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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May 04. 2020

동물의 숲? 논스의 숲!

게임같은 세상, 바로 여기.

"우리는 타 코리빙에 비해 그런건 잘 없는 것 같아"


"그렇게 못하고 분위기상 하지도 않지"


"무엇을?"


"다른데는 신입 입주민이 있으면 파티도 열고, 커퓨니티에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항상 계획을 해놓는대"


"흐어.. 그걸 매번 한다고?"


"응, 손이 많이 가긴 하지. 행사 준비부터 진행까지.."


"대단하다. 뭔가 엄청.. 사람들이 지원받고 있는? 그런 복지공간이랑 비슷한듯"


타 코리빙은 참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물론 우리도 손이 많이 가는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뭐랄까 방향성이 좀 다른 것 같다. 그들은 위에서 기획을 한 다음 밑으로 뿌리는 Top-down, 우리는 Bottom-up.


논스는 둘러보면 뭔가가 자연스럽게 알아서 진행되고 있다. 1층에 와 보면 사람들끼리 모여서 스터디 같은 것을 하고 있고, 오픈키친에서는 무슨 바리스타가 와서 시음회를 하고 있으며, 어디 몇 명은 단체로 황토방 엠티를 가고 있고, 루프탑에서는 헬스 서클이 생겨서 다 같이 버피와 크런치를 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논파(운영진)은 딱히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논파 본인들도 어슬렁 어슬렁, 기웃기웃 거리며 저 멋진 분은 누구시냐고, 여긴 또 뭐하고 있는 거냐고 재밌어보인다고 자기도 끼워 달라곤 한다. 누가 운영진이고 누가 입주자인지 분별이 안 가는 시츄에이션. 혼돈이라면 혼돈이라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자연 발생한 것 치고 랜덤하지 않은 것이 어딨겠는가? 아침에 뜬금없이 코워킹 창문에 부엉이가 날아 들어온 순간과 같이 논스는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기엔 너무나 혼란스러우나 그 나타남은 묘하고 경이롭다.


“묘하다”


“신기하다”


뭔가가 유기적으로 생겨나 알아서 발생하고 있다.


설계만 해 놓으면 알아서 게임이 굴러가는 심시티(Sim City)를 하는 것 같다.

무얼까?


무엇이 이걸 굴러가게 하는가?


나의 좁디도 좁은 견문으론 도저히 이를 정의 내리거나 딱 잘라 설명할 수가 없으나 쓸데없는 호기심에 부풀어 두 언구로 가설을 세워봤다.



1. 사토시께서 이르되, "모든 것 탈중앙화 될지어다”


블록체인 철학에 영감을 받아 출범한 커뮤니티인 만큼 논스는 중앙화 된, Top-down 방식을 꺼려한다. 누가 아무리 무엇을 하고 싶어 해도 심지어 그 사람이 대표라 할지라도 입주민들의 지지 없이는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곳이다. 사실 누가 대표고 누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대표들도 대표라 불리는 걸 싫어한다. 대표님 혹은 CEO라 부르면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막 역정을 낸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보면 만든 사람? 만든 팀?은 독재하지 않고 대부분 유지관리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토시(비트코인 개발자)가 비트코인으로 땡전 한 푼 못 벌었다는 설이 마냥 카더라가 아니라 팩트일 수도 있는 곳이 바로 블록체인 업계다. 여기서 네트워크 (이하, 생태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장본인은 군림하고자 하는 파운더 혹은 개발자가 아닌 유저들이다. 네트워크의 진정성에 매료된 유저들이 하나둘씩 모여 생태계의 발전과 보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풀뿌리인 것이다. Top-down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오픈소스, Bottom-up의 달콤함이랄까..


"일이 이루어졌으면 물러가는 것, 하늘의 길이다"      


옛 현인이 남긴 말이다. 진실된 지도자는 군림하지 않고 자신의 공에 대해 생색내지 않으며 백성을 억압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 다 이루고 한 발치 물러서서 보일 듯 말 듯, 알듯 말 듯 만물을 도와주고 만사를 관장한다. 바로 이 철학이 논스 문화에 녹아들어있는 것 같다. 지극히 우연의 사건으로 싹튼 이 커뮤니티의 생태계를 유저 혹은 입주자들이 모두 함께 풀뿌리로서 발전시켜 나간다는 그 문화 말이다.


운영진만 봐도 그렇다. 논스는 운영진을 늘릴 때 공고를 내서 면접을 본 뒤에 합격시키는 그런 기존의 인사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 회의실에 들어와 보면 뜬금없이 입주민이 논파가 되어 있다. 이렇게 입주민이 논파가 되고 논파가 탈논파하여 다시 입주민이 경우가 허다하다.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주체적 활동과 상생으로 흘러가는 '공동체'. BTS가 ARMY의 주체적 홍보와 기여가 없었으면 지금의 BTS가 될 수 없었듯이 논스도 ARMY와 같은 클래식한 구성원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 논스에서 커뮤니티 매니저인줄 알았던 의준이(현 커뮤니티 매니저)가 당시엔 그냥 평범한 입주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모두가 주인이니 주인이 없다. 그러니 논파가 아닌 입주민들이 논파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도 허다하며 호점 별로 하우스 리더까지 있다. 입주민이 게스트를 데리고 와서 투어 시켜주는 건 너무나 빈번하여 이젠 논파도 우와 거리며 쫄래쫄래 따라가곤 한다.


이렇게 자칫 한곳에 집중될 수 있는 권한을 분산시켜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문화와 프로토콜을 만들어가는 것은 강한 민주주의 향기를 풍긴다. 그렇게 10호점, 100호점 까지 확장을 해도 논스의 생태계는 건재할 수 있다. 논스는 진정 풀뿌리 민주주의인 것인가?



