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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May 22. 2020

창업? 그냥 살면 안 돼요?

커뮤니티와 문화 그리고 스타트업

"아이고.."


"왜?.. 뭔데?"


어떤 인터넷 강의스러운 영상이 모니터에 띄워져 있다.


제목: 일주일 만에 창업가 되기


"오, 무슨 단기코스 같은 건가?"


"요즘 이런 컨텐츠들이 정말 많은데.."


"응응"


"난 잘 모르겠어"


"뭘?"


"그냥 이런 영상 몇 편으로 과연 성공적인 창업가가 될 수 있는지?"


"창업은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님? 사업자 신고하고.."


"창업은 쉬운데, 찐 사. 업. 가. 가 될 수 있냐는 거지"


"찐이라.."


그러고 보니 그렇다. 어떤 아이템으로 반짝 사업을 해보는 거랑 진실된 ‘창업가’가 된다는 거랑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계속 논스에만 있어서 그런가.. 미국 유튜브 고인물 인플루언서 Gary Vee가 던진 말이 그냥 던진 말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다.


"I almost think Entrepreneurship is encoded in the DNA, I don't know.. It's almost like something you are born with. Some people are born as genius violinists, some as athletes, and some like me as entrepreneurs" --- Gary Vee

"기업가(창업가) 정신은 거의 DNA에 각인되어 있는 같다고 느껴져요. 마치 천성이라 할까요. 누구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태어나고, 누구는 운동선수로 태어나는 것처럼, 저 같은 사람은 그냥 창업가로 태어난 것 같아요"


물론, 누구나 창업을 할 순 있다. 반짝 아이템이 떠올라 사업신고를 하고 대출을 땡겨 인터넷 쇼핑몰을 차리던가 가게를 차리던가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1주일도 안돼서 사장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흔히 자영업이라 하는 게 그렇다.


근데 참 논스에 있다 보면 위와 같은 개념의 창업과 스타트업 정신? Entrepreneurship(기업가정신)과는 조금 차이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동네 목욕탕을 차리는 것이 과연 기업가, 혹은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 목욕탕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스타트업이 될 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 “장사”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 그냥 돈을 많이 벌려고 혹은 먹고살려고 하는 창업은 소위 말하는 ‘장사’의 느낌이 난다. 장사나 자영업이 결코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창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 이라는건 '돈'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딥한 마음가짐이랄까? 마치 장인정신처럼 말이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논스에 있는 창업가들이 유독 특이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논스 사업가들은 어떤 아이템에 집착하지 않는다. 우와 무슨 대박 아이템이 있다면서 우쭐하거나 오버하지 않는다. 다소 진지하다. 반복적으로 뭐가 좋다, 뭐가 돈이 잘 벌린다, 뭐가 트렌디하다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또 그들은 다소 거시적이다. 애초에 세상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내가 푸른 하늘과 새싹들을 감상하고 있을 때면 그들은 어떤 건물이 임대를 내놓았고, 사람들이 어떤 의류를 자주 입고 다니며 무엇을 자주 먹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나한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더 특이한 건, 이들은 반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때 두어 번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초등학교 때 사업을 해 본 케이스도 있다.


"그렇게 살면 좀 빡빡하지 않으세요?"


"아뇨?.. 엄청 재밌어요~"


"어디서 누가 가르쳐준거에요?"


"흠.. 배운 것도 있고, 그냥 제가 좋아서 막 공부한 것도 있고 그렇죠"


"그럼 어려서부터 그런 끼?가 없는 사람은 창업가가 될 수 없는건가욥? ㅜㅠ.."


"흠.. 근데 전 끼라기보단 환경에 가까운 것 같아요"


"환경이요?"


"네, 환경"


"영어 잘하는 사람처럼 말이죠"


"영어?"


"네, 태어나서부터 영어 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영원님처럼 어려서부터 영어에 계속 노출되었거나 유학을 갔기 때문에 영어를 잘한다는거죠"


그러고 보니 그렇다. 전공이 영어교육과인지라 더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 아무리 인강 백날 듣고, 학원강의 열심히 들어도 그냥 유학 갔다 온 애들한테는 영어실력을 비빌 수가 없다. 영어는 배울 수 있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습득해야하는 ‘문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실한 영어교육용 유튜브 컨텐츠와 앱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현지에서 원어민들과 어깨를 비비며 교감하는 것엔 미치지 않는다. 


