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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Aug 04. 2016

예술은 우리에게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상상만 했던 여행이 그곳에 있다



 ARTTRIP의 프로젝트 ART X STAY의 두 번째 집인 송송 X 어반우드를 다녀왔다.


*ART X STAY란?

*송송X어반우드 Airbnb 리스팅으로 가기




어반우드의 건물 입구
이길래 작가님의 작품이 놓여진 모모 하우스


저번 ART X STAY 1호점 이길래 작가님의 작품은 모모 하우스라는 공간에 당당히 서있는 예술이라는 남신을 만난 느낌이었다. 무더운 날씨조차 잊을 만큼 묵직하고 도도하게 공간을 장악한 작품의 힘에, 호텔 로비나 갤러리에서만 만나던 작품들을 집이라는 공간으로 옮겨와 좀 더 개인적으로 내밀하게 접근하게 하는 것이 ART X STAY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예술가의 의도가 설치된 숙소라는 공간은 과연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혹은 일반인이 참여한 숙소와 어느 부분이 다른 것인가?


예술 작품들은 어떤 취지에서든 창작자의 내밀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그 당시 감정이나 사고방식 등을 작품을 통해 해석하고 작가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고흐의 그림에서 그 당시 상황이나 고흐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란 어떤 인물들인가. 자신의 세계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구현하고 그것을 최대한 자신의 이해와 가깝게 관객들에게 던지는 사람 혹은 자신의 의문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사람 아닌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세상에 내던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들의 의도가 반영된 숙소는 사실상 작가의 속내 혹은 작가의 무의식이 반영된 그 자체로 작품의 의미를 가진 공간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극도로 정갈하고 잘 정제된 이길래 작가님의 1호점과 송송 작가님의 의식 세계가 반영된 2호점은 무엇이 다를까. 기대와 두려움 혹은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연남동에 마련된 오프닝 장소에 도착했다.




송송 작가님의 손길이 닿은 어반우드에 가기 위해 오프닝 장소에서 기다리는데, 갑작스럽게 소낙비가 쏟아졌다. 도리 없는 굵은 빗줄기에 두 개밖에 없는 우산 중 하나를 얻어 어반우드로 출발했다. 아까까지 시끌했던 연남동 골목에는 사람들이 뜸해지고, 앞서가는 스태프의 뒤를 갑작스럽게 고인 웅덩이를 피해 깡충깡충 뛰며 쫒고 있노라니 내가 토끼를 쫓는 앨리스가 된 것처럼 두근거렸다. 좁은 계단을 올라 반짝이 스티커가 붙여진 낡은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조마조마해했다. 그래, 낯선 도시에 힘겹게 찾아와 무엇을 볼지 몰라 기대와 두려움이 범벅이 된 낯선 대문의 벨을 누르는 Airbnb의 여행자처럼.


어린 아이가 장난을 친 것만같은 스티커 장식들이 붙어있던 현관
어둠이 드리워진 숲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다


회색 철문을 열어 현관에 들어서자 어두운 색 페인트로 칠해진 벽면과 그 가운데 나무 덩굴을 엮어 만든 커다란 전등이 달랑거린다. 안쪽 큰방에서는 신비로운 음색의 음악이 집안 가득 울리고 있었다. 설명을 위해 대기하시던 작가님이 큰방에서 나와 방문객을 맞이해주셨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음악과 공기, 향 그리고 보이는 모든 것들이 송송 작가님과 한 몸처럼 보였다. 작은 방 창 밖으로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불빛이 하얀 인형들을 비추고 있었고 불빛의 변화에 하얀 인형들은 고요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이 곳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작가의 집도, 작가의 작업실도,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도 아니었다. 공간 자체가 작품이고, 작품이 공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후방주의****
송송 작가님의 생각 속을 방문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담쟁이넝쿨 그림이 거실 벽을 뒤덮고, 매화나무가 꽃을 흩날리는 방 안에서 꽃 같은 시절을 지나 보낸 애처로우면서 아름다운 공주들의 초상화에 둘러싸여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일까 뒤늦게 도착한 다른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나는 내가 서울 연남동 어느 작은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집이라면 응당 눈에 들어올 법한 간단한 생활용품들도 보이지 않는 방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침대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자다가 왕자를 만나 일어난 그 침대라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법했다. 그러니 그 침대에서 잠이 든다는 건 평범한 서울 하늘 아래 여행으로 피곤한 일정을 마감하는 그런 평범한 수면이 아닐 테다.



