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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Jan 23. 2016

스톡홀름 시청에서 스웨덴을 보다.

스톡홀름의 어디가 제일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행을 가기 전 보았던 블로그에서 스톡홀름 여행기 말미에 '이틀 동안 스톡홀름을 볼 생각을 했다니. 이틀은 스톡홀름 패스로 뮤지엄을 보고, 남은 5일은 스톡홀름을 즐겼어야 했다.'라고 남겨져 있던 것이 생각난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 저 말이 납득될 정도로 스톡홀름은 매력적인 도시였다. 스톡홀름은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힘들 만큼 멋진 풍경과 가게들, 뮤지엄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매력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잘 생기고 예쁘다더니 눈호강은 스톡홀름에서 다 한 것 같다. 아이들도 얼마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아이만 보면 엄마 미소를 하고 있었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떠나는 날까지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곳을 한 곳 고르자면 스톡홀름이고 그런 스톡홀름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고르라고 한다면 스톡홀름 시청일 것 같다. 개인적인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멋져서 STF 아프 샤프만 호스텔에서 만났던 중국인 여행자에게도 꼭 스톡홀름 시청을 들려보라고 조언했으니까. 나에겐 감라스탄보다 더 멋있고 좋았던 곳이었다. 겨울이라 탑에 올라갈 수는 없었는데, 탑에 올라가 보는 풍경이 그렇게 멋지다고 하니, 다음 여행 때는 꼭 올라가 보고 싶다. ( 10월부터 4월까지는 탑은 오픈하지 않는다. )




힘들게 스톡홀름 중앙역을 탈출하여 내린 버스 정류장에서 본 스톡홀름 시청은 그저 어둡고 큰 건물이라, 오기 전 찾아봤던 사람들의 극찬이 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히 이 곳에 들렸나 싶어서 기분은 시청 건물에 드리워진 그늘만큼이나 어두워졌다. 시청에 오려고 고생만 하지 않았어도 20분 전에는 감라스탄에 도착해있었을 텐데, 그래도 들렸으니 그 멋지다는 잔디밭은 봐야지 하고 투덜거리며 사람들을 따라 시청의 중정으로 들어섰다.




어둡게만 보이던 시청의 중정으로 들어서자, 따사로운 햇살이 줄기줄기 뻗어 중정에 내려앉고 있었다. 단단한 자갈과 다듬어진 돌로 마무리된 틈새에는 연두색 이끼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기둥들 사이로 보이는 푸르른 운하와 건너편 건물들의 모습이 엽서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말을 잊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저 너머 잔디밭에서 한가롭게 시청 부근을 산책하는 가족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이 순간을 잊을까 사진을 담고 있었지만, 그들은 눈으로, 함께 있는 사람으로, 바람으로 온전히 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스톡홀름 시청은 붉은 벽돌의 다채로움이 아름다웠고, 옛 것에서 느껴지는 묘한 위압감 없이 담백했다. 아치형 기둥을 지나는 와중에  한쪽에서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신부와 신랑 그리고 들러리들의 모습이 보였다. 매주 토요일은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시청 안의 방을 대여해준다고 들었는데, 오늘이 토요일이었던 모양이다. 시청에서 결혼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만 해도 고리타분한 결혼식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런 멋진 곳에서 결혼할 수 있다니 부러움마저 들었다. 쌀쌀한 바닷바람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신랑, 신부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치형 복도를 가로질러나오니 여름에는 분수의 역할을 했을 커다란 조개 모양의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시청의 중정이 어딘지 모르게 따스했다면, 시청 앞 광장의 탁 트인 그 모습은 누군가 칼로 보기 좋은 것만 오려둔 것 같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넘실거리는 운하와 푸른 잔디밭, 그리고 자유롭게 거니는 시민들의 모습,  맞은편으로 보이는 감라스탄과 운하 건너편에 보이는 도시 건물들, 그 위로 끝없이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왜 여름에 이 곳이 사랑받는 시민들의 휴식처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여름이라면 이 잔디밭과 이 풍경은 녹색과 파란색의 선명한 대비를 보여주었겠지. 평소라면 이런 관공서 건물쯤 흘낏 보고 지나쳐오련만, 이런 멋진 외관과 풍경을 가진 시청의 내부가 궁금해졌다.



