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에 근무할 적, 힘이 들면 달려나가 프랜차이즈 카페 더달콤에서 마가 들어간 우유 음료를 먹었다. 쌉쌀하고 건강한 그 맛은 내게 힘을 주는 것 같아서 늙은이같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챙겨마셨다.
그런데 오늘 제주오일장에서 사온 마를 손질해 꿀을 넣고 만든 마우유를 마셔보니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믹서기의 차이일까. 게다가 마를 손질하면서 마의 끈적이는 액이 닿았던 부분이 간지럽다. 이거 마셔도 되는걸까? 이제는 정말 쌉쌀했던 그 맛이 마였는지도 헷갈리는 중이다. 물론 계량 실패로 꿀을 너무 잔뜩 넣은 것같기도 하지만, 혹시 마 가루를 넣은 것이었을까. 내가 생각한 건강한 음료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나는 추억의 맛을 찾지 못한 아리송한 상태로 일을 하고 있다. 재택이 주는 자가 음료 제조 시간에 만든 마우유를 옆에 두고, 회사 홍보 영상을 받아 이런 저런 수정 사항 요청을 하면서 틈을 내서 글을 한줄 두줄 적는다. 점심 시간인데 마우유덕에 배가 불러서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런 점은 좋네.
적고 싶은 게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마우유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적어봐야겠다. 더달콤 알바생이 있다면 레시피에 잘못된 점을 알려주세요.
1. 마를 다듬고 썬다. 끈적여서 힘들다. 20센치쯤 썰어 준비한다.
2. 믹서기에 마를 넣고 갈아준다. 덩어리가 없을 때까지 갈아준다.
3. 우유를 넣는다. 마와 비율은 1:1.5 정도.
4. 꿀을 넣고 믹서기를 돌린다.
5. 맛을 본다.
6. 꿀을 더 넣고 믹서기를 돌린다.
7. 컵에 담고 끝!
너무 많이 만들었는지 커다란 컵에 한가득 담았는데도 남았다. 결국 꿀꺽꿀꺽 더 마시고 나머지를 따랐다. 바로 마실 때는 몰랐는데 옆에 두고 마시니까 층이 나눠진다. 우유층과 마층. 마가 동동 거품처럼 뜬다. 역시 믹서기의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갈았나. 아니면 추억의 맛이 너무 미화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