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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Nov 27. 2016

치즈 덕후에게 추천하는 알라 치즈 퐁듀 파티

퐁듀란 추운 겨울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먹는 요리인가 보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온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떠들썩하게 연말을 보내기는 힘들겠지만 힘들었던 올 한 해 다독이며 서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는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우리 사회는 이제 희망이 없다고도 이야기한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고 앞으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글쎄. 경제적인 성장만을 주목했던 과거의 이야기가 아닐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성장을 우리는 단언할 수 없고, 과거에는 절대로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을 만나 생기는 또 다른 시너지를 통해 우리가 현재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성장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은 미래가 도래한 것처럼.


그래, 그렇게 미래를 위해 우리는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6년 11월 26일, 부암동 프렙에서 제이디 키친의 셰프 제이디 언니의 원데이 쿠킹 클래스가 열렸다. 8월부터 시작된 셰프 제이디 언니의 쿠킹 클래스는 '독일 - 이탈리아 - 스페인 - 킨포크 - 프랑스 - 스위스' 이어지는 테마를 토대로 각 나라의 역사와 함께 식문화를 소개하며 그 나라 전통적인 조리법을 배우고 실제로 해보는 매력적인 쿠킹 클래스다. 클래스의 성격 때문인지 매 클래스마다 다른 나라의 음식에 관심이 많은 분이나 그곳에 여행을 다녀왔었던 분들이 오시기도 하는데, 스위스 쿠킹 클래스에도 스위스에서 퐁듀를 먹어보셨던 분들이 오셨다. 그러니 나름 여행을 다녔다 자부하는 나도 이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는 날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열고 수줍게 앉아있다. 하하


부암동 프렙에 도착해보니, 북유럽 풍으로 꾸며진 테이블 데코레이션을 만날 수 있었다. 쿠킹 클래스를 위해 준비된 VIP 룸에는 코르크 마개가 오픈된 화이트 와인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플로랄 향과 시나몬 스틱에서 느껴지는 겨울의 향, 타오르는 양초의 향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반짝이는 은빛 촛대와 테이블에 굴러다니는 솔방울들, 타닥타닥 타오르는 초와 찰랑거리며 차오르는 따뜻한 물의 훈김이 하얀 테이블보와 네모나게 접힌 린넨과 어우러져 특별한 파티에 초대받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올해 첫눈이 커다란 창 밖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하얀 눈이 창 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와 붉게 물든 단풍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스위스 퐁듀 요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국에서는 어디서 처음으로 치즈를 먹기 시작했는지를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임실에서 처음으로 치즈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벨기에에서 온 선교사가 임실 사람들에게 치즈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는데, 처음에 이 선교사도 치즈를 만드는 법을 몰랐기에 임실에 왔다가 다시 벨기에로 돌아가서 치즈 만드는 법을 배워서 임실로 돌아와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저 낙농업이 발달해 치즈가 발달했다고 생각했는데 치즈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거의 한 사람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을 상상하니 임실 치즈가 새롭게 느껴졌다. 새로운 음식과 식재료의 발견은 지리적인 배경과 역사의 만남으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매번 쿠킹 클래스를 통해 깨달아가고 있다.



이 날, 퐁듀가 아닌 스위스 음식인 뢰스티를 만들어주실 부암동 프렙의 이영라 셰프님도 만날 수 있었다. (프렙은 블루리본 2017년에도 선정된 코리안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젊고 발랄한 오너 셰프인 이영라 셰프님이 주방을 책임지고 계시다고 한다. https://www.bluer.co.kr/r/28228/ )



다음은 스위스 각 지역에서는 어떤 치즈가 만들어지는지 배울 수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브리 치즈는 스위스의 남쪽에서 우리가 잘 아는 구멍이 슝슝 뚫린 에멘탈 치즈는 스위스의 중앙 지역에서 그리고 동북부 지역에서는 강렬한 향과 맛의 아펜젤러가 만들어지는데, 북쪽 지역으로 갈수록 치즈 퐁듀의 향이 강렬해진다고 한다. 지역마다 김치 맛이 다른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니 이해하기가 쉬웠다. 스위스의 퐁듀는 우리가 아는 치즈 퐁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일 퐁듀, 디저트 퐁듀, 중국 훠궈에서 따온 고기육수 베이스의 퐁듀, 토마토소스와도 비슷한 미국식 느낌의 소스 퐁듀까지 총 다섯 종류가 있다고 한다. 오늘은 덴마크의 알라 치즈를 이용해 스위스 가정식 치즈 퐁듀를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치즈에 관한 공부 시간이 한차례 끝나고 이제 요리 재료를 시식해볼 시간!