스톡홀름 시청의 내부는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를 통해서만 둘러볼 수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내부를 구경할 방법이 없을까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반드시 투어를 통해야만 한다면 바로 감라스탄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쉬움이 없도록 스톡홀름 시청 샵만은 둘러보고 가기로 했는데, 이 가게가 너무 예뻤다. '기념품을 팔 생각은 없지만 스웨덴을 상징하는 기념품들입니다. 둘러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었다. 가게 맨 끝 구석에 냉장고가 있었는데, 냉장고 가득한 물병들을 보니 아까부터 목이 말랐단 사실이 기억났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본 것과 같은 가격이었지만, 스톡홀름 시청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딱 하나 남은 Still Water를 꺼내 들고 옆을 보니, 시청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문구가 붙은 커다란 나무문이 있었다.


투어를 신청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그냥 내부를 구경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저 무거운 나무문을 열면 어떤 모습일지가 너무 궁금했다. 스톡홀름 카드도 있는데 그냥 투어를 신청하고 들어갔다가 재미가 없으면 도중에 나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부담도 없어졌다. 물 한 병과 집에 붙여둘 달라호스 자석을 하나 골랐다.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면서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12시 영어 투어를 신청하면 될 것 같다고 직원이 안내해주었다. 가이드 투어의 가격은 개별로 신청할 경우 70 크로나이지만, 스톡홀름 카드를 보여주니 직원 확인 후에 보라색 스티커와 한국어로 된 스톡홀름 시청 안내문을 건네주었다. 보라색 스티커는 입장 시에 확인하니까 옷에 붙여야 한다고 당부해주었다. 그리고 12시 전까지는 커다란 나무문 앞에 와있으라고 했다.




가게에 멍하니 있기엔 20분이 아까워 가게 밖으로 나왔다. 곧 12시에 투어를 하면 12시 45분쯤 끝날 테고 배가 고프겠구나 싶어서 독일 경유했을 때 샀던 프레츨을 꺼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독일에서 샌드위치를 사는 건데 아쉬워하면서 프레츨과 물을 마시다 중정 벤치에서 점심을 먹기에는 바깥 풍경이 아쉬워 벌떡 일어나 걸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프레즐을 먹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언제 내가 스톡홀름 시청 앞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운하의  푸른빛도 펄럭이는 스웨덴의 국기 소리도 운하 건너편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건물들도 그림 같았다. 짭조름한 소금과 시간이 지나 퍽퍽한 프레츨, 버터와 치즈의 맛이 내가 지금 북유럽에 있노라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11시 55분이 되자 스톡홀름 시청 샵 안은 투어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졌다. 투어 시작 전, 11시 투어 관람객인 듯 보이는 노부부가 묵직한 문을 열고 나왔다. 곧 12시였지만 재촉하는 기색 없이 가이드가 무거운 문을 붙잡고 노부부가 빠져나오기를 기다려주었다.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노부부의 표정이 밝았다. 



12시가 되자 가이드들이 좌측에는 스웨덴어 가이드 투어, 우측에는 영어 가이드 투어로 나눠 서라고 안내했다. 한 줄로 줄을 서자 가이드들이 한 명씩 옷에 붙은 스티커를 확인하며 묵직한 나무문 안으로 사람들을 들어가게 했다. 나무문을 들어서자 옷을 맡겨둘 수 있는 보관함과 화장실, 시청 미니어처가 보였다. 옷을 맡겨둘 수 있는 보관함은 비성수기여서인지, 혹은 특별한 날만 직원이 운영을 하는 것인지 몰라도 자유롭게 들어가 옷을 걸어두거나 가방을 놓아둘 수 있었다. 나도 카메라를 제외한 가방을 내려놓고 투어를 따라나섰다.



