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나나나 Jun 23. 2021

키위 친구들과 한국요리

 내게는 두 명의 친한 키위 친구들이 있다. 재키와 가비를 만난 것은 언어교환 모이에서였는데 성격이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해서인지 우리는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한국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위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보자는 말이 나왔고 재키는 김밥을, 가비는 양념치킨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나는 한 번에 둘 다 해보자고 제안했다. 한국 마트에 들러 재료들을 구입한 뒤, 재키와 가비 자매가 살고 있는 보타니까지 40분가량 운전을 해서 도착했다.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요리를 해서 먹을 생각에 들떠, 노래까지 부르면서 즐겁게 운전을 했다. 두 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친구 집에 들어가니 부모님은 방에 들어가 계시고 가비는 샤워를 하고 있어서 재키 홀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한식이라서 한국인인 내가 어떤 재료를 사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장보기를 자처했던 것인데 막상 구매하고 보니 짐이 한가득이다. 샤워를 마친 가비와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서둘러 요리를 시작했다.

 가비에게는 양념 치킨 재료를,  재키에게는 김밥 재료를 분배하면서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천천히 알려주었다.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에도 용케 잘 알아듣고 요리를 하는 친구들이 대견했다. 요리를 함께 하면서 뒤침개가 영어로 뭔지, 김밥을 만들 때 밥을 고르게 김 위에 펼치라는 말은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도 배웠다. 그들은 한국 요리를 배우고 나는 그들로부터 자연스러운 영어 말하기를 배운다. 재키와 가비가  나의 레시피를 잘 따라주고 열심히 하긴 했지만 한식을 요리하는 것이 차음인지라 결국 저녁식사는 9시가 다 되어서야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자매와 함께 놀 때마다  마음이 잘 맞는 동성 친구를 만나는 게 남자 친구를 만나는 일 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한 성인이라면 더더욱 친한 친구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낯선 이국땅에서 정말 친한 친구 두 명을 만났다.  키도 작고 영어도 허술한 아시아인 여자를 친구로 맞이해준 재키 가비 자매에게 항상 고맙다. 내가 그동안 만나온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 중에 나에게 이렇게까지 큰 관심과 사랑을 준 사람들은 이 자매가 처음이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알아보는 법이다. 나는 처음에 재키를 보자마자 알았다. 이 사람은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구나.  

 내 친구가 되어줘서 참 고맙다

 항상 내게 즐겁고 행복을 주는 사람들. 참 고맙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꼽 잡고 눈물 나게 웃었던 적이 언제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