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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Sep 28. 2016

관객 참여형 공연에 참여한
관객 A의 시선

관객이 관객을 바라보다


난 분명 관객이었는데, 어느새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은 우리를 공연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웃는 사람들도, 저게 뭔가 하고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그리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내가 언제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타인의 시선을 이렇게 한 몸에 받을 일이 있을까. 물론 그 시선이 나만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다.


*물질 공연 영상 링크 : https://www.facebook.com/elephantslaugh/posts/1257286434342887


나도 내가 지금 웃긴 걸 알아서 진지해야 하는데 움직이는 때때로 참지 못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주변의 관객들은 이 웃음도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비는 옷을 적시지 못할 만큼 그러나 분명하게 또옥또옥하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차갑고 축축한 유플렉스 광장 위 하늘은 먹빛으로 가득하고 그 중간쯤을 전깃줄 몇 개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나는 그 아래에서 헤드셋에 나오는 지시에 주의를 기울이며 몸을 움직였다. 


나는 관객이면서 관객들에게 관찰되는 공연의 한 부분으로 작동 중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 공연의 모든 부분을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묘했던 관객 참여형 공연 '물질'

연출자도 기획자도 배우도 관객조차도 모든 과정을 잘 안다고 확언하기 어려운 공연이 아니었을까. 관객 A의 입장에서 이 잊지 못할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남겨보려 한다. 이 또한 전체가 아니고, 내가 가진 퍼즐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궁금할 테니까.


*공연에 대한 정식 설명은 글 제일 하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것들이 궁금하시다면 코끼리들이 웃는다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아래 작성된 내용에서 관객 A는 물질 공연을 예매하여 서울역 14번 출구에서부터 출발한 20명가량의 관객들이며, 관객 B는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우연히 공연을 마주한 관객들을 의미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우천 시에도 공연은 진행된다고 온 문자를 다시 확인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확인했다. 공연 취소는 없겠지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서울역으로 출발했다. 누워서 뒹굴어도 괜찮을만한 적당한 옷을 꺼내 입었지만 그래도 누가 보기에 추레하지는 않게 챙겨 입었다. 비가 와서 고민했던 신발 선택은 열심히 신어 적당히 낡은 인조 가죽 구두가 선택되었다. 평소와 달리 가볍게 가방을 챙겨야 해서 꼭 필요한 것들만 넣은 작은 핸드백은 어깨에 걸었다.