가이드 투어의 분위기는 새로웠다. 가이드의 엄격한 관리 감독 하에서만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룹 중 몇 명은 자유롭게 시청 안을 구경하기도 하고 몇 명은 사진작가처럼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기본적으로 가이드 눈이 닿는 곳에 있으면 크게 제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영어 가이드가 어려웠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흥미로워 빠져들게 되었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블루홀은 12월 10일에 노벨상 수상 축하 만찬회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한데, 만찬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나 어디서 수상자들이 입장하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구석구석 흥미롭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특히 가이드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디테일들이 숨어있어서 사진을 찍으러 가려다가도 발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계단 옆에 외로이 자리 잡고 있는 오르간. 이 오르간조차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블루홀의 오르간은 특별한 날에만 연주하는데, 오르간의 파이프가 워낙 크고 멀리 떨어져 있기에 오르간에서 연주한다고 해서 바로 파이프에서 울리는 것이 아니라 몇 초 후에 울린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의 연주자가 연주한다면 음이 뚝뚝 끊어져 하나의 곡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숙련된 연주자만이 블루홀의 오르간을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블루홀 천장 옆의 웅장해 보이는 황금색의 장식 전체가 파이프 오르간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투어를 하던 한 사람은 언제 저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냐며 가이드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블루홀은 만찬회나 연회를 치르기 위한 홀이기 때문에 설계 당시에 참석자들의 입장 동선도 고려했다고 했다. 예를 들자면, 노벨상 수상 축하 만찬회의 경우 수상자들이 부인이나 파트너를 데리고 계단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입장하게 된다. 남성의 경우 입장이 어렵진 않지만, 여성들의 경우 대다수가 힐을 신고 드레스를 입으니 보통의 경우 계단을 보지 않고 아름답게 입장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블루홀의 계단은 단이 낮고 아래로 비스듬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내려오기에도 쉽고, 계단 맞은편 창문 옆에 별 모양 음각을 조각하여 여성들이 내려올 때 별을 바라보며 내려오면 아래에서 보기에 시선 처리가 더없이 우아해 보이도록 설계했다고 하니 이런 작은 사실들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어느새 가이드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매주 시의회가 열리는 회의실은 들어서자마자 높다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을 빼면 중후한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회의실의 모든 자리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그 자리에 앉는 시의원의 이름이라고 했다. 시의회는 모두 카메라로 촬영되어 인터넷에서도 실시간으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데  그때 누가 어떤 발언을 하는지 회의 중에 무엇을 하는지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게다가 회의실 양쪽에 마련된 위쪽 좌석은 시의회 동안  한쪽은 언론을 위해,  한쪽은 시민을 위해 언제나 오픈되어 있다고 했다. 

회의실에 와서 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이렇게 멋진 건물에서 일을 하다니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발언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의원은 금방 시민들이 알아본다고 하니, 스웨덴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데에는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그 참여가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는 정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실의 천장이 이색적인데, 바이킹 시대의 천장 양식을 본뜬 것이라고 했다. 바이킹 시대의 가옥은 환풍이 잘 되지 않아 천장을 높게 만들고 천장 옆에 창문을 달아 오픈할 수 있도록 했는데, 회의실은 실내 공기의 환기가 충분히 잘 되기 때문에 바이킹 시대처럼 창문을 열 필요까지는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푸른색의 페인팅은 하늘을,  붉은색의 페인팅은 스톡홀름을 상징한다.




회의실 양 옆으로는 아름다운 모직 능라가 걸려있는 원형 룸과 서재 룸으로 향하는 문이 있는데, 아쉽게도 토요일은 결혼식 때문에 원형 룸의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투어 하는 인원들이 모두 아쉬워하자, 가이드가 시청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스톡홀름 시청 결혼식은 한 커플당 30분 정도의 결혼식 시간이 주어지며 입장할 수 있는 인원수도 10명 내외로 많지 않다고 했다. 미리 예약을 통해서만 결혼식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스톡홀름의 원형 룸을 결혼식장으로 이용하고 싶어 하는 젊은 커플들이 많기에 토요일은 언제나 결혼식 스케줄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그런 결혼식이니 방해할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가이드의 눈빛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원형 룸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재 룸으로 들어섰다, 평소에는 의원들이 담소를 나눌 것만 같은 안락한 테이블 체어와 빼곡한 책장이 앤틱 전등과 잘 어울려 멋있었다. 값비싸 보이는 물건이 없어도 격조 있고 조화로운 공간이었다. 아름다운 시청에 대한 자부심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코믹하게 그려진 캐리커처가 가득 걸려 있는 통로를 지나면 위엄있고 격조높은 시청이 아닌 친근한 시청처럼 느껴진다.


방을 이동하기 위해 사무실이 빼곡하게 들어찬 복도를 지나다 보면 복도 창문으로 중정을  내려다볼 수 있다. 시의원들이 회의를 하러 가거나, 일을 하면서 분명 지나치는 흔한 복도일 텐데, 고개를 돌려 창문을  내려다보면 언제나 보이는 것은 사람이었다. 중정은 액자처럼 그 안의 사람들을 돋보이게 했다. 흔하디 흔한 커플도, 관광객들도, 멋진 노부부도 시청의 중정 안에 들어서면 모두 조잘조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시청은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곳이니까, 시민들을 품에 안은 건물의 디자인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졌다.


정말 멋있다.




블루홀도 회의실도 다 보았는데, 무엇이 더 남았을까. 스톡홀름 시청은 화려하진 않지만 정말 멋진 곳이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던 때에 스톡홀름 시청이 화려하지 않다는 내 말을 철회해야 했다. 앞서 갔던 같은 투어의 남자분들이 어느 한 곳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내밀어보니, 방 전체가 번쩍번쩍 금빛으로 빛이 났다. 홀의 네 면이 모조리 금빛이었다. 마치 잉카 제국의 영광을 재현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너무 눈부신 금빛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앞서 간 가이드를 놓칠 수 없기에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충격적인 광경이 머리 한 켠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방금 뭘 본거지?



