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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Dec 30. 2016

자전거의 도시 코펜하겐

코펜하겐 자전거 도전기



코펜하겐에 도착해서 감기 기운과 쌀쌀한 날씨에 오들오들 떨어가며, 인어상을 영접하고 코펜하겐 도서관을 구경하고 나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내 눈에 주르륵 늘어서있는 자전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앞으로는 씽씽 거리며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고, 어디서 솟아난 것인지 몰라도 그래 까짓 거 자전거 타다가 사고 나면 여행자 보험밖에 더 나오겠어! 하는 마음으로


코펜하겐에 왔으면 자전거를 타봐야지!


하고 무모하게 도전했다. 덧붙여 말하건대 나는 서울에서도 자전거를 잘 안 탄다. 그냥 코펜하겐 사람들이 너무 멋지게 자전거를 타기에 나도 도전한 것인데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에겐 코펜하겐이 천국이겠지만 이건 제비 떼와 함께 날아보려 발버둥 친 아기오리의 슬픈 스토리가 되겠다. (흑)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상
코펜하겐 도서관 내부 전경


코펜하겐을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죽하면 마을버스 같은 개념의 보트에서도 자전거를 당연한 듯 들고 타고 내린단 말인가. 티볼리 파크 주변의 대로에는 정말 제비 떼처럼 자전거들이 달려오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여행자용 하루 패스로 대중교통을 원 없이 이용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도보로 이동거리가 있던 터라 발이 피곤하던 차였다.


일단 자전거를 빌릴 수만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코펜하겐 도서관 뒤편에 늘어서 있는 대여용 자전거들을 보고 근처를 조금 돌아보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성적으로 어딘가를 구경할 체력이 이미 소진된 상태라 뭔가 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코펜하겐을 즐길만한 것 중에 자전거만 한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서울에서도 자전거를 쉬이 타지 못하는 내가 어쩌자고 자전거 만렙들의 도시 코펜하겐에서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을까. 아무래도 감기 기운이 분명 원인이었을 것 같다.



대여용 자전거인데도 서울에서 봤던 촌스러움은 온데간데없고 간결하고 심플한 데다가 예쁘기까지 했다. 짐칸까지 따로 있어서 짐을 옮기기에도 편해 보였다. 우선 사용이 가능할지가 중요했으나 그 부분은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북유럽을 다니면서 얼마나 이런 시스템이 발달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내 그 부분에 감탄하던 차였다.



새롭게 가입을 해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New User를 클릭하면 된다.



가입할 때는 이메일을 넣고, 그 뒤에 해외 결제가 되는 신용 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신용카드가 사용 가능한 카드인지만 확인하면 돼서, 가입하는데 4분밖에 안 걸렸다.



빌리면 이렇게 메인 메뉴가 뜨는데, 로그인하고 몇 분 이내로 자전거를 꺼내지 않으면 자동 취소가 돼서 다시 잠금이 걸리므로 로그인을 하고 대여를 하자마자 자전거는 빼내는 것이 좋다. 30분에 5000원 정도로(DKK25) 30분 전에 다시 반납해도 5000원이 결제되니까 이왕 빌린다면 30분은 채워서 타는 것이 좋겠지만 나는 달려보고 쫄아서 10분 만에 다시 반납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전기 자전거라 속도가 너무 빨라 쉬엄쉬엄 달릴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시내로 나오자마자 반납할 수 있는 보관함들이 반납된 자전거들로 꽉꽉 차 있어서 비어있는 보관함을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목숨을 걸고 도로를 더 따라 달리며 여행을 하는 건 결코 그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 같았다. 특히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들이 제일 싫어할 것 같았다. 세 번째, 코펜하겐 사람들이 자전거를 너무 잘 타서 초심자인 내 솜씨로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이 드신 멋쟁이 신사 할아버지도 자전거 선수처럼 도로를 달리시는데 전기 자전거인 나보다 빠르다. 나를 쉽사리 추월하는 어린 학생이나 노인분들을 본다면 깨갱하고 작아질 수밖에.

 그러니 감기가 걸려 헤롱 거리는 나 같은 외국인이 제비 떼처럼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덴마크 사람들을 따라잡겠는가. 게다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기 자전거는 정말 적은 힘으로도 빠르고 쉽게 달릴 수 있었지만 내 능력으로 조절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었다.



그래도 예쁘고 빠르고 편하고 좋았다. 이렇게 사람 없는 지역에서는 구경을 하며 타는 즐거움도 있었고 속도도 잘나니 자전거만 잘 탄다면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자전거 대여 비용이 적지 않긴 하다. (흠흠) 하지만 춥지 않은 날, 아름다운 코펜하겐을 보며 로컬처럼 달리는 즐거움은 분명 보장할 수 있다. 내가 자전거만 수족처럼 다뤘어도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자전거 모니터를 통해 현재 배터리 상황이나, 근방에서 가까운 반납함들까지의 거리와 경로, 해당 반납함의 비어있는 수량 체크, 게다가 내비게이션으로 원하는 곳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 실시간으로 검색이 가능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전기 자전거가 살짝 무겁다는 점만 빼면, 아 그네들의 신체 구조상 나에게는 조금 크다는 단점도 빼면 정말 훌륭했다. (내 키도 170으로 작은 편은 아닌데 말이다. 아참 나는 다리가 짧다. )



정말 놀라운 점은 자전거 도로가 매우 잘 되어 있다는 것,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의상이 매우 자유로웠고 자전거들도 각양각색이었다는 것. 어린 자녀들은 부모 옆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부모의 자전거 앞에 달린 리어카에 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럽던지 저렇게 꼬맹이도 이렇게 혼잡한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린단 사실에 놀랍고 부럽기까지 했다. 내가 제일 놀랐던 점은 자전거 앞에 리어카나 마차를 달아 개조한 자전거도 손쉽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위험하다며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은데, 코펜하겐에서는 그 모습이 무척 멋져 보였다. 그 앞에 탄 자녀들이 제법 크고 여러 명이더라도 씩씩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어머님들을 보면 어찌나 놀라운지. 덴마크 사람들 중에 뚱뚱한 사람이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자전거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자전거를 제대로 배워 방문하고 싶어 지는 도시 코펜하겐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여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고 또 새로운 도전을 얻어간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분이 자전거를 잘 탄다면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를 빌려 꼭 타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다. 이왕지사 시내 반대 방향으로 달려보시길, 나는 다음에 감기가 안 걸린 건강한 상태로 코펜하겐 시내 여행을 친구들과 자전거로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코펜하겐 = 자전거의 도시!




자세한 정보가 담긴 코펜하겐 gobike 웹사이트

http://gobike.com/


gobike 대한 BBC 뉴스 (사용 방법이 자세하게 소개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N7OXZ5kU3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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