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었던 아기자기한 도시
여행에서는 모름지기 날씨가 중요하다. 그렇다 북유럽 여행기가 맥락 없이 툭하고 덴마크에서 끊겨버린 이유의 가장 큰 이유는 핀란드 아웃 이후의 날씨가 매우 매우 안 좋았다. 그래서 사진을 뒤적거리다 보면 추워서 우울하고 힘들고 배고팠던 생각만 나는 게 아닌가. 하지만 또 돌이켜보니 좋은 순간들도 있었기에 다시 적어보고자 정리를 하려 한다. 그런데 코펜하겐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카페와 자전거 이야기는 벌써 적었다. 그럼 다녀왔던 빵집 후기와 깜짝 놀랐던 운하 보트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어보도록 하자.
*2015년의 여행이라 가격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 https://brunch.co.kr/@nonayo/86
헨리 빕스코브 : https://brunch.co.kr/@nonayo/82
코펜하겐의 유명한 프랜차이즈 빵집
홈페이지: http://lagkagehuset.dk/
트립어드바이저 코펜하겐 디저트 부문 5위 : 프랜차이즈라 코펜하겐 시내에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프랜차이즈라고 하지만 엄청 맛있다는 평. 빵이 엄청 다 맛있게 생겼고 예쁘고 현지인들도 많이 들린다. 그래서인지 번호표를 뽑아 주문하고 결제하는 데에도 엄청나게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다. 눈치껏 빵을 골랐다면 번호표를 뽑고 계산을 하자. 나는 샌드위치를 골랐더니 샌드위치는 계산을 따로 해도 되는지 번호표 안 뽑고도 계산해주었다.
덴마크가 낙농업이 발달한 나라라 그런지 버터가 듬뿍 들어간 데니쉬가 진짜 맛있다고 한다. 어쩐지 그전에 들린 카페 데니쉬가 맛있더라니. 그리고 빵집에 데니쉬 품목이 아주 가득하다. 여유가 하루 더 있었어도 실컷 먹어보는 것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케이크에 설레었지만 이미 어젯밤에 파제르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한 케이크 두 조각이 무척 달았던 기억이 있어서 (하지만 맛있었다) 케이크는 엄두가 안 났다. 왜 나란 사람은 지나고 사진으로 보고 스스로 테러를 당하는가.
스테프 핫도그의 나라
코펜하겐 역 앞의 스태프 핫도그 노점,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인도나 광장에 꼭 하나씩 핫도그 트럭이 있다. 처음엔 그 빈약한 속에 지나쳤지만 배가 고프고 출출하니 이만한 것도 없더라. 핫도그를 좋아하는 난 정말 게눈 감추듯 쓱싹 금방 하나를 먹어치웠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실컷 먹어보길. 그 뒤에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덴마크 핫도그 맛이 생각나 노점에서 사 먹어봤는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블랙 다이아몬드를 닮은 도서관
주변 공사 때문에 사진은 별로이지만 도서관 자체는 무척 아름다웠다. 약간 시청 도서관처럼 구 건물과 신 건물을 이어놓은 부분도 신기했다. 만약 여름에, 백야에, 날씨 좋은 날 갔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지하에는 강연을 위한 홀 같은 곳이 있는 것 같았고 1층에는 카페와 기념품 샵이, 그리고 곳곳에 방문객을 위한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어 여유로운 공간이었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좋아서 공공건물이 관리가 잘 되는 모습이 신기했고, 중앙을 길게 가로지르는 무빙 로드를 타고 올라가면 맞은편에 보이는 운하와 건물들의 모습이 그림 같았다.
마을버스가 아니라 운하 보트예요.
당당하게 구글맵에 이동경로로 표시되었던 992 보트. 이걸 타면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다.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봤던 그 조그마한 인어공주 동상을 만날 수 있다니! 게다가 이 보트를 타고 운하를 따라가는 것도 제법 기대가 되었다.
공항 기계에서 시티패스를 결제하면 공항부터 시내 관광까지 이걸로 모조리 해결이 된다. 저 운하 보트도 요걸 보여주고 타면 된다. 사실 포함되는지 안되는지 몰라서 쫄았던 건 안비밀. 모든 교통수단이 가능하다면 운하 보트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엄청 벌벌 떨며 기다렸는데 쿨한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워줬다.
그런데 시간이 상당히 띄엄띄엄 오기에 사실 버스가 더 괜찮은 이동 방법일 수도 있지만 난 배가 타고 싶었다. 그래서 춥지만 벌벌 떨며 기다렸는데, 나 말고 사람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다. (안 쓰는 선착장이라던가 할까 봐.)
이 운하 보트는 인기 많은 정류장엔 사람이 많지만, 애초에 상당히 간격이 띄엄띄엄이기 때문에 시간에 맞지 않으면 이용하기 좀 애매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운하를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운하 근처에 있는 왕립 도서관이나 콘서트 홀 등으로의 접근성이 상당히 좋았다. 인어공주 보러 갈 때도 추천. 버스도 가도 어차피 공원 입구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쇼핑쇼핑쇼핑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 혹은 강남?
스트뢰에에는 일룸이라는 디자인 백화점이 유명하다. 분명 덴마크에 살면 집꾸미는 재미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 어딜 둘러보아도 이리 예쁜 것들이 많으니. 하지만 여행자, 그것도 짐이 하나라도 늘면 근심도 늘어나는 나에게 그것은 마치 고문같았다. 차라리 눈에 들어오지마라 하고 중얼거리며 지나쳤던 사람이 가득한 에프터 크리스마스 세일 기간의 스트뢰에. 그러나 백화점 1층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최대 70% ~ 20% 세일을 하는 가방과 지갑, 다양한 잡화류를 본 순간 나도 그 곳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고민해서 산 지갑은 매우 잘 사용하고 있다. 가성비 최고. 심지어 디자인도 흔하지 않아서 더욱 마음에 든다. 그래서일까 스트뢰에를 떠올리면 세일과 여성분들의 쇼핑 러쉬가 생각난다.
낯선 교통수단은 늘 불안하다
코펜하겐 공항과 시내는 매우 가깝다. 하지만 심리적 거리는 엄청났다. 공항의 코인로커를 이용하고, 텍스 프리를 처리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골치가 아팠다. 여러 철도들 승강장 중 코펜하겐으로 가는 철도 승강장을 찾기 위해 계속 신경을 쓰고 실수로 락이 걸려버린 신용카드 때문에 결제가 불편해져서 뭘 사 먹는 것도 눈치가 보이다 보니 너무 피곤해져서 서둘러 공항으로 돌아와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체력의 한계가 왔었던 것 같다. 매일같이 제일 첫 비행기와 제일 늦은 비행기를 타고 급하게 돌아다니다 보니 우울한 날씨와 저조한 체력과 바닥을 보이는 잔고가 더더욱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아마 코펜하겐에서 1박이라는 여유가 있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기만 하다. 공항철도는 역시나 직원이 돌아다니며 직접 티켓을 체크했었던 것 같다. 시티 패스가 있다면 추가 요금 없이 공항까지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