복도를 지나 맨 끝 방은 왕자의 방으로 유진 왕자가 직접 그린 테라코타 화가 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색감도 방을 채우는 햇살도 무척 아름다운 방이었지만 아직도 나는 금빛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술렁이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방에서 테라코타 화를 카메라로 담았다. 금빛으로 빛나는 저 홀에 들어가면 이 테라코타의 방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질 것만 같아서, 마음에 들 때까지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창 밖으로는 아름다운 운하의 모습이 보이고, 금박을 입힌 세 개의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걸려있는 세 개의 왕관방에는 문서 보관함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아름다운 목재 보관함이 비치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목재 보관함은 가치에 비해 그 실용성이 낮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바깥에 조각된 인물들은 해당 시대의 유명 인사들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아도 하나하나 지금 당장 판매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했다. 공을 너무 과하게 들인 탓에 실제 용도로는 사용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런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골든홀로 입장했다. 골든홀에 입장하자마자 투어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열심히 돌리는 모습은 마치 한 무리의 아기 오리들 같았다. 가이드는 이런 반응이 익숙한 듯 능숙하게 아기 오리들을 이끄는 어미 오리처럼 자리를 잡고 설명을 시작했다.



방은 온통 금빛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반짝거리는 거지 하고 살펴보니 금박 타일들이 모자이크처럼 하나하나 박혀있었다. 게다가 모든 벽면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스웨덴 건국 신화와 스톡홀름의 역사, 동양과 서양 사이에 앉아있는 호수의 여신이 모두 모자이크로 표현되어 있었다.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큰 홀 전체가 다 금빛이었다. 예술적이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위압적이라서, 사진을 찍는 것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불상의 금빛보다 진하고 다채로운 금빛 타일들이 홀 전체를 감싸고, 조명의 불빛도 문으로 비치는 햇살도 모두 금박 타일들이 더 아름답게 빛을 내도록 도와주는 것 같았다. 가까이서 보면 더 경이롭다는 것이 지독할 정도였다.



여기가 몇 백 년 전 유적지라고 한다면 이렇게 놀라진 않았을 텐데. 1923년에 완공된 시청이라니! 스웨덴이 부강한 나라인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멀리 갈 것 없이 스톡홀름 시청에 와보면 되겠다. 심지어 지금도 골든홀과 블루홀은 행사를 위해 신청을 하면 대여를 해주는 등 다양하게 사용되어지고 있다고 한다. 골든홀에서의 저녁 댄스파티라니 상상만 해도 황홀할 것 같다.



이렇게 스톡홀름 시청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골든홀을 끝으로 계단을 내려와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내가 영어 가이드를 100% 이해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과 나도 서울 시청을 이렇게 다른 나라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함께 교차했다. 투어가 끝나도 원한다면 더 구경을 하다가 나갈 수 있는 것 같았다. 해가 곧 질 시간이라 나는 아쉬움을 안고 다음 목적지인 스웨덴 왕궁을 가기 위해 무거운 나무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시청의 중정으로 나오니, 투어를 하기 전 시청과 사뭇 달라 보였다. 저 붉은 벽돌들 안에는 그 어떤 박물관에서도 보여줄 수 없는 시청만의 자랑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밖으로 내보이지 않아도, 멋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북유럽의 첫 번째 장소였다.







스톡홀름 시청 정보

http://www.stockholm.se/OmStockholm/Stadshuset/


중앙역에서 도보 15분, 지하철 Radhuset 역에서 도보 5분, 버스 3번, 62번을 타고 시청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스톡홀름 시청에서는 시청사 가이드 투어와 탑 입장을 할 수 있다. ( 스톡홀름 카드 사용 가능 )

탑의 경우 10월부터 4월까지는 안전상의 문제로 오픈하지 않는다.

시청사 가이드 투어는 9월부터 5월까지는 10:00~15:00(1시간 간격), 6월부터 8월까지는 09:30~16:00(3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가격도 4월부터 10월까지는 성인 100 크로나, 11월부터 3월까지는 70 크로나로 가격 차이도 있다. 투어 예약은 스톡홀름 시청 샵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영어 투어와 스웨덴어 투어가 있다. 영어 투어는 매 시간마다 있다.

투어는 넉넉잡아 45분으로 대략 30분 정도 투어를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둘러보거나 바로 나올 수 있다.

특정한 날에는 투어를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음으로, 꼭 스톡홀름 시청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계획을 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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