5시 45분까지 도착하라던 서울역 14번 출구 앞에 5시 41분에 도착했다. 물질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는 버스가 창문을 모조리 커튼으로 가린 채로 (운전을 해야 하는 정면 창은 그대로 두고) 빛을 내며 서 있었다. 열린 문 옆에는 우비를 입은 남자가 이름을 체크하고 있었다. 습기에 구깃해진 종이 위에 적힌 내 이름 위로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차량에 탑승하자 핸드폰 전원을 끈 뒤에 가방에 넣기를 요청받았다. 이미 몸의 윤리 때와도 마찬가지로 예상했던 일이라서 선선히 핸드폰 전원을 끄고 비닐봉지에 넣어 가방에 넣었다. 빈자리가 꽤 있어서 별로 고민하지 않고 창가 자리를 앉았다. 톡톡하고 창가와 버스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버스 안에서만 느껴지는 나른한 공기 사이로 이미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인사와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아는 사람 없이 혼자였고 버스 안에는 시계가 따로 없어서 핸드폰을 끈 뒤로는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도착하고 전면의 창도 내다볼 수 없도록 좌석 중간에 커다란 천이 내려졌다. 모든 창이 가려진 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우주 형제'라는 만화가 생각났다. 우주비행사 후보들을 바깥이 보이지 않도록 개조된 버스에 태운 뒤 달리다가 후보들을 어딘가에 내려주고 현재의 시간을 추리하여 맞춰보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보는 바깥 풍경을 통해 사람이 얼마나 많은 정보 -시간, 장소, 날씨, 상황-를 얻는지 깨달을 수 있었던 내용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시야가 차단된 상태로 내게 익숙한 서울이라는 도시를 달리는 버스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놀이기구처럼 내 상상력을 자극했다. 매끄럽게 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어느 순간부터 좌우로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시골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만 같은 덜컹거림에 대체 어디로 가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고 있을 때였다. 스태프가 버스 안에서 나눠준 무선 헤드셋을 목에 걸고 좀 더 기다리자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전면을 가로막던 커튼이 걷어졌다. 버스에서 내려 앞을 보니 해가 이미 지고 있어 어스름이 내려앉은 풀숲 사이로 사람 두서넛이 함께 걸을 수 있을 흙길이 나 있었고 그 길 너머로는 한강과 한강철교가 보였다. 흙길 위에 고인 물웅덩이를 요령껏 피해 스태프를 따라 걸어가니 불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한강과 철컹거리는 소리를 내는 한강철교, 그리고 저 멀리에 63 빌딩이 보였다. 누군가 이 곳이 한강 사이의 섬이라고 중얼거린 덕분에 풀숲이 무성한 이 곳이 섬이라는 걸 알았다. 비가 그쳐서 다들 가지고 나온 우산을 하나둘씩 접었다. 하루 종일 내린 비 덕분에 촉촉한 흙 향기와 풀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혔다. 한강 특유의 물비린내 대신 싱그러운 바람과 공기가 가득했다. 생명력을 자랑하듯 쑥쑥 자라 있는 풀숲에 등을 돌리고 서서, 하얀 조명 불빛을 강물에 드리운 거대한 철교를 바라보았다. 헤드셋을 끼자 외로운 도시에서 누군가는 하고 있을법한 독백들이 인물을 바꿔가며 흘러나왔다. 담담한 것 같으면서도 광기가 느껴지는,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볼 생각들. 한강철교를 건너는 지하철 안에서 떠올릴 법한 잡다한 상념들을 귀로 들으며 눈으로는 덜컹거리며 한강철교를 다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열차와 전철을 지켜보았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똑같은 길을 되돌아 걸어 버스에 탑승했다. 다시 커튼이 쳐지고 조금 달렸을까, 이제는 커튼을 걷어도 된다는 스태프의 안내와 함께 전면 창을 가리고 있던 커튼이 걷어졌다. 사람들도 자기 자리 옆 커튼을 모두 걷어내었다. 커튼을 걷어냄과 동시에 가사 없는 멜로디가 차량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창밖을 내다보자 올림픽도로를 통해 여의도를 스쳐 지나고 있었다. 멜로디는 강을 끼고 달리며 다리를 건너는 동안에도 계속 흘러나왔다. 모든 소리와 풍경에서 차단당했던 아까 전 때문인지 보이는 야경도 들리는 소리도 갈증에 시달리다 물을 마신 사람처럼 달았다. 다리를 건너자 음악이 끝나고 잠시 모니터를 봐달라는 안내와 함께 스태프가 들고 있던 모니터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곧 있을 공연에 배경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며, 몇 가지 동작을 해야 할 거라는 안내 영상이었다. 짤막한 영상이 끝나고 버스는 합정 - 홍대 입구 - 동교동 삼거리를 지나 신촌 연세로로 들어섰다. 연세대 정문 근처 굴다리 아래에 모인 우리는 세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파란색 비닐 가방을 목에 걸고 몸에 묶고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무대 감독이라고 자칭한 배우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파란색 가방을 몸에 묶은 상태로 헤드셋을 쓰고 열을 지어 배우의 뒤를 따랐다. 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우리를 한번 돌아보거나, 신촌에 무슨 행사가 있는 모양이라며 속닥거렸고 나는 내가 아는 사람을 마주치진 않을까 잠시 걱정했지만 곧 닥친 상황에 비하면 그건 아주 사소한 걱정이었다.




사람이 수족관에 들어있다.


유플렉스 광장에 들어서기 전 배우가 광장에 수족관이 설치되어 있다고 언질을 주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무척 기괴한 풍경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그 수족관에 사람이 코 밑까지 물이 차오른 채로 들어있다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행인 일이었다. 20명 정도의 나와 같은 관객 A들이 광장에 들어가자 주변의 관객들은 수군수군거렸다. 그들의 관심이 배우들이 들어가 있는 물이 가득 찬 수족관으로부터 우리에게 잠시 분산되었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공연의 배경이자 움직이는 소품이자 헤드셋에 나오는 지시에 따라 자율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무언가였다. 나는 띄엄띄엄 들은 정보들을 조합해 필사적으로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가만히 멈춰 서서 수족관을 좀 더 관찰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헤드셋을 통해 곧바로 지시가 나왔다. 관객 사이와 광장을 개개인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라는 지시였다. 빗방울이 드문드문 떨어지는 사이로 둥글게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객들을 헤치며 걸어 다녔다. 평소라면 사람 사이를 이렇게 헤치며 걷는 일은 최대한 피했을 일이고 혹은 내가 이미 저 둘레에 서서 이 공연을 관찰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내가 '물질'이라는 공연을 예매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파란 비닐 가방을 앞치마처럼 메고 비를 맞으며 사람들 사이를 쏘다니며 걷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난 분명 관객인데. 어째 저 사람들이 더 관객 같았다.



