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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Feb 12. 2016

유럽 최대 규모의 야외 박물관 스칸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박물관에서 크리스마스 댄스 파티



Li Peng이 추천한 크리스마스 마켓 먹거리!


스웨덴 야외 박물관인 스칸센에서 꼭 들려야 하는 중요 시즌을 딱 둘만 뽑으라면,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의 신년맞이 행사라고 한다.


나는 Li Peng이 강력 추천한 먹거리를 먹으러 스칸센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기로 했다. Li Peng의 사진에서 본 그 먹거리는 정말 맛있어 보이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스칸센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마켓 근처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행사도 꼭 보라고 Li Peng이 조언해준 덕분에 원래 예정에 없었던 스칸센을 가보기로 했다. 야외 박물관이다 보니 오후 4시에 문을 닫을뿐더러 겨울이라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점심을 거른 채로 스칸센으로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박물관인 스칸센에 도착했다.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간판 아래 입구에는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날도 따뜻하고 주말이라 그런지 삼삼오오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았다. 스톡홀름 카드로 입장할 수 있는 줄은 따로 있어서 맨 왼쪽 줄에 가서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스톡홀름 카드를 직원이 확인하고 나면 영수증 같은 티켓을 건네준다. 스칸센은 용인 민속촌처럼 야외에서 스웨덴의 각 지방의 전통 가옥 형태들을 만나볼 수 있는 지역과 스칸센 동물원으로 나뉜다. 우선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가기로 했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스칸센 맵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대체 어디로 가야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는 걸까 광활한 맵을 보며 고민하다가 우선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는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스칸센에 나처럼 혼자 온 여행자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들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였다. 야외라 그런지, 아니면 점심때가 한참 지났는데 밥을 먹지 못해 그런지 몸이 오들오들 떨려왔다. 에스컬레이터를 탄 건물을 나서자마자 유럽 동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나무로 만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골목을 이루고 있었고 그 옆 자그마한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작은 화로와 노점들이 보였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바로 앞에 있는 걸까 기대하고 가봤더니 추위를 달래 줄 따뜻한 뱅쇼와 빵들을 파는 간이 노점이었다



저 멀리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뱅쇼가 눈에 들어왔다. 전통의상을 입은 직원에게 계산을 하려고 물어보니 저쪽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오라고 한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35크로나를 내고 영수증을 받았다. 빵도 같이 시킬 것을 그랬나 아쉬움이 들었지만 우선 뱅쇼를 마시고 생각하기로 했다. 뱅쇼를 파는 곳에 가니, 전통의상을 입은 코가 빨개진 직원이 정말 조그만 소주잔 크기만 한 종이컵에 뱅쇼를 담아주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만한 크기가 오천 원이라니 가슴이 쓰려왔다. 앞에 놓인 아몬드와 건포도, 진저 쿠키를 원하는 대로 가져가라길래 옆에 있는 아몬드와 건포도를 가져와 안주처럼 먹었는데 신기하게 다른 사람들의 잔에는 플라스틱 숟가락이 꽂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몬드와 건포도는 데운 술에 넣어 숟가락으로 건져먹고, 진저 쿠키는 자유롭게 가져다 먹으면 되었다. 마치 비빔밥의 나물을 따로 꺼내먹고 고추장만으로 밥을 비빈 모양새라 살짝 부끄러웠지만(아몬드와 건포도를 손바닥에 올려 가져갔을 때, 어쩐지 직원이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술이 독해서 아직 넉넉히 남아있는 관계로 다시 가서 아몬드 몇 알과 건포도를 술에 넣어보았다. 숟가락으로 건져 먹어보니 아몬드는 살짝 새콤하니 술맛이 돌고, 건포도는 부드럽게 불려져 이에 보드랍게 씹혔다. 불려진 건포도에서는 달콤한 과육과 함께 따뜻한 뱅쇼가 터져나왔다.



이 생경하고 신선한 경험은 곧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지 않도록 잔을 들고 가는 일로 바뀌었다. 원샷을 하자니 돈도 아깝고 빈속이라 취할 것만 같아서, 눈으로는 계속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으며 손에는 찰랑거리는 뱅쇼를 든 채로 스칸센 안의 빵집과 가게들을 지나쳤다.




장미 정원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스톡홀름 노르딕 박물관이 내려다보이고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악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걸어가 보니  그곳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무대 중앙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고, 사람들은 무대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바로 여기가 스칸센 크리스마스 마켓이구나!



야외에서 흥겨운 음악이 들려와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스칸센에 입장한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당연하게 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동영상에 보이듯 음악 소리에 흥에 겨워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무대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깜짝 놀라 다시 길을 돌아가 보니 연기가 폴폴 나는 가게들 사이에 무대로 가는 입구가 있었다. 음악에 홀려 무대로 들어가자 댄스가 한창이었다.