영어의 미묘하게 다른 시각과 문화적 뉘앙스는 현지에서 살갗으로 느껴야 확 와 닿을 수 있다. 그런 환경에서 수 없이도 손짓 발짓하며 샬라 샬라 하다보면 어느새 좀 영어가 늘어있고 언어적, 문화적 시야가 더 넓어져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칠판에 적힌 것을 노트 테이킹하며 습득되지 않는다. ‘마인드’는 단기간에 어떤 말이나 글을 통해서만은 내면화할 수 없다.


창업가, 스타트업의 정신이 그렇다. 막 어떤 인강이나 책을 통해 갑자기 사업을 득도했다기보다는 가족이든 지인이든 친구든 주변에 항상 사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환경에서 어떤 아이템에 집착하기 보다는 기업가로서 어떤 시각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항상 무엇을 트래킹하고 있어야 하며, 정부지원은 언제 받아야 하고, 엔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디를 찾아야 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어깨 너머 혹은 같이 밥을 먹거나 술을 한 잔 하면서 배운다.


이로써 이들은 삶 자체가 사업이다. 학창시절부터 군대, 대학, 결혼까지 사업에 관련되지 않은 것들이 없다.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다. 대부분 사업가라 하면 화려한 성공신화만 떠올리지만 이들은 다차례의 실패경험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실패를 쿨하게 인정하고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왜냐?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마치 토익이나 토플 같은 영어시험을 치르는 수험생과 비슷하다. 열심히 공부해도 어쩔 때는 운이 따르지 않아 점수가 낮게 나올 때가 있는데, 계속 치다 보면 언젠가는 고득점을 맞게 돼있다. 이들도 계속 시도하는 사업가, 창업가들이다. 고로 한 아이템이 집착하지 않는다. 단기성으로 크게 먹고 빠지는 패턴을 지양한다. 실패를 하면 그것을 밑거름 삼아 또 다른 걸 시도하고 또 다른 걸 시도한다. 대학동 고시생처럼 그냥 뭘 해도 사업만 하고 있을 사람들인 것이다.


“가서 살아야 합니다”


영어학원 원장을 지내셨던 아버지가 상담실에서 항상 학부모들한테 했던 말이다. 가서 사는게 최고라고. 그만큼 좋은 게 없다고. 백번 천번 학원가는 것보다 그냥 그 돈으로 미국 가서 원어민들이랑 지지고 볶고 울고 웃다 오는게 훨씬 낫다고..


논스에 창업가들이 몰리고 있고 창업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서서히 창업에 눈을 뜨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서로 안면만 트고 지내는 그런 피상적 삶이 아니라 진짜 교감하면서 울고 웃으며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왜 있겠는가? 창업 실패담, 창업 재기담, 투자유치담, 창업연애담, 창업뒷통수담이 판을 치고 있는데 창업에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다.


농구하러 가기 전 1층 라운지에서.jpg


우연히 뭔가 팀이 만들어져 어느새 사업을 런칭하고 있고 우연히 밥 먹다 눈이 맞아 정부지원사업을 런칭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창업하라고 억지로 부추긴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고 사업가, 기업가가 되기 위한 발판을 디딘다. 그러기에 소위 말하는 어떤 스타트업 캠프? 창업지원센터? 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다.


박창규, (주) 리플로우 CEO

꿈에도 창업을 생각해본 적 없고, 자신은 그냥 대학교 동기들처럼 평생 회사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이미지 편집만 할 것 같다고 자신없게 말했던 창규님이 논스에 입주하고나서부터 점점 사업가, 창업가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 논스 스피릿의 살아있는 증거다. 입주하고 논숙자들이랑 지내면서 어느 순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그 이후 보고 배운대로 개발자를 구하고 여러 커넥션들을 두드렸으며 지금은 다중 카메라 싱크 기술사 (주)리플로우의 CEO가 되어있다. 논숙자들과 강남역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얘기가 나와 팀이 결성되었다는데, 이런걸 들으면 참 이건 정말 같이 살아야 하는 수밖에 없나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Shoulder to Shoulder

유학을 가면 집에서는 원어민 홈스테이 가족과 지내고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같이 공부도 하고, 농구도 하고, 클럽활동도 하며 씬나게 논다. 어떤 영어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유학을 가는거라면 그냥 한국에서 학원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유학을 가는 이유는 현지인들과 치고 박으며 같이 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영어가 일상 속에 침투하면 그게 습득이 된다. 