그다음 지시에 따라 나는 수족관 3과 4 사이에 우리 그룹 사람들과 함께 모였다. 우리처럼 수족관 사이마다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한 관객들로 구성된 그룹들이 자리 잡았다. 그룹들이 줄을 선 곳은 광장의 중앙에 가까운 곳이라 우리가 자리를 잡자 주변에 서서 구경하던 관객들이 우리를 피해 물러나 바깥쪽에 자리를 잡았다. 모든 그룹이 헤드셋으로 전달된 배우의 지시에 따라 수영 호흡을 하듯 '음---파-음---파'하고 행동을 시작하자 주변을 둘러싼 관객들이 당황했다. 우리가 '음---파-'하고 호흡을 하면 수족관 안에 있는 배우들도 박자를 맞춰 호흡을 했다. 우리에겐 그저 하나의 동작일 뿐이지만, 수족관 안의 배우들에게는 절실한 호흡처럼 보였다. 물 안에서는 음---하고 입을 다물고 있다가 물 밖으로 고개를 들어 파-하고 숨을 내뱉고 다시 들이쉰다. 마치 수족관 안에 박제된 것처럼 보였던 배우들이 우리를 따라 수족관 안에서 금붕어처럼 입을 벌리며 숨을 쉬었다.

지시를 끝내고 정신을 차리자 수족관 사이를 배회하는 다른 배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상을 통해 미리 배우들의 인상착의를 전달받은 만큼 좀 더 명확하게 배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배우 '박씨'는 해녀들이 쓰는 것 같은 잠수경을 쓴 양복을 입은 남성이었는데 헤드셋에서 나온 지시는 그룹들이 모여 벽을 만든 다음 이동하여 박씨를 그룹 안으로 흡수하라고 했다. 우리는 돌고래 떼처럼 무리를 이루고 있다가 박씨를 에워쌌다. 박씨는 잠시 버둥거리다 곧 우리 그룹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다시 무리를 지어 차차 서씨도 흡수하고 덩치가 큰 김씨를 몰아넣은 끝에 흡수했다. 몸집을 불리는 행위를 연속한 우리는 우리를 관찰하는 관객들도 흡수했다. 이렇게 무리가 커지자 정렬이 흐트러지고 먼저 흡수했던 배우 박씨, 서씨, 이씨가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헤드셋의 지시에 따라 배우들이 탈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가 이어진 지시에 따라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헤드셋을 통해 전달되었으므로 우리를 관찰하는 관객들에게는 우리가 무리를 지어 움직이다가 배우들을 차례로 흡수하고 관객까지 흡수하려다가 터져버린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우리는 그룹이 흩어진 상태로 개별적으로 광장을 돌다가 헤드셋의 지시에 따라 각자가 서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앞치마처럼 걸고 있던 파란 비닐 백을 풀어서 머리에 썼다. 파란 비닐백 너머로는 신촌을 밝히는 불빛만을 분간할 수 있었다. 헤드셋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그 백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쓰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가 일어서서 광장 중앙에 모여 소리를 지르고 점프를 하고 춤을 추고 악을 써댔다. 나는 몸의 윤리에서도 맘 놓고 하지 못했던 소리 지르기를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 앞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고 신기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알 수가 없어서 오히려 더 마음이 놓였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는 어둠 속보다 사람들이 다들 지켜보고 있는 광장에서 파란색 비닐 백을 뒤집어쓴 상황이 더 자유롭게 느껴졌던 것은 이 것이 나의 본성이 아니라 공연의 한 부분이자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암묵적으로 모두 알 것이라는 안도감 때문이 아니었는가 싶다. 드라마 속 배우가 극 중에서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그 배우가 살인자의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극 중에서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닌 걸 아는 것처럼 나는 어느새 관객이 아니라 공연의 한 부분이 되어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시작했다.