어른도 아이도 함께 빙글빙글


스웨덴 어로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보컬의 솜씨가 대단했다. 그 옆에 밴드가 한층 흥을 더해주었다. 트리 옆에는 스웨덴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 세 명이 빙글빙글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아이들보다 부모님이 더 신난 것처럼 보였다. 추운 날씨에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자 추위가 눈 녹듯 잊혀졌다. (꼭 동영상을 봐야 이해가 된다. 흥겨움 주의)

옆의 사람과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음악에 맞춰 발도 구르고 춤을 추니 어찌나 흥겹던지, 보컬의 능숙한 리드에 어른도 아이도 하나가 되어 춤을 추었다.


빨라졌다, 느려졌다 음의 템포가 매우 흥겹다.


이렇게 춤을 추다 보니 어른들은 어느 멜로디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국민 체조가 있어서 노래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체조를 하게 되는 것처럼,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었다. 춤이라고 하기엔 율동에 가까웠지만 간단한 동작들을 따라 하기만 해도 정말 재밌었다. 우리나라 여고생들을 여기에 단체로 데려오면 아주 난리가 나지 않을까? 까르르 웃다가 배꼽이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각 나라마다 이렇게 빙글빙글 단체로 돌면서 추는 춤들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강강술래라던가, 일본에도 백중맞이 춤이 있지 않던가. 왜 우리 운동회 때나 크리스마스 때는 이런 행사를 하지 않는 걸까. 매번 경쟁만 시키고, 이렇게 깔깔 웃을만한 행사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한국 용인 민속촌에 강강술래 놀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용인 민속촌의 얼음땡 놀이도 해봤었지만 그건 너무 전투적이라서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할 수 없으니 이 정도가 딱 좋다.



시간 타임이 정해져 있는지, 잠시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이제 Li Peng이 추천해준 먹거리를 먹을 차례였다. 주변을 보니 무대 근처 벤치에서 Li Peng이 추천해준 먹거리를 먹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가가 어디에서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저 끝에 긴 줄이 늘어져있는 한 부스를 가리켜준다. 아, 한산한 부스들도 많은데 제일 줄이 긴 곳이라니 평소라면 김이 팍 샜겠지만 마침 제이드가 카톡으로 내일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정하자고 연락이 왔다. 줄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카톡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방 내 차례가 왔다.



내 차례가 되자 호쾌하게 생긴 아저씨가 무엇을 주문할 거냐고 물었다. 그런데 메뉴를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고, 우선 어떤 메뉴가 내가 원하는 메뉴인지 알 턱이 있나. 손짓으로 다른 사람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고르고 싶다고 표현하니 아저씨가 메뉴판에서 제일 비싼 80크로나짜리 메뉴라고 알려주었다. 생각보다는 비쌌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문해서 먹는 모습이 정말 맛있어 보였다.

tunnbrödstut med mosad potatis, älg och hjortron crème fraîche 하나를 주문하고 생수도 하나 주문했다.


No Gas?


우와, 그냥 일반 생수도 있는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스틸 워터라고 말했더니 80크로나에 생수 20크로나, 총 100크로나라고 했다. 계산을 하자 역시 또 번호표 같은 영수증을 준다. 이걸 들고 옆의 부스에서 기다리면 되는 눈치였다. 체계적이기도 하지.


커다란 팬에서 순록 고기와 소세지, 빵들이 구워지고 있다. 핫도그도 맛있어 보였다.
매쉬드 포테이토를 샤프란 빵에 담고 그 위에 크림과 클라우드베리쨈, 순록고기를 얹어준다.
주문한 게 나오면 번호를 불러준다. 하나하나 그 자리에서 만드는 것이 인상깊었다.
나무 스푼을 푹 꽂아준다!


따끈한 음식을 받아들자 손 안에 기분좋은 온기가 맴돌았다. 훈훈한 김이 올라오는 매쉬드 포테이토의 묵직함과 옐크 고기의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주황색 클라우드베리잼이 마치 연어알 같았는데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것이 크림과 매쉬드 포테이토, 약간은 질기고 향이 강한 옐크 고기와 잘 어울렸다.


으아아아, 맛있어!


진짜 맛있다 진짜!


