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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Aug 19. 2018

제주이민 6개월차

동네에서 빵집을 하다보니, 제주 한달살이 하러 오신 분들이 종종 들리신다.

가게가 작아 가지는 즐거움이라면 손님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다.

한달살이로 내려오신 분들이 가지시는 아쉬움이라면 아마 목적이 없다는 게 아닐까?

제주는 라면처럼 자극적인 재미가 넘쳐나는 도시와 달리 슴슴한 콩나물같은 곳이다. 매일 변해가는 하늘과 바다와 자연들을 틈틈히 보고 일상을 씩씩하게 살아내는 그런 곳이라, 관광객이기 싫어 한달 내려오면 지루함에 몸부림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대단치는 않지만 내 가게가 있다는 게, 제주에 와서 인간관계를 맺거나 좀 더 단단히 뿌리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에 있었다면, 차를 산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동네주민들과 맛집을 함께 가는 일이 없었겠지. 가게를 시작하고 새롭게 겪는 일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현실적으로 제주에서 똑똑하게 살아가려면, 부부 중 한명은 고정 수입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곳에서 일을 해야한다고 하던데. 우린 아직 그 정도로는 똑똑하지 않은 것 같다.

피크닉델리가 자리잡은 곳은 제주시에서 외곽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 중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에 있다. 차를 타고 1분만 옆으로 이동하면 바로 조천읍이 나오는 정말 사람이 없는 동네.

앞에 바닷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뾰족한 관광지가 있는 게 아니라서 손님들조차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 그런 곳이다. 하하.

대신 정말 평화롭다. 제주도에 내려와 살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바닷가에 위치한 가게는 사정이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가게는 구석에 위치하고 있으니 주차 걱정도 없고, 조용하고, 심심하면 바다 산책도 갈 수 있다. 해수 사우나도 동네에 있어서 원하면 목욕탕도 갈 수 있다.

한 번은 가게 문에 그대로 키를 꽂아두고 하루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다음날 점심쯤에야 손님이 키가 그대로 꽂혀있다면서 전화를 주셨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을 의심하거나 긴장할 필요가 없어 더 나른해진다.

물론 제주도 사람사는 곳이니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닌데, 가게 위치가 한적해서 자연적으로 필터링이 되는 성 싶다.

제주는 제주의 한적함, 여유로움, 아름다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덜 부닥이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영업을 했을 때 객수가 도시에 비해 적을 수 있다.

(제주시 도심이 아닌 외곽에 가게를 냈을 경우)

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지, 동네 주민이나 도민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서도 가게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손을 풀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봤는데, 다음엔 좀 제대로 주제를 정해서 적어보겠습니다.

계속 핸드폰 사진을 옮기는데 에러가 나서 ㅠㅠ

밥부터 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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