먼저 퐁듀의 베이스로 사용되는 화이트 와인을 시음하게 되었는데, 플로럴한 향이 풍부하게 느껴지고 달지 않지만 깊이 있는 맛과 예쁜 색에 다른 분들과 같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더니 와인계의 슈퍼스타 피에르 뤼르통이 만든 와인이라고 한다. 엨... 와인을 모르고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홀짝홀짝 마실만큼 맛있었다. 홈플러스에서 18900원에 11월 현재 행사 중이라고 한다. 연말에 무슨 와인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요거.. 요거 사시라. 강추




와인과 함께 나온 치즈 플레이트는 덴마크의 알라 크림치즈, 알라 브리 치즈, 알라 에멘탈 치즈, 그뤼에르 치즈, 알라 하바티 치즈로 꾸며져 있었다. 맨 위에 크림치즈가 발라진 비스킷부터 아래로 먹으면 점점 진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하바티 치즈는 고추가 섞여 있어서 수제 버거나, 파니니를 만들 때 넣으면 맛있다고 한다. 냠냠!



이 날 오신 분들이 모두 알라의 크림치즈가 제일 맛있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제과재빵을 했던 내가 느끼기에도 너무 느끼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새콤한 듯 고소한 밸런스가 무척 좋은 맛이었다. 이걸로 과일 치즈 무스 케이크를 만든다면 과일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부드러운 치즈 무스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냉장고에 넣어뒀다 꺼내도 부들부들할 만큼 부드러운 텍스쳐를 자랑한다니, 이케아 호밀 비스킷에 같이 먹으려고 크림치즈를 하나 사려고 했었는데 이걸 사러 홈플러스를 가야 하나 고민될 정도로 맛있었다. 알라 크림치즈가 순두부 라면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는 딱딱한 부침용 두부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정말 강추...!

이러다 연말 홈파티는 알라 크림치즈 + 이케아 호밀 비스킷 + 엑스 샤또 화이트 세트로 할지도 모르겠다.




치즈와 함께 먹을 비스킷과 호밀빵이 담긴 접시가 테이블을 빙글빙글 돌수록 옆 사람과 유쾌하게 웃고 짧게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다.



가볍게 치즈 플레이트를 즐기는 동안 프렙의 메뉴 중 하나인 훈제 송어 샐러드가 나왔다. 훈제 연어와는 다른 촉촉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훈제 송어에 치즈와 상큼한 소스가 잘 어울렸다. 야채까지 싹싹 쓸어먹었는데 집에서도 이런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면 삼시세끼 샐러드만 먹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컷 먹고 나니 치즈 퐁듀를 만드는 시간이 되었다. 작은 2인용 주물 냄비에 마늘편을 빡빡 문질러 마늘즙을 냄비를 코팅한다 생각하듯 바르라고 했다. 2인 1냄비이기 때문에 한 사람은 마늘, 한 사람은 계량을 맡는다.



나는 그동안 화이트 와인 50ml에 콘스타치 2ts, 체리술 2Ts를 한 곳에 계량한다. 체리술이 많이 들어가면 쓰니까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고 한다.



마늘즙에 코팅된 냄비에 마늘을 그대로 둔 상태로 계량한 화이트 와인을 포함한 액체를 부어주고 그 위에 갈아서 섞어둔 알라 에멘탈 치즈와 그뤼에르를 후루룩 넣어준다. 이때 에멘탈 치즈와 그뤼에르 치즈의 비율은 2:1로 넣어주면 된다. (여기서는 200g:100g을 계량해서 넣어주었다.) 만약 치즈를 강판을 갈아놓는 것이 힘들다면 믹서로 후루루룩 갈아버려도 된다. 실제로 스위스의 레스토랑에서는 믹서를 사용해 많은 양의 치즈를 갈아둔다고 한다.



치즈가 녹기 시작하면 잘 저어주면서 넛맥을 조금 넣어준다. 향이 강한 걸 좋아하면 많이 넣어도 된다고 하는데 넛맥이 뭔가 했더니 장금이의 미각을 잃게 만들었다는 육두구라는 새로운 사실을 주변에 앉아있던 분들 덕분에 알게 되었다.


이걸 먹고 자... 장금이가 미각을 잃었다고요?


