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노 Feb 20. 2016

스톡홀름 Moderna Museet 현대 미술관

감각의 미로에 빠지다.

감각의 미로 속에 빠지다.

감각의 미로 속에 빠지다.

정부에서 스톡홀름의 정부 지원 박물관들 중 몇몇 박물관들의 무료입장을 2016년부터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중에 Moderna Museet도 포함되어 있다. 이 멋진 장소가 무료라니, 스웨덴에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슬프다 못해 억울해지는 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꼭 들려보시기를 추천드린다.




해가 지기 전 서둘러 도착한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 앞 잔디밭 위에 오전에 미리 확인했던 것과 같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니키 드 생팔 의 작품들이 컬러풀하게 채워져 있었다.



2006년 들었던 대학교 교양 수업 중에 니키 드 생팔을 마주한 계기는 특별했다. 어느 날 수업의 마무리쯤에 교수님께서 예술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전시를 볼 수 있도록 티켓을 100장 정도 현대 미술관 데스크에 맡겨둘 테니 꼭 한번 들려 전시를 보라고 제안해주셨다.(지금 생각하면 정말 예술을 사랑하셨던 교수님이셨던 것 같다.) 무료 티켓이라는 점도 그렇고, 마음에 드는 수업을 진행해주시는 교수님의 눈에 들기 위해 과천까지 집에서 한 시간 넘는 거리를 갔었다. 가면서도 내내 황금 주말에 내가 왜 과천까지 가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전시를 보고 난 후에는 이렇게 전시를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신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때는 트위터도 SNS도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을 때라 교수님이 알려주지 않으셨다면 니키 드 생팔의 전시를 아예 볼 일이 없었을 테니까. 인생에서 영감을 주는 대상을 우연히도 마주치기란 지독하게 어렵다는 걸 아는 만큼 정말 지금도 그 교수님께 고마울 따름이다.

그 후로 내 인생의 꿈 중 하나가 니키 드 생팔이 20년의 시간을 바쳐 만든 Tarot Garden에 꼭 한 번 들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스톡홀름 여행 중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그녀의 작품들을 이렇게 가득 잔디밭 위에 예쁜 하늘과 노을과 풍경과 함께 볼 수 있다니,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감동이 엄청났다.



불우한 그녀의 인생사와는 다르게 그녀의 작품들은 보기만 해도 달콤 새콤한 사탕처럼 마음을 채워준다. 어디서 익숙한 느낌이라 생각하신다면 파리 퐁피두 센터 앞 알록달록한 조각들로 그녀의 작품들을 먼저 만나봤을지도 모르겠다.


눈이 오면 이런 환상적인 느낌이 난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세상이 그녀에게 준 고통과 시선들을 껴안는 따뜻함의 상징들이라고 한다.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그 모습은 오히려 그녀가 세상을 품을 만큼 더 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나는 웃음이 나왔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모던 아트 뮤지엄을 들리기로 한 것은 단지 모던 아트 뮤지엄의 런치 뷔페가 저렴하고 맛이 좋은데다가 풍광까지 좋다는 평 때문이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못 보았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하지만 런치 부페는 놓치고 말았다. )





여행을 하면서 보면 볼수록 스웨덴은 디자인 강국이 맞는 것 같다. 간단한 픽토그램이나 사인물도 평범한 적이 없다. 화살표가 그려진 패널이 모던 아트 뮤지엄과 잘 어울렸다. 입구 옆에는 어떤 전시가 진행 중인지를 볼 수 있는 포스터들이 있었다. 어차피 전시는 다 볼 예정이니까, 포스터는 대충 보고 모던 아트 뮤지엄의 입구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테리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던 아트 뮤지엄은 네모나고 길쭉한 1층 건물이었는데, 따뜻한 복숭아색으로 칠해진 벽면에 하얀 페인트로 적힌 Moderna Museet의 로고가 인상적이었다.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오슬로(노르웨이), 헬싱키(핀란드), 스톡홀름(스웨덴)의 현대 미술관을 들리게 되었는데  그중에 스톡홀름의 모던 아트 뮤지엄이 제일 샵이 예쁘고 살 것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뮤지엄 샵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는 물품 보관함에 가방을 맡기고 카메라 하나를 들고 미술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현대 미술을 잘 모르고, 좋아하는 작가 몇 명 외에는 오히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더 좋아하는 터라 어디서부터 보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오죽하면 레스토랑 평이 좋아서 들렸을까. 어디부터 들릴까 고민하던 차에 저 끝에 많은 가족들로 북적이는 전시관이 보였다.



연한 핑크빛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생강 쿠키와 다양한 디저트로 만들어진 과자집들이 있었다. 매년 개최되는 진저 브레드 하우스 전시회라고 한다. 올해의 주제는 "Ny lya – bo på nya sätt"였는데 새로운 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라 있었는데 옆에서 전시를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유난히 귀여운 작품들은 어른들도 스마트폰으로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시장 안은 이제까지 봤던 전시와 다르게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생강 쿠키가 기본 뼈대여야 하지만 그 외의 재료에는 큰 제한이 없는지 색색의 초콜릿들이며, 젤리와 사탕들도 보였다. 다양하게 꾸민 과자집들을 보니 평소에 제과점에서 보았던 천편일률적인 과자집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내가 생각한 잘 만든 생강 쿠키 하우스
대체 누가 이렇게 참혹하게 불탄 집을 표현했을까. 도망나오는 쿠키들이 깨알같다.
누가 대체 어항을 만들었지?! 충격적인 퀼리티였다. 불투명한 설탕 공예에 기포가 있는 모습이 정말 어항처럼 보였다.
진짜 컬러풀했던 과자집. 젤리로 만들어진 문이 귀엽다.
평범하게 귀여웠다. 도로 맨홀이랑 하수구 표현이 깜찍하다.
다른 할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다가 너무 귀엽다고 맞장구를 쳤던 우주선! 자그마하니 너무 귀여웠다.
쿠키 잠수함!
지붕 장식이 귀여운 커다란 쿠키 집!
꼬꼬마 텔레토비가 생각나는 녹색 언덕집, 사탕 나무와 텃밭이 귀엽다.


