겠다며 가게로 뛰어가던 아주머니였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팁을 낼 일이 전혀 없었다. 팁을 내는 문화권이 아니었거나 팁을 내는 문화권에서도 직접 장을 봐서 내가 항상 요리해 먹었기 때문에 식당에 가서 팁을 낼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미국에서 팁을 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고 당당하게 영수증과 돈을 테이블 위에 놓고 나온 것이다. 버선발로 뛰쳐나와 내게 팁을 요구하는 아주머니에 적잖이 당황한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먹었던 순댓국의 가격이 떠오르지 않아, 가격을 더 높여 부르며 팁을 더 많이 내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7천 원이면 먹을 순대국밥을 미국 뉴욕에 와서 팁을 포함해 총 17불 (한화 약 2만 원)에 먹게 된 나는 충격을 받아 그 후로는 다신 어떤 식당도 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법으로 정해지지만 않았다 뿐이지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팁을 안 내면 몰상식한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팁을 내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본인이 먹은 음식 가격의 15%에서 최대 25%까지도 팁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거나 서비스가 마음에 무척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팁을 낼 필요는 없다. 어쨌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로마에 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팁 문화를 항상 상기시키며 식당보다는 요리를 더 자주 하게 되어 미국에서 요리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웃픈 이야기다.

뉴욕에서 지낸 6일 동안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미국에 들어오자마자 만난 도시. 비록 돈은 좀 뜯기긴 했으나 도시 전체가 숨 쉬며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덩달아 내 몸과 마음도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었던 도시였다. 대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뉴욕은 정말 최적의 도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고 미국 여행을 한다면 조금 더 흥미롭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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