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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Sep 30. 2016

세상은 사막이다. - 김민기

나는 선인장이 될 수 있을까

*ART X STAY 4번째 콜라보레이션 'Dear Lovely'

2016 런던 페어에서 주목받은 현대 도예 작가 한정은님의 민즈하우스에 설치한 체험 예술을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2016년 10월 4일 방문을 미리 신청하세요. 신청 안내 링크


ART X STAY 3호점 오프닝 행사는 3일간 오픈 하우스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첫날에는 작가님에게서 직접 작품 소개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3호점은 김민기 작가님의 작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침실에 들어서자 사포로 갈아놓은 것 같은 매끈한 풍경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ARTTRIP 페이스북 페이지


생각해보면, 궁리해서 만들어낸 것 중에 만든 사람이 내포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직접 작가에게 이야기를 듣고 배경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인상은 꽤나 달라진다. 이 날 잠시 이야기를 나눠본 김민기 작가님에게서 생각과 고민을 계속 갈고닦아서 작품으로 만드는 집요한 집념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다시 바라본 작품들은 군더더기 없이 원래부터 이런 모습이었어야 했다는 것처럼 조용히 묵직하게 무게감을 드러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동그라미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동그라미들이 모여 면을 만들고, 형체를 만들고 있다.



도대체 작가는 무엇을 생각하며 작은 하나의 도형으로 끊임없이 그려서 선인장이라는 형태를 작품 안에 길러냈을까. 김민기 작가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가 보지 못했던 선인장의 시작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로 나아가며 차갑고 세찬 바람과 차가운 잣대에 맞부딪힌다. 가정에서 받았던 사랑과 학교에서 받았던 인정은 사회에서는 모조리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나 개인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과 공포, 혼란, 갈등을 야기하며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허들을 하나 못 넘었다고 해서 인생이 끝장이 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아도 현실은 차갑고 냉정하기만 하며 이 허들을 무사히 넘는다 해도 다음 허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이 나를 결국 주저앉히고 마는 것이다. 김민기 작가는 어느 날 베란다에 따로 놓인 다육 식물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사회에서 따로 떼어진 것 같은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고 스케치를 한 것이 이 작업의 시작인 '세상은 사막이다. 나는 선인장이 될 수 있을까.'다.



작가 김민기에게 세상은 사막과 같았다. 그런 그에게 선인장이란 내가 되었으면 하는 당당하고 강한 모습의 표상이다. 자신의 고민을 작품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은 작가인 그에게 새로운 버팀목이자 계기가 되었고 그의 작품은 날카로운 가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형태를 선인장이라 불렀다.



침실 옆 작은 방에는 작가의 방이 꾸며져 있다. 작가의 작업실을 옮겨온 것처럼 보이는 이 곳에는 작가가 작업할 때 입는 작업복이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작가의 작업 도구들과 함께 특징적으로 보이는 이 방의 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천장부터 사방의 벽까지 사용된 영수증들로 빼곡하게 가득 차 있다. 그 위에 하얀 덧칠을 한 후에 김민기 작가가 내키는 도형을 그렸는데, 김민기 작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그것조차도 선인장의 실루엣처럼 보인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모든 소비 행위에서 발생하는 영수증이 바로 이 사회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형태의 상징처럼 보였다고 한다.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나'라는 사람을 둘러싼 사회를 보여주는 방법으로써 영수증은 더없이 이 현실에 가까운 소재였고 그걸 바탕으로 이 방이 완성되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방의 조명 온도는 분명 따뜻해 보였음에도 쉽사리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사회의 기브 앤 테이크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영수증만 한 것이 있을까, 나도 모르게 한기가 도는 것 같았다. 김민기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을 위해 작업 테이블로 보이는 책상 위에는 빈 페인트 통이 영수증들을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온 영수증을 빈 통 안에 넣었다. 이 영수증이 과연 나를 둘러싼 사회를 보여주고 있을까? 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오프닝에서 만나본 김민기 작가님의 작품들은 연약하고 섬세한 감정이 하나하나 모래알을 쌓아 만든 성과 같았다. 긴 고민과 인내로 만들어졌기에 딴딴하고 매끈한 그 모습은 쉽게 보기 힘든 이미지로 승화된다. 그렇기에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김민기라는 연약한 한 인간이 이 사회에 부딪혀 얻어낸 현재의 정답은 사막이라는 삭막한 곳에서도 선인장은 자라고 꽃을 피운다는 것이기에, 그 모든 행위가 쉽사리 일어나지 않으며 하나하나 작은 것을 채움으로써 완성되기에. 우리는 일상의 작은 행복에서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기약한다.


만약 홀로 현실에서 싸우는 것처럼 느껴져 버겁다면, 아주 잠시만 김민기 X 우앤우로 도피해보는 것은 어떨까.





<Kim min-ki X STAY >


Oasis


"세상은 사막이다. 나는 선인장이 될 수 있을까"


작가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내면과의 충돌과 괴리감, 외로움, 혼란스러움, 불완전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피조물로서 세상을 마주한다.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개인의 욕망을 억압당하고, 개인으로서 지켜야 하는 규정 혹은 암묵적인 규칙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갈등 속에서 '예술'이라는 도피처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질문들은 작품들에 대한 근거로 발전되었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선인장이란 형상으로 표현하여 극복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보다 시적인 관점에서 여과 없이 압축적으로 고민의 단상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품들은 수도사가 수련하듯 지속적으로 펜을 사용하여 무수히 많은 원과 선, 점들을 응집하여 표현되는 선인장의 형상과 선의 형태의 라인들을 입체화한 설치조각 위주로 표현될 것이며, 이 형상들을 함께 모아 보여줌으로써 작품이 설치된 낯선 공간에서 작품과 교감하며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롭고 신선한 휴식을 하길 바란다.


인생이란 '개인이라는 소우주를 탐험하는 여정'이듯,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듭한다. 예술을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창작물을 만든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들에 보다 밀접하게 개입하고 실험하며 반응하여 관찰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주변과 환경 속에서 영향을 받고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 관객들에게 관점의 자극과 변이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일반 갤러리가 아닌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기존의 갤러리 전시(관람)가 아니라 직접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예술작품과 교감하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이며, 우앤우하우스에 설치될 이번 선인장 시리즈는 기존 평면 작업에서 새롭게 선보일 입체 전시로 이어진다.

이번 연계 작품이 우앤우 만의 모던함이 살아있는 공간에 융화하여 더 큰 효과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본 전시를 통해 작가는 게스트(관객)으로 하여금 삭막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러한 세상 속에서 선인장과도 같이 당당히 살아가며 강한 심장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작품 속에서 위로한다. 그리고 작가 본인 또한 그러한 의지를 작품으로 이룩하고자 한다.


"모색과 감각은 예술의 기본인데 김민기는 현실에 대한 탐구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조우한다. 현대미술에서 청춘은 망각되기 쉬운데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맞닥뜨리는 시점에서 조형을 구성한다. 이러한 미덕은 사적이고 주관적이지만 구체적이다. 물론 드러나는 과정이 애매하거나 모호한 미적 분위기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전략인지 혹은 그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반영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서구의 현대미술 문법을 차용하는 방식이 가끔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청년 예술가로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수행자이다."


<김병수 미술평론가>




더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시다면:


김민기 X 우앤우 에서의 하룻밤

https://brunch.co.kr/@nonayo/64


ARTTIRP

https://www.facebook.com/artstay.world


김민기 & 우앤우

https://www.airbnb.co.kr/rooms/1844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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