계속된 지시를 따르다 보니 나는 내가 관객이 아니라 공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배우는 아니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그곳에 서있지는 않았다. 우리는 수동적으로 지시를 받아 움직였고 지시가 불편한 사람들은 일치감치 미리 그룹을 떠난 후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를 관찰하던 혹은 관망하던 관객과 눈을 맞추고 그들을 데려와 함께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 누웠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미리 깔아 둔 비닐은 젖어있었지만 끌려 나온 관객들은 당황하면서도 다들 함께 누워주었다. 그들에겐 헤드셋의 지시가 들리지 않을 텐데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들의 손을 잡고 수족관을 감싼 상태로 커튼콜을 하고 나서 누군가가 "공연이 끝났습니다!"하고 외치자 우리는 다들 헤드셋을 벗으며 '하-'하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긴장하고 있던 사람들의 긴장이 풀렸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관객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데려온 관객은 대체 이게 무슨 공연이냐고 물었고 나도 관객으로 참여한 공연이었다고 이건 관객 참여형 공연이라고 이야기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막 공연이 끝난 상태에서는 도저히 제대로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그래서 글을 쓴다.) 곧 옆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다가와 이 모든 게 무슨 퍼포먼스냐고 물었고 나는 열심히 설명했지만 설명이 쉽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배우가 아니라 관객이었으니 더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나도 이 상황을 여기 도착해서야 알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럼 어떻게 다들 그리 적극적으로 움직였느냐는 기색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집은 서울역보다 신촌에서 더 가까우니까 기쁜 마음으로 미리 맡겨둔 가방을 찾아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인스타그램에 물질 공연에 관한 포스팅을 찾아보았다. 나처럼 참여하지 않은 관객들의 시선에서는 이 상황이 신기하고 이상하고 무섭게 보였는지 신기하고 무섭다는 내용들이 많았다. 내가 봐도 기괴한 음악에 움직이는 묘한 사람들로 보이니 신기할 노릇이다. 내가 공연 중에 보았던 신촌의 풍경은 우리를 둘러싼 관객의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는지 나만 보고 그리 끝났다 생각하니 아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물질 공연을 예매하기 위해 돈 낸 것이 아깝지 않아졌다. 막상 공연이 끝났을 때는 사진도 못 찍었고 전체적인 뷰도 보지 못하고 지시에 따르기에 급급했던 것이 아쉬웠는데

만약 내가 그냥 신촌을 지나던 관객 B라면 어땠을까. 공연이 끝나고 나에게 질문을 던진 관객들처럼 이게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무슨 의미이냐고 물어보지 않았을까? 대답을 들어도 선뜻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수족관에 사람이 들어있네. 힘들겠다"라고 생각하고, 사람이 수조에 들어간 그 이미지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파란 비닐백을 앞치마처럼 두른 다수의 사람들을 보며 뭘 하고 있는 걸까 고민했을 것이다. 비 오는 바닥에 철퍼덕 누운 사람들을 보았다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집에 가려나 하고 공연의 일부로써 받아들이며 놀라워했겠지. 이 차이는 관객 A에게 전달된 조각난 단서들이 그들에게는 덜 보였기 때문이고 관객이자 공연의 한 부분으로써의 움직인 그들의 시야를 공유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몇 년 동안 지나다녔던 신촌 유플렉스의 광장이었지만 비가 오는 날 누워 하늘을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고 매번 보행자의 입장에서 지나다녔던 광장의 모습이 이렇게나 넓고 다르게 보인 것도 처음이었다. 


결국 관객 참여형 공연의 이의는 참여한 관객 내부에서 촉발되는 차별화된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닐까. 외부적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관객 안에 쌓여 지어지는 경험이라는 성의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물질 공연에서 포커싱하는 진정한 관객은 바로 관객 A이지 않을까. 관객 B조차도 결국 관객 A를 위한 공연의 한 요소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관객 A가 바로 공연의 한 부분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로써 관객 B가 기능했다면 관객 B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응들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능할 것 같다.


결국 진정한 물질 공연의 관객은 나였던 것이다.






코끼리들이 웃는다 <물질>
도시의 풍경은, 현대인의 삶은, 부유하는 물결 위의 먼지와 같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어디론가 달려가고 그 방향을 자신이 정한 곳이라 생각하지만, 거대한 물결이 흘러가는 방향은 나의 의지밖에 있을지도 모른다. 익숙한 거리를 매일매일 걷고 있지만, 조금만 다른 시선에서 보면, 주변은 낯설기 그지없다. 물. 질. 은 거대 도시 서울에 투영된 사람들의 일상을 한 발짝 떨어져 비춰보는 이동형 공연이다. 공연은 채워져 있지 않다. 다만 다른 시공간의 차원에서 도시와 일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할 뿐이다.



코끼리들이 웃는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elephantslaugh


물질 공연 관객들이 올린 인스타그램 모음


https://www.instagram.com/p/BK3Mj09Amjt/

https://www.instagram.com/p/BK23axUjGkK/

https://www.instagram.com/p/BK3ZjSUDHPV/

https://www.instagram.com/p/BK3YdFxgbQ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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