독약을 먹고 미각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니 새삼 또 새로운 충격이었다. 나만 몰랐나. 게다가 넛맥이 동그란 덩어리로 생긴지는 처음 알았다. 보통 마트에서는 가루 형태로만 봐서 그런지 생소하지만 신기했다.


넛맥은 동그랗게 생겼다. 오오!


그리고 치즈가 녹진하게 다 녹으면 퐁듀 꼬챙이에 호밀빵을 콕 찍어서 푹!!!!



이렇게 빵에 치즈를 듬뿍 묻혀서 먹으면 된다. 그런데 이게 참 설명하기 힘든 게 이제까지 살면서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인데 맛있다! 스키장에서 스키를 신나게 타고 놀다가 와서 먹으면 몸이 사르르 녹으면서 힘이 퐁퐁 날 것 같은 맛이랄까.



스위스의 감자전 뢰스티는 감자채를 노릇하게 부쳐낸 것인데 익숙한 재료에 익숙한 모양이라서 그런지 퐁듀와는 다른 친숙하면서도 맛있는 느낌? 게다가 치즈 퐁듀를 먹다가 뢰스티를 먹으면 고소한 버터의 맛과 고소한 감자의 맛이 느끼하면서 복잡한 치즈의 맛과 잘 어울렸다. 고소하고 찐한 치즈를 위에 잔뜩 뿌린 감자튀김처럼, 궁합이 환상적이었다.


치즈가 이렇게 걸쭉하면 완성
쫄아붙은 치즈를 필사적으로 손목 스냅으로 감아봅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퐁듀에도 손 맛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든 냄비의 맛이 다 달랐다. 그래서 꼬챙이에 호밀빵을 꽂고 다른 퐁듀 냄비로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서로의 냄비가 어떤 맛인지 다른 사람들의 퐁듀 맛은 어떤지 와인을 마시며 퐁듀를 먹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게다가 그 사이에 창 밖에는 하얀 눈이 쌓여서 절경이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사람들은 아름답게 날리는 첫눈을 바라보며 오늘 타이밍이 정말 환상적이라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하얗게 날리는 눈 덕분에 스위스로 여행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치즈치즈한 치즈 퐁듀의 좋은 점을 하나 더 뽑자면, 치즈를 거의 다 먹었으면 마시던 와인을 부어주고, 치즈를 더 넣고 그리고 넛맷도 더 넣어주고 재료만 추가해서 먹으면 된다. 치즈에는 비스킷도 빵도 꼬챙이에 찍어 치즈만 찍어먹으면 되니 옆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다. 이건 우리나라의 전골 요리나 일본의 나베 요리, 중국의 훠궈 요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추운 날씨에 커다란 냄비를 중앙에 두고 후후 불며 먹는 느긋한 요리.

그래서일까 이 날의 쿠킹클래스는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아쉬워 쿠킹 클래스가 끝나고도 차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와인까지 모조리 동낼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분야의 일이며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나 유행, 여행지에서의 자신만의 경험들을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하려는 새로운 도전에 조언을 받기도 응원을 받기도 했다.

치즈 퐁듀 클래스는 끝났지만 이 날의 인연은 또 다른 날의 만남으로 이어질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냄비 요리의 느긋함에 푹 빠질 것 같다. 만약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추운 겨울 따뜻한 냄비 요리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치즈 퐁듀를 함께 나눠 먹자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집에 불러 초대하는 것도 좋겠다.






퐁듀 레시피 정리


알라 에멘탈 치즈 200g, 그뤼에르 치즈 100g, 마늘 1쪽, 드라이 화이트와인 50ml, 콘스타치 2ts, 체리술 2Ts, 넛맥 조금


1. 퐁듀 그릇에 마늘을 바른다.

2. 에멘탈 치즈 + 그뤼에르는 갈아서 준비한다.

3. 화이트와인+콘스타치(옥수수전분가루)+체리술을 넣고 섞는다.

4. 마늘을 바른 그릇에 3을 넣는다.

5. 불을 켜고, 갈아놓은 치즈를 넣는다.

6. 치즈가 녹으면 넛맥을 조금 갈아서 넣는다.

7. 퐁듀 포크에 빵을 찍어 녹은 치즈에 푹 담궈 먹는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땐 모짜렐라 치즈를 섞어줘도 좋다.


푸드스토리X쿠킹 클래스 제이디 셰프님의 블로그

http://jdlifestyle.com/


부암동 프렙

https://www.facebook.com/beyondp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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