창업가 타운 논스도 같은 원리다. 고정된 커리큘럼이 없다. 아니 필요가 없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창업가들과 같이 살고 있는데 커리큘럼이 왜 필요한가? 대신 엄청 “노가리”를 많이 깐다. 창업가끼리 혹은 창업가와 비창업가들이 한 공동체 안에서 밥을 먹든, 농구를 하든, 서핑을 하든, 탁구를 치든, 텃밭을 갈든 엄청 얘기를 많이 나눈다. 진실로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초기 창업가들은 케미가 맞는 팀원들은 물론 진심으로 지지해주는 투자자를 만날 수 있게 되고, 후배 창업가들은 선배 창업가들의 어드바이징을 받으며, 창업에 관심 없던 사람들은 비로소 창업할 수 있는 용기와 마인드를 갖게 된다.


커뮤니티,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문화가 이 일을 해내고 있다. 좋은 것은 항상 ‘그들만의 리그’, 즉 커뮤니티를 형성한다고 한다. 학계도 그렇고 정치계도 그렇고, 재벌계도 그렇고 심지어 동네 산악회도 다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소위 이것을 ‘이너서클’ 이라 부른다.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 아무리 뒤져봐도 막상 이렇다 할 꿀팁은 나오지 않는다. “K-스타트업 지원센터”와 같은 굉장히 제너럴한 정보들만 있지 피와 살이 되는 정말 길거리에서 굴러봐야 알 수 있는 그런 따끈따끈한 인사이트들은 온라인에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다 오프라인, 이너서클, 커뮤니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가치로써 공유되고 있다.


이 커뮤니티와 문화의 기저에는 인간관계와 인내심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창규님은 논스에 최소 1년을 지내셨다. 정말 몇 주 만에 대박나는 사업을 꿈꾸는 것은 영어 왕초보가 몇 주만에 입문과 귓문이 트이길 기대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영어 배우러 유학을 가려해도 최소한 1년은 가야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은 논스에 적응을 못한다. 단기적으로 무엇을 얻어가려 하는 사람들 혹은 사람을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부류들은 얼마 안가 제풀에 지치게 된다. 애초에 인간관계라는 것이 단기성으로는 딥하게 구축될 수 없다. 논스 문화 가이드북이 단기 스퍼터보다는 마라토너를 강조하는 것처럼 논스는 사업만을 위한 사업, 즉 진정성이 탄탄하지 못한 사업 혹은 사람을 꺼려한다. 수년간 코인관련 스캐머와 스캠(사기) 프로젝트들을 최대한 걸러내려고 한 노력들이 이를 잘 나타내준다.


루프탑에서 운동 후.jpg


“인간관계, 문화, 그리고 스타트업”


논스는 2017년 블록체인 철학과 커뮤니티 문화에 영감을 받아 출범한 커뮤니티다. 사업과 블록체인에 미친 20~30명의 청년들이 50평 아파트에서 콩나물시루처럼 낑겨 지내며 코딩을 하고 스타트업을 하면서 시작된 커뮤니티다. 화려한 하드웨어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박아 넣은 그런 커뮤니티들과는 시작 자체가 다르다. 서로 관심도 없고 공유하는 문화도 없고, 그래서 얼굴을 마주치면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는 그런 공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논스는 애초에 내세울게 문화밖에 없었고 지금도 내세울 건 문화밖에 없다. 사람에 울고, 사람에 웃으며, 사람에 죽고 사람에 사는 곳이다. 그러니 “같이 산다”는게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을 나눌 줄 알고 순수한 정으로 디자인 로고를 만들어줄 줄 알며, 교통사고가 난 옆 방 논숙자에게 법률자문을 해줄 줄 알고, 투자자를 찾고 있는 이웃에게 기꺼이 거물급 투자자를 소개해줄 줄 아는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 한 번 보내는 청춘, 마음을 활짝 열어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정을 나누고자 하는 자들이 진정 논숙자들인 것이다


마냥 오래 같이 지냈다고 해서 어느 순간 사업가로 대박 날 것이라는 논리는 결코 아니다. 영어 배우러 유학 갔다 한들 원어민들과 아무런 소통 없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한국 예능과 드라마는 마스터할 수 있겠지만 영어실력은 제자리걸음인 낭패를 볼 수 있다. 논스도 마찬가지, 와서 멀뚱멀뚱 기다리기만 하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삶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가만히 방 안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수 개월, 혹은 수 년이 흘러갈 수도 있다. 떡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씹고 삼키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한다. 그리고 논스는 그 떡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곳이다. 


먼저 떡집에는 들어와봐야 떡을 구경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오고자 하는 의지,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작성 김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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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전(Challenge): 뭉치면서 함께 도전하는 정신

2. 진정성(Sincerity): 혁신을 품은 장인의 정신

3. 정(情): 나를 줄여 너를 얻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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