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논숙자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논스 Sep 27. 2020

코리빙내 갈등, 정치로 풀어보겠습니다

갈등중재위원회 Table의 시작

간혹 논스를 범죄 혹은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초이상향적인 청정지역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확실히 형사적, 민사적으로 중범죄에 해당하는 건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들끼리 부대껴 사는 곳인 이상 갈등의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 커뮤니티도 이를 항상 인지하고 있다. 연애 관계도 몇 번 싸우다 보면 선을 알게 되듯 입주민들도 사람 간 갈등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논숙자들은 '인지'에 그치길 거부했다. 우리가 진정한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서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커뮤니티원들이 적극적으로 이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 갈등이 본질적으로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기가 굉장히 모호한 만큼 외부의 사법기관보다는 당사자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커뮤니티원들이 팔을 걷어붙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명분. 그리고 갈등의 주체는 모두가 될 수 있기에 그리스 아고라처럼 모두가 꼭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


그렇게 논스 자체 갈등 중재 위원회를 위한 공론장, 이름하여 Table이 탄생했다.


table 로고.jpg


논숙자 3명이 주도하는 공론장 Table. 논스에서 청년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 논숙자 이대호를 중심으로 구성된 TF라는데, 그 내막이 궁금하여 직접 찾아가 말을 걸어보았다.


인사하는 이대호.jpg


"대호님, 갑자기 논스에서 Table을 마련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올해 커뮤니티 내 절도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잖아요? 누가봐도 봐도 참 풀기 어려운 갈등이었는데 커뮤니티 내에서 자체적으로 원만하게 해결되는 모습을 보고 제가 이런 커뮤니티에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개인적으로는 논스 커뮤니티 사람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해소가 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특별하다고 느끼셨나요?"


"저는 ‘용서의 프로토콜’이 존재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해요. 용서의 프로토콜이란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피해를 입은 사람이 화해할 수 있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피해를 끼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래서 반성한다면 사과할 수 있습니다.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을 때 피해를 입은 사람이 상대방을 용서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 사람(혹은 그 이상)이 화해하는 일련의 절차와 이 절차에 동의하는 문화죠. 논스는 이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 할 수 있으니깐요"


"흠.. 문화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 말씀하셨는데 Table 같은 자체적 정치기구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Table 회의모습.jpg


"논스가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요. 이렇게 몸집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언젠가는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는 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러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는 거잖아요? 논스가 확장하면 확장할수록 관계의 밀도가 자연스레 낮아질 것인데 그때는 어떤 암묵적인 분위기보다는 공정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변호할 수 있는 장이 더욱 갈등 해결에 효과적일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운영은 탈중앙화 된 방식으로 입주민들이 모두 주체적으로 참여했으면 마음에 Table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문화랑 분리해서 볼 순 없고, 이 또한 논스 문화의 일부라 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 대호님과 논스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결과, 대호님은 정말 정치인이 되고 싶어 하시잖아요? 그래서 외부에서 이것저것 많이 하시는 걸 지켜봤는데 정작 논스 내부에서는 어떤 정치적 행보가 없으셨어요. 최소한 Table을 마련하시기 전까지는요. 그 배경이 어떻게 되나요?"


"아주 중요한 질문인 것 같아요. 내부에서 정치적 활동이 없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제도권 정치가 더 멋있고 의미있는 거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에요. 논스 내에서 하는 정치보다 세상 사람들이 더 잘 아는 큰 단위에서 하는 정치가 정치다운 정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서울시장 사건을 겪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그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저랑 가까운 사람이거든요. 천만 서울 시민의 삶을 위한 일 한답시고 열심히 일했지만, 정작 주변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만약 제가 좀 더 사려 깊은 동료였고, 제가 속한 조직의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노력했다면 그런 비극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발 딛고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손 닿는 사람들을 잘 지켜내는 거라는 정말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다시는 그런 일 겪고 싶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 못 챙기면 또 겪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익명의 누구를 도와주는데 인생을 바치기보다는, 자신의 주변인,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스스로를 먼저 도우라 라는 격언이 생각나는 부분. 모두가 자신과 자신 주변인들만이라도 잘 챙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이상향이 있을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셔서 로직이나, 시스템에만 관심 있는 차가운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호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영광이네요"


"삶이라는 길을 따라가며 계속 성장하고 배우는 것 같아요. 저 또한 국가나 도시와 같이 큰 단위의 정치만 진짜 정치라고 생각해왔으니까요"


"그럼 대호님이 정치를 하는 본질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죄송해요. 부담스럽다면 답 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아니에요. 흠.. 사람들이 각자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껴요. 그리고 그 문제가 부유하고 강한 사람들이 아니라 좀 어렵고 불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라면 더 큰 보람을 느끼고요.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30여 년 동안 살아오면서 저 스스로를 관찰을 해보니 그렇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정치라하면 누구의 삶을 더 나은 삶으로 만드는 행위라 생각하지만, 제가 꿈꾸는 정치는 그 성격이 조금 달라요. 저는 제 주변인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도록 돕고 싶어요. 삶의 풍파를 잘 견뎌낼 수 있게 말이죠. 살다보면 싸울 때도, 슬플 때도, 아플 때도 있는데 정치라는 도구를 통해 서로 함께 모여 의지하고 삶 자체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말이죠."


"삶을 사랑하는 정치"


"삶을 사랑하는 정치라.. 사람을 참 좋아하시는 군요."


"어떻게 아셨어요? 네, 저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정말 좋아했어요. 함께하는 걸 좋아하고 그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저 또한 덩달아 행복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시겠지만 개그욕심을 많이 내긴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정치"


"허허. 사람과 삶을 사랑하는 정치라.. 정치라는 프레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에휴, 사실 말만 번지르르 하죠. 솔직히 요즘은 개인적으로 현자타임을 겪고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그 사건으로 인해 영 자신이 없어졌다고 해야하나...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일에 집중하면서 목표에 대해 한참 생각을 해봐야 할시기인 것 같기도 해요"


"흠, 저는 오히려 이런 일을 계기로 대호님이 더욱 성숙한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화에는 복이 있다 하잖아요? 예전에 대호님을 봤을 때는 언변과, 행보에 있어서 큰 깊이를 못 느꼈어요. 마냥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지신 것 같아요. 그 깊이가 조금 느껴진다랄까요?"


"..."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라 하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지금 뉴스를 틀어만 봐도 정치만을 위한 정치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거든요. 자신의 권력과 돈, 그리고 표 얻는 것에만 집착하고..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문화라는 것이 결국 더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탄생했듯, 이데올로기도 삶과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죠"


"근데 주변을 보면 앞, 뒤가 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이데올로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서로 같은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달이 아닌 자기 손가락에만 집착하는 느낌? 그러면서 서로의 삶도 피폐해지고, 불행해지고 있다는 느낌? 그런 면에 있어서 앞으로의 대호님의 행보가 참 기대가 되네요"


"아닙니다. 아직 많이 멀었어요. 이렇게 논스에서 첫 걸음마를 떼 보는 거죠. 같이 재미있게 해봐요~"


"그래용~"


.

.


Table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사운드클라우드


작성 김영원


논스 입주 알아보기


1. 도전(Challenge): 뭉치면서 함께 도전하는 정신

2. 진정성(Sincerity): 혁신을 품은 장인의 정신

3. 정(情): 나를 줄여 너를 얻는 정신



매거진의 이전글 빡쳐서 내가 만든 헬스타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