감자중에 매쉬드 포테이토로 만들면 정말 진짜 맛있는 품종이 있다고 핀란드인인 야니가 알려주었는데, 진짜 한국과 달리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다. 한국에서 먹던 매쉬드 포테이토는 좀 더 찰기가 있다고 해야하나 묵직했다면, 여기는 크림처럼 사르르 녹는다. 크림처럼 녹는 매쉬드 포테이토에 쫄깃한 옐크 고기를 씹으며 난처럼 담백한 빵을 함께 먹으니 한끼 식사가 따로 없었다. 쌀쌀한 겨울 바람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 냄새와 함께 코끝을 스쳤다. 맛있다. 좋다. 가끔 여행중에 가족과 뚝 떨어져 나만 좋은 것을 보고 먹는다는 아쉬움이 가득할 때가 있다. 가족 방문객이 많은 스칸센은 유독 그 아쉬움이 더했던 것 같다. 그러니 스톡홀름에 가족과 함께 왔으면 하는 마음이 더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맛있다며 음식 사진을 찍어서 보내줘도 어딘지 모르게 시큰둥했다. 흠, 역시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나보다.



크리스마스 마켓 간판들은 아기자기하니, 꼭 엽서처럼 예뻐서 더더욱 좋았다. 핸드메이드로 만든 잼이나 방석, 담요, 엘프 인형들도 있었고 쿠키나 빵을 파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역시 스칸센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레인디어와 옐크 고기로 만든 육포를 구매했다. 4봉지에 100크로나. 보통의 육포보다 더 짜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옐크 고기는 한 번 맛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구매했다.



스칸센은 스웨덴 각 지방의 전통 가옥들을 해체하여 다시 가져온만큼 내부도 그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스웨덴 전통의상을 입은 직원이 상주하여 실제 그 시대에 가옥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준다. 내가 방문한 시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방 안에 트리가 놓여져 있는 거실도 있었다. 생각보다 간결하고 예쁜 모습에 신기했다. 하지만 역시 입장할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어서 직접 방을 걸으며 둘러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서면서 오늘 제일 마지막 코스인 모던 아트 뮤지엄을 지나쳐 왔는데 모던 아트 뮤지엄 앞에 내가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니키 드 생팔'의 나나 연작과 다른 작품들이 전시된 걸 봤지뭔가. 아침에야 날씨가 흐려서 겨우 몇 장 찍고 왔지만, 지금은 하늘이 덜 흐려서 얼른 가면 사진을 건지겠다 싶었다. 해가 진 후에 보면 그 생생한 컬러감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스칸센을 모두 못 본 것이 아쉽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 멀리 옆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운송수단인 트램이 언덕을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홍콩의 피크트램도, 샌프란시스코의 트램도, 베르겐 전망대의 트램도 너무 좋다.)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녹색 트램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타면 딱 명당일듯 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타러 갔더니 매표소에 앉아있던 직원이 나를 막으며 트램은 유료라고 했다. 공짜로 생각하고 냉큼 타려던 관광객처럼 보이기 싫어 주머니 속에서 15크로나를 꺼내 내밀었다. 내려갔다가 아쉬우면 15크로나를 내고 다시 올라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래에 내려가니 올라가는 것은 25크로나라고 하지 뭔가. 그 10크로나 차이가 뭐라고 막상 25크로나를 내고 올라가려니 아까웠다.


Up, Down의 가격이 다르다. 내려갈 땐 15크로나, 올라갈 땐 25 크로나. 이렇게 황당할 수가!


그렇다고 다른 올라갈 길을 찾으니 까마득한 경사였다. 25크로나를 내느냐, 없는 체력을 쥐어짜서 스칸센을 더 구경하느냐를 고민했지만 일정이 하나 더 남아있으니 포기하자 싶었다. 그래도 짧은 트램이었지만 참 예뻤다. 앞에 아이들이 탄성을 내뱉는 내내 나도 예쁜 스톡홀름의 모습에 감탄했으니까. 15크로나로 타봤으니 이득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모던 아트 뮤지엄으로 향했다. 내가 사랑하는 니키 드 생팔의 나나도 맘껏 만끽할 생각이었다.


트램을 이용하면 언덕길을 올라갈 필요없이 바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정문이 아닌, 바사 박물관과 노르딕 박물관에서 좀 더 가까운 입구를 이용하면 계단을 걸어 올라가거나, 경사를 따라 올라가야한다. 혹은 1인당 25크로나를 내고 트램을 타서 좀 더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스칸센 Skansen

http://www.skansen.se/sv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박물관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야외 박물관이다.

(스웨덴의 한국 용인 민속촌같은 곳이다.)

입장 시간이 동절기에는 오후 3시까지로 짧다. ( 운영은 4시까지 )

요일마다 입장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할 것.

스웨덴 각 지방의 전통 가옥들을 분해 후 가져와 재조립했다고 한다.

스칸센 동물원은 스칸센 패스로 이용 가능하지만, 수족관은 별도의 입장료가 있다.

입장 요금 성인 100크로나, 아동 60크로나

내가 먹은 음식은 평소에도 와일드 맨 델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정문과 서문으로 입구가 두 곳이다. 정문에서는 에스컬레이터로 스칸센에 접근이 가능하며, 서문에서는 트램을 탈 수 있다.(트램은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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