여행자는 가짜 열매와 잎사귀, 인형들로 장식된 덩굴 전등 아래 누워 천장에서 빛나는 투박한 금색 별들을 보며 잠이 들겠지. 그 모든 순간순간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감각 들일 테고 불쾌함과 유쾌함을 떠나 생경한 감각으로 몸에 새겨질 것이다. 그 밤이 여행지의 평범한 침대에서 잠이 드는 날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 되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예술은 때때로 우리에게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그것은 영감일 수도 있고, 혹은 감동일 수도 있으며, 단순히 기호나 취향의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은 타자를 향한 나의 이해와 공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투영하는 예술 속에서 우리는 아는 무언가를 찾아내려 애쓰며, 현실과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는 예술 속에서 우리가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기도 한다. 여행과 예술은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닮았다.

그러나 여행은 살아보듯 느낄 수 있다지만, 예술을 살아보듯 느끼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다양한 작품들과 멋진 인테리어로 꾸며진 펜트 하우스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만원 가량하는 입장료를 내고 수많은 사람들과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조명 아래 한정된 시간 동안 예술을 마주하면서 어떻게 살아보듯 예술을 느낄 수 있을까. 저번 글에서 ART X STAY의 가능성 중 하나로 여행자가 예술 작품을 곁에 두고 편안한 상태에서 교감할 수 있으리란 예시를 들었다면, 2호점 방문 후에는 여행자가 예술로 승화된 공간과 상호 교감하며 기존의 갤러리, 미술관에서 받을 수 없었던 경험을 체감할 수 있으리란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서울로 여행 온 여행자들이 한국의 아티스트 송송의 설치 미술 공간에서 지내며 작품을 이해하고 작가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한국 여행이 선사한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한국으로 오고, 그 작가의 ART X STAY로 예약하는 시도가 미래에는 당연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ART X STAY의 흥미로운 점은 예술을 위해 기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숙박이라는 공간이 본디 지니고 있던 기능을 위해 섬세하게 고려된 예술가들의 의도는 갤러리나 미술관과는 다른 제약을 부과함으로써 또 다른 표현으로 재탄생되었는데 (갤러리에서는 실제 담쟁이넝쿨이 벽에 설치되었는데, 어반우드에는 사람이 지내는 주거 공간의 용도를 해치지 않기 위해 벽에 담쟁이넝쿨을 작가가 직접 페인팅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작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일 것이다. 또한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업실이나 집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하고 예약을 받는 것은 작가 개인의 능력과는 별개로 호스트로서의 노하우가 필요하기에 그동안 접하기가 힘들었다면, ART X STAY는 Airbnb의 호스팅 노하우가 풍부한 호스트가 작가 대신 숙박객을 확인하고 직접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돕도록 되어있어 작가의 역량이 공간의 연출에만 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을 할 공간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나는 ART X STAY를 응원하고 싶다.


직접 예약을 체험해보고 싶거나, 더 자세한 숙소 사진이 궁금하다면 링크를 확인하면 된다.



*짧은 생각


 ART X STAY가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도슨트처럼 작가가 직접 공간을 소개하는 영상 도슨트를 여행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혹은 작가가 설치한 예술 작품의 작업 영상 클립을 담아 선물한다면 이 특별한 숙소를 고른 여행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애착을 선사함과 동시에 숙소의 스토리텔링을 겸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ART X STAY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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