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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Aug 31. 2016

제주뮤직페스티벌 그리고 안녕 여름

반짝이는 제주도의 여름과 가을 사이를 음악과 함께 뛰었다



오리엔탈 쇼커스로 시작된 29일의 무대


여름이 훌쩍 가버렸다. 잠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을 뿐인데 서울의 날씨가 제법 가을처럼 쌀쌀해졌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제주뮤직페스티벌을 목표로 계획했는데 막상 제주도에 도착해보니 제주뮤직페스티벌을 가겠다는 사람도 별로 없고 비가 온다는 날씨 예보에 게스트 하우스에서 동행을 구하는 일도 실패해서 난감했지만 혼자 가도 충분히 즐거운 행사였다. 특히 제주돌문화 공원의 풍광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멋진 음악들과 잘 어울렸다. 같은 눈높이에 펼쳐진 하늘과 구름들, 그리고 무대를 감싸안은 언덕들의 풍광이 독특해서일까 규모가 큰 다른 뮤직페스티벌에는 없던 호젓한 맛이 있었다. 또 다른 페스티벌에서는 스탠딩석이었을 자리에 놓인 질서정연한 플라스틱 의자들이 이색적이었다. 덕분에 허리가 아플 걱정없이 자리에 앉아 즐겁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노래를 들으며 내내 풍광에 감탄했다
다음엔 일찍 와서 공원을 걸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제주 뮤직 페스티벌은 원래 양방언의 제주판타지라는 행사였는데, 행사명을 변경하면서 행사 기간도 이틀로 늘어났다. 이번 타임테이블에서 가장 기대했던 가수들은 데이브레이크, 국카스텐, 소란, 오연준이었는데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양방언의 제주판타지가 제일 밀도있고 완성도 있었다. 그리고 제주소년 오연준의 노래를 들을 때는 눈물이 찔끔 났다. 라이브로 제주소년의 노래를 듣다니, 게다가 무료라니!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고 숙소를 찾아 온 보람이 있었다.



바람은 시원하고, 구름들도 보이지 않는 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돌문화공원에서 오연준군이 그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을 때, 산도 바위도 바람도 그 노래에 귀기울이는 것 같았다. 낮에 국카스텐의 노래에 힘차게 뛰던 관객들도 모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연준군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오리엔탈 쇼커스로 시작된 환타같은 공연이 소란을 만나 노랗고 새콤한 레몬에이드처럼 우리를 간지럽혔다가 국카스텐의 노래와 하늘이 사이다처럼 톡톡 터트리고 세사르 로페즈 & 아바나 엔셈블레의 흑맥주처럼 묵직한 내공이 전제덕의 공연으로 이어져 점점 내려앉는 어둠과 기묘하게 섞여들어갔다. 


음악과 어둠과 빛과 소리와 향기와 바람의 일체감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무대 위에서 시작된 하이라이트 양방언의 제주판타지는 어떻게 이 행사가 4년이나 이어져올 수 있었는지 그 저력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든 무대였다. 유쾌하게 시작된 멘트를 듣다가 음악에 푹 빠지는 그 기분이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다만 제주도의 다른 것들을 모두 제쳐두고 제주돌문화공원까지 찾아간 이 하루가 결코 아깝지 않은, 오히려 과분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오죽하면 막차를 고민하는 옆사람에게 우리가 내년에 또 이 제주판타지를 본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하고 붙잡았던 것이 결코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공연이었다.



1시간정도 메인 무대의 공연이 장비 셋팅으로 한참 분주할 때, 좌석의 앞뒤에서 풍겨오는 치킨 냄새가 환상적이었다. 결국 혼자 부산에서 오셨다는 옆 사람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치킨을 먹으러 갔는데 흑돼지 매콤 불고기 타코가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메뉴 변경, 긴 줄을 기다리는 동안 전제덕의 하모니카 소리에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매콤하고 맛있었던 타코!


우리 앞에서 또띠아와 숙주를 데우는 불판의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고기볶는 불판에 숙주를 같이 볶아주셔서 더 맛있게 먹었다. 고기는 통통하고 숙주는 아삭하고 가을 바람을 맞으며 먹는 타코가 얼마나 맛있던지. 이래서 공연장에서 먹는 이런 부식들을 놓치기가 힘들다.



낮에 국카스텐의 무대가 음악대장을 보러온 사람들로 붐볐다면, 밤의 무대와 관객들은 마치 고요한 갈대같아서 음악에 따라 몸을 흔들고 때때로 눈물짓고 한숨을 내뱉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낮의 파란 하늘 아래의 공연도 좋았지만 밤의 공연에 더 한표.



그리고 마지막 공연까지 보고나온 관객들을 위해 제주뮤직페스티벌이 준비해둔 제주시행 무료 셔틀버스도 있다. 제주 신라스테이 방향과 제주 시외버스터미널 방향으로 나뉘어져 있어 숙소와 가까운 방향의 셔틀 버스를 골라타면 되는데, 자리도 넉넉하고 제법 빠르게 제주시까지 간다. 심지어 버스의 자리가 다 차지도 않았다. 24석이 차고 출발해서 짐도 편하게 옆자리에 둘 수 있었다. 막차를 놓칠까봐 공연을 다 못보고 나가신 분들이 안타까워졌다.


하루방 만주


부산에서 오셨다는 옆자리 분과 친해져 서로 간식도 나눠먹고 함께 공연을 즐겼던 즐거운 여름밤의 시간이었다. 이 날을 기점으로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했지만 덕분에 덥지도 않게 공연을 즐겼으니 대만족!

무료로 아름다운 제주돌문화공원도 즐기고(평소에는 입장료가 있다.), 멋진 공연들과 맛있는 간식들이 함께 했던 제주뮤직페스티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내년에는 제주에 신혼집을 차린 여동생과 제부를 꼬셔서 텐트치고 놀자고 이야기해봐야겠다.




도민은 녹색 / 안도민은 핫핑크


입장하는 곳에서 스태프들이 도민이세요? 라고 묻고 들여보내고 계시는데 나는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시기에 나도 모르게


저 도민 아니예요.


라고 말해버렸다. 도저히 마땅한 말이 아직도 생각이 안난다. 뭐라고 말했어야 했던걸까? 아직도 고민중.






2016 제주뮤직페스티벌 정리


장소 : 제주돌문화공원 

제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730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배차 간격은 20-30분정도

가격 : 무료

하이라이트 : 양방언의 제주 판타지 ( 라스트 곡에서는 불꽃도 쏘아올린다. )

장점 : 붐비지 않는 질서정연한 공연문화, 제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연 장소, 버스가 뜸한 위치를 고려한 무료 셔틀 버스

판매 : 우비 2000원 / 맥주, 돗자리, 물, 김밥, 국수 / 치킨 / 타코 / 제주흑돼지햄 / 등등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jejumusic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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