생강 쿠키로 이렇게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도전하고 싶기도 했다. 게다가 잘 만들고 못 만들고에 상관없이 다 같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도 정말 좋았다. 서툰 모양새가 돋보이는 작품 앞에서는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하나하나 붙이고 꾸미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래서일까? 너무 잘 만든 작품 앞에서는 입이 떡 벌어졌지만 아기자기하게 손길이 간 작품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나왔다.



Olafur Eliasson, Room for one colour, 1997


미술관에 유니바켄  못지않게 아이들이 많다 싶었더니,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부모님들이 많이 보였다. 여기서도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거나 작품을 함부로 만지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이 간혹 관람 안내선을 넘거나 한 경우에는 아이를 부모님이 조용히 제지하고 조근조근한 말씨로 어떻게 관람해야 하는지 알려주곤 했다. 스웨덴에서 지내는 동안 큰 목소리로 떠드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으니 나라별 커뮤니케이션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조용하지만 눈이 반짝반짝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는 다정한 커플들과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님들 사이에서 나도 나중에 꼭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Moderna Museet에 함께 올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Olafur Eliasson, Seu corpo da obra (Your body of work), 2011


Olafur Eliasson


http://www.olafureliasson.net/


내가 방문한 기간에는 Olafur Eliasson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기계와 착시, 조명등을 이용한 Reality machines라는 제목의 전시였다. 전시장 입구에는 작가의 인터뷰, 작업 과정에 대한 비디오가 모니터 2대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영어권 국가가 아니다 보니 작가가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 화면 아래에 스웨덴어로 자막이 나오는 것이 독특했다. 진지하게 모니터를 보고 있는 어린 소년 옆의 빈 소파에 헤드셋을 집어 들고 앉았다. 옆에서 모니터를 응시하던 14살쯤 먹었을까 싶은 소년이 나를 향해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나를 향해 살풋 웃어주었다.

전시는 설치형 미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관람자가 작품 안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접점이 많아 하루 종일 계속 관찰만 했던 보통의 관람에서 벗어나 피곤함이 한결 가시는 것 같았다. 초등학생 때 가지고 놀았던 셀로판지가 연상되는 색색의 미로가, 내가 이동하고 사람들이 이동할 때마다 계속 모습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혼자 공중을 유영하는 Fan, 사람들에게 부딪힘없이 진자 운동을 반복한다.


커다란 색색의 투명 미로가 연상되는 Your body of work이 커다란 전시실 하나를 다 차지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면, 공중을 유영하는 Fan이나 벽을 통과하는 볼록렌즈, 벽면을 뒤덮은 이끼의 벽등은 새로운 경험을 관람객들에게 던져주었다.


가운대 한 면에서 나오는 빛이 거울에 반사되어 커다란 빛의 구처럼 보인다.
Olafur Eliasson, Big Bang Fountain, 2014



일상을 살면서 감각을 의심하고 고민하고 느끼는 그런 시간들이 부족하기에 사람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미 무감각해진 우리도 이렇게나 재미있고 신기한데, 아이들에겐 어떻게 보일까.



Olafur Eliasson, I only see things when they move, 2004



이미 2016년 1월 17일에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에서의 Reality machines전은 끝났지만 이 곳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이 가볍진 않을 것 같다. 만약 Reality machines전을 볼 기회가 있다면 꼭 관람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이 생경한 감각으로 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지.




스톡홀름의 모던 아트 뮤지엄은 상설 전시관도 따로 꾸려져 있다. 현대 미술의 교과서를 보는 것처럼 상설 전시관의 규모며 갖춰진 작품들의 수준도 훌륭했다.



현대 미술의 장점이라면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의미를 모르겠는 작품도 한 무더기이겠지만 고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생동감 넘치는 액팅은 나름대로 시대의 의미를 가져간다고도 보인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소비해도 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말이다.



그 감각을 자신의 의도대로 풀어내는 공간 또한 제공하는 것이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이 향하고 있는 방향 같았다.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에서 기념품을 샀다. 'A museum visit' 엽서같은 것은 늘 서랍 안에 넣어둘 수밖에 없어서 사게 된 종이 인형으로 만들어진 미니 뮤지엄이다.



이렇게 내용물은 종이 인형 6개, 모던 아트 뮤지엄 건물 외관이 인쇄된 뒷장과 현대 미술 작품들이 걸려있는 것처럼 그림들이 그려진 앞장이 있다.



작게 그려진 작품들의 퀼리티도 귀엽다.



종이 인형은 오려서 세워두면 된다. 너무 귀여워서 죽겠다. 만약 들린다면 엽서말고 A museun visit 세트를 사서 주변에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

Moderna Museet

http://www.modernamuseet.se/stockholm/en/


2016년 무료 입장

월요일 휴무 /  화,금요일 AM10:00 -PM8:00 / 수,목,토,일요일 AM10:00 -PM6:00

런치 부페가 있다고 한다. 저렴하고 맛있고 부페식이고 레스토랑에서 보이는 풍경도 좋다.




이전 06화 무민의 숲에서 어릴 적을 추억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