2. “논스? 너 다해”


흔히, 자연의 이치를 음과 양의 조화라 한다. 음은 여성성이고 양은 남성성이다. 이 우주와 모든 생물체는 음과 양의 기운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 음과 양의 기운을 함께 가지고 있다. 꼭 남자라고 양의 기운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이 아니고 여자라고 음의 기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운의 발란스는 객체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를 대입했을 때 논스는 타 커뮤니티들에 비해 양기, 즉 남성성이 상대적으로 짙다고 느껴진다. 거침이 있는 '산골마을'의 양기가 진득하다. 산골마을의 비유를 든 이유는 입주민들의 강한 주체성과 자립심 때문이다. 오냐오냐 키워서 때깔은 좋지만 잘 넘어지는 아이들에 비해 산골마을에서 “거칠게” 자란 아이들은 무엇이든 잘 주워 먹고,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삶이 레몬을 던지면 천연덕스럽게 레모네이드를 짜고 있을 그런 아이들. 그런 강한 주체성, 자립심의 아이들이 와글와글 대는 곳이 바로 여기 논스마을이다.


"논스 너 꺼야. 여기서 너 하고 싶은거 다 해보는거야“     


논스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누구한테는 다소 부담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최소 논숙자들한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말이다. 하나같이 색깔이 뚜렷하고 정이 넘치며 언제든지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들 즉, 소프트웨어가 있고 촬영 스튜디오, 루프탑, 라운지, 오픈키친 등 하드웨어까지 탄탄하니 예술이든 교육이든 사업이든 진짜 누구나 상상만 했던 것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높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바깥세상에서 탈출한 나만의 세상 같다. 밖의 친구들을 마구마구 데려와서 구경시켜주고 싶은 그런 곳.     


이쯤에서는 영세 형(논스 공동대표)의 발언 “입주자들을 모두 논스 오너로 만들겠어!”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입주자들을 모두 논스 오너로 만들겠어!”


형의 꿈은 저렴한 부동산을 매입하고 지분화 하여 입주자들이 모두 나눠 가진 뒤 파운더/유저 분별없이 정말 살기 좋고 행복한 마을을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육아 걱정, 생계 걱정, 자녀교육 걱정, 인간관계 걱정, 도시공해, 소음공해 걱정 없는 그런 이상향을 같이 만들겠다는 꿈. 함께 사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끝에 갖게 된 아주 소중한 꿈이다.


영세형이 꿈꾸는 이 마을은 모두의 이상향일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운이 좋아 논숙자들이 함께 그 이상향을 잘 만들어 나간다면 자연스레 해당 지역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상권이 형성되며 자본이 따라올 것이다. 그렇게 땅값은 오른다.


"응? 갑자기 웬 땅 값?"


그렇다 땅 값. 효리네 민박, 백종원 거리, 예술가들의 거리로 인해 상승한 그 땅 값 말이다. 는 대한민국 미래의 주인이자 컨텐츠와 열정을 쥐고 있는 청년들이 더 이상은 현대판 소작농으로 전락하지 않고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컨텐츠를 마음껏 펼치기 위함이요 도심에 집중되어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외곽으로 분산시키기 위함이다. 이전 세대의 무분별한 투기로 폭등한 지금의 대한민국 부동산, 우리 땅.. 우리 청년들도 이 생에서 맛은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는가?



모여봐요 논스의 숲


"논스의 숲"


결국 논스의 숲이다. 위에서 언급한 풀뿌리 민주주의와 구성원들의 긍정적 주체성은 현실판 동물의 숲인 “논스의 숲”을 완성시킬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재료들이다. 논스에 들어오면 하나같이 다 NPC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모두 다 가슴에 품고 있는 자신만의 이상향을 여기 이 곳에서 함께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아주 강하다. 그러니 모두 다 NPC인 것이다. 하나같이 색깔과 목소리가 없는 사람이 없다. 여기선 모두가 소중하고 모두가 주인이다.


증강현실 앱을 마을 입구에서 딱 켰을 때, "무슨무슨 예술가", "무슨무슨 창업가" 등의 닉네임이 띄워진 아바타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상상을 해보라. 이 게임에선 마음에 들지 않는 답변을 골라야 할 필요가 없다. 내가 답변하고 싶은 무한한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빠꾸도 없다. 리셋도 없다. 세이브 파일도 없다. 인벤토리창 시간정지도 없다. 말 그대로 '빠꾸없는 인생게임'. 극히 신중히 플레이 해야하는 난이도 "최고" 레벨 시뮬레이션 게임.


이로써 논스는 단순한 '판매자-소비자'의 패턴을 초월한 복합 유기적 공동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공동체로서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 문화도 굉장히 최근에 출범시켰고 여전히 많은 입주자들이 논스문화에 온보딩 중에 있다. 코리빙/코워킹에 집중한지도 거의 뭐 1년도 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거쳐야 할 관문들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여전히 백지상태라 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이 백지상태라의 본질은 유지될 것 같다. Top-down식 프레임이나 규칙으로 억압하지 않고 소통과 문화로 포용하는 그런 백지의 본질 말이다. 그러니 지금이나 훗날이나, 고인물이나 신입주민이나 언제든지 그리고 누구든지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고 마음껏 커뮤니티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을


우리 모두의 이상향


우리 모두의 숲


쉿, "논스의 숲"



작성 김영원

사진 김진우


논스 입주하기


1. 도전(Challenge): 뭉치면서 함께 도전하는 정신

2. 진정성(Sincerity): 혁신을 품은 장인의 정신

3. 정(情): 나를 줄여 너를 얻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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