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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Jun 22. 2016

숙박공간에 예술을 불어넣다

ART X STAY 1호점 오픈 리셉션을 다녀오다.



오랜만에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예전부터 뭔가 프로젝트를 하나 하시려나 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지라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덥석 나가겠노라 이야기했다. 그래서 여름에 뜨겁게 접어드는 월요일, 여행과 휴식과 예술이 만난 새로운 시도를 눈으로 확인하고 왔다.

ARTTRIP





아트X스테이는 여행자가 머무르는 숙소에 예술체험 공간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그동안 이벤트성으로 작가의 아뜰리에나 미술관, 스튜디오에서 1박을 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여행자들이 기존에 숙박하던 공간에 작품들을 끌어와 작품이 숙소에서 움직이는 여행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엄청난 경험을 제공하는 가슴 뛰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만약 아트X스테이의 시도가 잘 풀려나간다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감상을 한다거나, 침대에 누워 한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다. 혹은 집주인인 호스트의 설명을 들으며 관련 작품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구매도 가능한 나 한 명 만을 위한 숙박 기간의 전시라고도 해석될 수 있겠다.

이게 호텔방과 복도, 로비에 작품들이 설치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하면 바로 내가 가장 자유롭고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상태로 작품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미술관이나 호텔 로비에서 젖은 머리를 하고 파자마를 입은 채로 예술 작품을 관람할 기회는 영영 없을 테니까. (용기를 조금 낸다면 가능하겠지만, 진정 자유로운 기분일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는 자신의 집에 놓일 수도 있는 작품을 누군가의 집이라는 장소에서 면밀하게 살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당장 거실 조명에 함께 설치된 작품이나, 커다란 창을 덮은 작품은 갤러리에서 만났다면 이렇게 작품을 설치하겠다는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을까? 대궐 같은 집에야 작품을 놓을 곳은 충분하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한 크기와 비슷한 구조의 집에 설치된 이길래 작가님의 작품은 찌는듯한 여름날의 숨통을 단도로 잘라 트여놓은 것만 같은 상쾌함과 조용한 선사에 들어온 것과 같은 정갈함 가지고 집과 공존하고 있었다.



예전 직장이었던 에어비앤비에서는 여행자로서 실제 아티스트들의 집이나, 갤러리를 빌려 숙박할 수 있었지만 작품이나 작가가 한정되어 있었고 이벤트를 통한 단발성도 많아 아쉬움이 컸었다. 이색적인 숙소가 있더라도 휴가 일정이나 일행의 취향에 맞을까 걱정되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게 찾은 보석 같은 숙소는 내 마음 한편에 쑥 들어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곤 하였지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숙박공간에 설치된 작품의 훼손이나 도난 등의 문제일 텐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이야기는 여기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잠시의 대화로 아트립이 그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연유로 아트립(ARTTRIP)이 앞으로 보여줄 아트X다이닝이나 다른 활동들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숙박할 수 있어(1박에 15만 원 정도) 개인적으로 국내 숙박객도 받아주신다면, 1호 고객은 바로 내가 될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공간들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변화될 예정이다. ( 예정된 아트X스테이로는 세 곳의 게스트 하우스와 세 명의 작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각가 김민기와 함께 할 WOO&WOO 하우스가 어떻게 변모할지 무척 궁금하다. 선인장 모티브를 좋아한다면 꼭 필히 체크할 것 ) 앞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내가 스톡홀름에 머무를 때,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독특한 경험을 위해 함선 스테이에서 잠을 청했던 것처럼, 해외에서 친구가 찾아올 때 한국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체크아웃 전까지 오롯하게 누릴 수 있는 독특한 숙소를 하나쯤 추천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하나 있다면, 여행자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고려된 작품의 아트X스테이를 통해 시각만이 아닌 촉각, 변화를 통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도 뉴욕 모마에서 전시될 때에는 사람들이 건드려도 괜찮다고 알렉산더 칼더 본인이 경비병에게 이야기했다던데, 여행자와 작품 간의 인터렉티브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숙소 하나쯤 있다면 좋겠다.







부족한 견식과 소견으로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적어보았다. 그리고 이번 아트X스테이를 보고 난 후에 우리 집 셀프 리모델링 계획이 좀 더 수정되었다. 집 꾸미기의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뿌듯한 요즘이다. 시각적 밸런스를 위해 놓아둔 그림들에게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막막 든다.


*집에 방탈출을 꾸며보고 싶은데, 여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추리 소설이라도 읽고 추리의 방이라도 설계하고 싶은 요즘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아트립 : https://www.facebook.com/artstay.world/ 을 체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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