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노 Oct 20. 2018

노르웨이 베르겐 국립 극장 앞에서

날씨의 마법이란,

<전편 : 베르겐에서 만난 천국의 한 조각 https://brunch.co.kr/@nonayo/103


핫케이크도 먹었고, 좀만 버티면 점심을 먹을 수 있으니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일단 며칠 내내 무리해서 발이 너무 아팠고, 여행 가서 타는 대중교통만큼 흥미진진한 것이 또 없다. 길을 잃더라도 요즘은 구글맵이 워낙 좋으니 걱정없이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오면 된다. 그리고 베르겐 카드는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서 버스를 안타는 것이 도리어 아까웠다. 왕복만 타더라도 베르겐 카드 구입에 사용한 비용의 4분의 1은 뽑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충 눈치껏 버스를 탔다. 시내를 돌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추측을 근거해서 탔는데 이런, 열심히 달려 베르겐 시내를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베르겐 카드를 보여줬던가, 찍었던가. 버스 운전기사에게 보여주면 해결되었던 것으로...


그런데 버스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버스 창 밖으로 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알록달록한 집들과 내려다 보이는 호수와 시내 풍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개인적으로는 홍콩 리펄스 베이로 가던 버스 안에서 보았던 풍경에서 느껴진 그 시원함과 비슷하면서도 오밀조밀 동화와 같은 모습에 홀려 괜찮을거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정류장을 하나 둘 지나쳐 갔다. 그러다 구글맵을 보니 시원하게 베르겐을 빠져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베르겐 카드가 다른 도시에서도 사용이 가능할까? 걱정이 밀려왔다. 게다가 버스 안에 외지인처럼 보이는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버스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터널을 통과하기 전에 하차벨을 눌러 버스에서 하차할 수 있었다. 다행히 외롭지 않게 할머니 한 분도 함께 따라 내리셨는데 이 동네에 사는 분이신지 호쾌하게 가방을 둘러메고 사라지셨다. 그 뒷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저 터널을 지날뻔-
호쾌한 노르웨이 할머니
내렸더니 버스 정류장 옆이 공동묘지였다. 삐죽삐죽 다양한 모양의 석판들이 눈에 띈다.


내가 노르웨이에 와서 공동묘지를 구경할 줄이야. 혀를 내두르며 다시 베르겐으로 돌아가기 위해 철교를 지나 버스에 올라탔다. 돌아가는 길목에서는 아쉽게도 멋진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눈치껏 버스에서 내렸더니 맞은 편에 브뤼겐의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여름의 쨍쨍한 햇살이 비췄을 때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맞은 편에서 본 브뤼겐은 올망졸망 예쁘고 귀여웠다. 실제로 기념품 샵이나 다양한 가게로 활용되고 있는 브뤼겐(목조건물주택들)은 도시 베르겐이 한자동맹 시절 상인들이 드나들던 오래된 큰 규모의 무역항이었을 때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다. 내게는 예쁘게 생긴 얇고 뾰족한 색색의 목재건물들이 서로에게 기대듯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브뤼겐은 항구 맞은편에서 보는 것이 더 잘 보이고 예쁘다. 그러나 맞은편에는 뭐가 없다. 나는 버스 정류장이 근처라서 내렸는데 만약 예쁜 인증샷을 찍고 싶다면 맞은편으로!


알록달록 예쁜 브뤼겐의 모습
산 위에도 올망졸망 예쁜 집들이 가득하다. 차가 없다면 올라갈 엄두가 안나는 그 경사란!!
베르겐 국립 극장 앞에서 만난 조각상들.

베르겐 국립 극장 앞에는 다양한 풍의 조각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인 노르달 그리드와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헨릭 요한 입센이라고 한다. 헨릭 요한 입센은 찾아보니 이렇게 안 생기신 거 같은데....?

그래도 한 도시의 국립 극장 앞에 인물들의 아트적인 조각상들이 공원과 잘 어울리게 서 있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공연이 있다면 보고 싶었는데, 연말 공연이라 마땅한 공연이 없어보였다.

추운 것 빼고 바람이 진짜 정말 살인적으로 불었다. 따뜻한 온돌 속에 쏙 들어가서 쉬고 싶은 날씨였다.


바람에 카메라 밴드가 날아버렸다ㅎ
화보처럼 아름다운 베르겐, 하늘만 좀 더 맑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국립극장 앞에는 아담한 공원이 있는데, 날씨가 좋다면 책을 읽어도 정말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주변 건물들도 예쁘니까 여행을 왔다면 꼭 한번 들려서 인증샷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곳에서 남긴 인증샷이 가장 예뻤다. 



펭귄 개스트로 펍에서 인생 생선 튀김을 만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베르겐에서 만난 천국의 한 조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