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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Sep 17. 2022

게임에서 전쟁을 못하겠어.

문명6

문명이라는 게임이 있다. 한번 잡으면 시간이 순삭(순식간에 사라진다)되기로 유명한 게임인데, 플레이스테이션에서 할인을 하기에 산 게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으니 대충 하다가 근처의 야만인한테 초반에 모든 병력이 털렸다. 두번째는 쉽다는 독일을 선택해서 키웠는데 어디선가 또 야만인이 총을 무장하고 나타나 농장을 터는 것이 아닌가. 나라를 하나 제대로 키우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하고 게임을 지웠었는데 오랜만에 심심해서 다시 문명을 깔았다.

시나리오 중에 아웃백 재벌이라는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호주 정착민이 되어 아웃백의 재벌이 되는 게 목표인 게임이었다. 목표는 턴당 벌어들이는 금이 일정 수치를 넘을 것. 2번의 실패 끝에 3번째에 성공을 하는데 정말 가슴이 웅장했다. 엔딩을 보는데 대략 2시간이 넘게 걸리니 6시간은 족히 목장을 만들고 돈을 버는 프로젝트만 반복했는데도, 내가 정말 부국강병해졌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었다.


하나를 끝내니 다른 것도 하고 싶어졌다. 이번에는 자유 시나리오에서 선덕여왕을 택해 나라를 키우기 시작했다. 아리랑이 배경음으로 깔리는 걸 들으면서 이번에는 야만인의 씨를 철저하게 말렸다. 영토가 약탈당하는 것도 싫고, 야만인의 씨를 말리기 위해 병사를 키우고 업그레이드했다. 그랬더니 경쟁자 중에 가장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되었다. 문화나 과학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지 않아서 문화 승리나 과학 승리를 노리기는 애매했다. 외교가 그나마 나았고, 제일은 군사력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다른 나라를 침략할 생각이 없다는 거다. 남이 나를 때리는 게 싫어서 키웠는데 이대로는 전쟁 승리를 하지 않으면 승리 엔딩이 볼 길이 없어 보인다. 성격상 남 괴롭히는 게 싫은데, 게임에서 전쟁을 어찌 하겠나. 군사력이 월등하니 다른 나라가 전쟁 선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국을 강대국으로 키우고 싶은데 속이 상했다. 이제 핵을 보유하고 우주로 로켓을 쏠 수 있는 시대로 진입했다. 로켓을 쏘아서 화성에 보낼 것인가 핵무기로 군사국가로서 위대함을 보여줄 것인가. 도무지 어려워서 게임을 접었다. 나는 나라의 지도자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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