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올리기로 결심한 것은 사소한 사건들이 겹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 사소한 사건들에 밀려 새로운 장을 맞이한 이때 현재 곧 밀려올 해일을 보며 기쁨에 빠져야 할지 아니면 이 해일을 뒤로하고 도망쳐야 할지 복잡 미묘한 심정으로 새벽에 일기를 적어봅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 꿈을 고르기 어려워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 세상을 여행하는 맥가이버가 되고 싶노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막상 해보면 사소한 일들도 어찌나 어렵던지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일조차 제게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 뒤는 쉬이 상상이 가시겠죠? 자존감이 곤두박질쳤지요. 내겐 불가능한 일들을 척척해내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자존심은 있어서 앞에서 티를 내진 않았지만요. 치기 어린 시절을 지나 지금까지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던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름 제 행복의 가닥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밥상을 차려보라고 멍석을 깔아주니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흰 백지를 마주했을 때의 공포랄까. 하하.
그동안 다양한 일들을 해보며 가졌던 욕심이 있었습니다. 다른 이의 시선에 마모되기 전에 오롯한 나만의 목소리로 일을 진행해보고 싶다. 망하든 성공하든 해보고 싶다, 이게 정말 망할지 별로일지 아니면 재미있어할지 궁금하다. 그런 욕심들이었죠. 그런데 어느샌가 제가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더라고요. 잘 될 것 같은 장사와 최소 투자 비용을 따져가다 보니 중심이 흔들렸습니다. 제주도에서 부동산만 세 곳을 본 후의 일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본인의 첫 가게를 성공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제 여동생의 창업 노트를 볼 수 있었어요. 여동생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것들을 고심한 줄 몰랐던 저는 놀랍기만 했습니다. 책도 많이 보고 자신만의 감각을 다듬기 위한 다양한 흔적들을 보며 반성했죠.
다음날은 제주도에서 알게 된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을 만났어요. 서울에서 내려와 자리를 잡으신 분이셨는데, 남다른 감각으로 특색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꾸려가고 계셔서 제가 그 센스를 부러워하기도 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언을 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제주도에서 가게를 열려고 하는지, 나는 어떤 것을 보고 내려오려고 하는지. 돈인지, 꿈인지, 쉼인지. 그걸 먼저 알아야 오래 호흡하며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으니, 부동산부터 보고 다녔던 일들이 무색해졌습니다. 그리고 떠올렸어요. 저는 디즈니 같은 놀이동산을 만드는 게 꿈이었거든요. 모든 방문자들이 푹 빠져서 저절로 행복해지는 그런 시간을 선물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었는데 어느샌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였죠.
해일 앞에 서서, 제 꿈을 거센 해일 속에서 잃어버릴까 브런치에 일기를 적어봅니다.
초심을 잃을 때면 읽으면서 제 꿈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