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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논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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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Nov 26. 2019

마당을 나온 여고생

도제식 교육의 시작

"엄마, 나 학교 안 갈래"


"아따 이노무 기집얘가 아침부터 또 이러네"


"아 진짜 가기 싫다구우우!"


"왜 또 왜!"


"아 너무 답답하고 내가 하고 싶은걸 못하게 하잖아!"


"뭘 하고 싶은디 읭? 너가?"


"나는 그냥 학교가 싫어! 배우는 게 없어!"


"얘가 뭘 잘 못 먹었나 아침부터 뭔 개소리여!"


학교 갔다 와서 논스 라운지 소파에 엎드려 자고 있는 한 앳되 보이는 아이의 이야기다. 기숙사 학교를 꼭 가야 한다는 부모님과 몇 년간의 실랑이 끝에 합의를 본 것이 바로 '하숙'.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기숙사 학교라 부모님이 자퇴 대신 외부 방과 후 시간을 허락하신 것이다.


"그럼 나 논스 갈래"


"논스?.. 그게 뭐여"


"아 그 페북에서 봤는데, 사람들이랑 같이 먹고 자고 일하는 곳이랩"


"뭐 또 다단계나 종교단체 같은 거 아녀?"


"그런 거 아냐!.."


그렇게 2주 전 한 여고생이 논스에 입주하게 되었다. 처음엔 무슨 교복 입은 애가 소파에 앉아 있길래 이미 지난 할로윈 코스튬을 아직까지 왜 입고 있지.. 라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실제로 고등학생이었다. 뭐 지금은 삼디다스 쓰레빠를 끌고 다니며 수능패션으로 돌아다니는 엄청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무튼 딱 보기엔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여고생이다.



"너 지금 뭐해?"


"캘린더 만들고 있어요"


"달력?.. 그걸로 뭐하려고?"


"아 그 성동이 오빠가 저 디자인 잘하니깐 이거 만들어서 같이 팔재욥 ㅎㅎ"


"이야.. 오자마자 사업 시작하는 거야?"


"그렇죠 ^^.. 후훕"


"얼마 받는데?"


"흠.. 장당 천 원 생각하고 있는데 몰라요 수요 많으면 더 올릴 수도 있대요 오빠가"


"이야~.. YJ 잘 나가는데?"


"저 해커톤도 나갔어요!"


"해커톤?!..."


"네! 그 경시대회? 같은 거예요"


"잉? 디자인계열도 해커톤이 있었어?"


"당연하죠~ 여기 디자인 스튜디오하고 있는 예슬이 언니도 만났는데 언니가 대학도 대학이지만 해커톤 100번 나가는 게 훨씬 제 커리어랑 실력 향상에 좋대요"


참고로 성동이 오빠는 논숙한지 2년차인 창업가 겸 투자자이고 예슬님은 한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다. 순수함과 붙임성에 끌려서 그런가 논스에 살고 있는 실력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직접 자발적으로 도제식 교육을 제공하고 있었다.


"YJ 너무 잘 나가는 거 아냐?"


"저 쩔죠~ 너무 행복해요 학교 나와서!"


"근데 내일 다시 가야 되잖아"


"아씨!... 상기시키지 말라구요~"


"학교가 싫어?"


"아 그냥 너무 저랑 안 맞아요"


"ㅋㅋ.. 어찌까잉.. 뭔가 사범대 출신으로서 찡하다"


"어때요 뭐, 제가 좀 특이한가 봐요"


나도 학교를 다녀본 입장에서 학교에 맞는 체질이 있고 아닌 체질이 있는 것 같긴 하다. 확실히 이 아이는 학교 체질은 아닌 것 같다. 오죽하면 학교 첫날 선생님한테 가서 공손히 "선생님, 저 자퇴 생각하고 왔어요"라고 했을까..


선생님, 저 자퇴 생각하고 왔어요.


그렇다고 뭐 얘가 소위 말하는 '일진'이나 그런 포스는 전혀 없다. 점심시간에 교문밖을 나와 떡볶이랑 순대를 겁나 잘 먹을 것 같이 순둥순둥 하게 생긴 여고생이다. 그래서 그런가 논숙자들이 더더욱 챙겨주려 하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책에 파묻혀 원하는 것을 좇지 못했던 자신들의 냉혹한 학창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인 건가..


아침부터 뭔 논스 밥톡방에 2~300개씩 메시지가 밀려있나 싶었더니만 벌써 YJ표 마케팅을 런칭한 것이다.




꽤 반응이 좋았다.



아니, 너무 좋았다..



구입 후 인증도 올리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인생 상담도 해주며


그렇게 다 매진


어릴 때 배운 도둑질 남 못 준다고 나름 또 사범대 출신이라고 이런 역삼동 정글 같은 곳에 여고생이 왔다 하니 선비스러운 걱정이 들긴 했지만, 큰 오산이었던가. 오빠, 언니들이 친동생처럼 하나 같이 잘 챙겨주고 있고 무엇보다 본인이 학교 울타리 밖의 더 큰 세상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렌즈와 보호막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인 것 같다. 앞으로 이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나, 뭔가 또래들보다 자신의 빛을 조금 더 잘 찾아나갈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완판 기념 CEO와 찰칵

 작성 Forev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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