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문화에 빠진 헬X 이야기
"너무 화가 나요"
"화가 나신다고요?"
"네, 한국 헬스문화에요"
비가 그치고 햇살이 창문을 빼곰히 관통하여 2층 코워킹 데스크들을 한 아름 비춰주는 날이었다. 예기치 않게 여름 날씨가 선선하여 에어컨이 꺼진 코워킹. 간간이 나는 타자 소리와 정수기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고요함이 살포시 드리워진 가운데 회의실에서는 한 커피톡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 헬스 문화가 왜요?"
"아니, 헬스도 같이 해야 좋은 거 아닌가요?"
"헬스만큼 같이 해야 하고 하는 만큼 즐거운 건 없죠"
"근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요"
한국 헬스 문화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논스 코워킹 죽돌이 원석. 오픈소스와 인공지능을 전공을 하였고 그쪽으로 일을 하고 있으나 등 뒤에 쩍쩍 갈라진 근육과, 선명한 식스팩 및 터질 것 같은 가슴근육 때문에 소위 말하는 "헬창"으로 더 유명한 사람.
"미국에서는 헬스장 가면 누구한테 자연스럽게 언제든지 말 걸어도 되고, 도움을 요청해도 돼요. 그리고 저는 UFC 짐을 다녔는데 거기 가면 다 단체로 서로 같이 운동을 하고 있어요. 커뮤니티 문화가 있다는 거죠"
"한국에서는 안 그래요?"
"아휴.. 한국은 서로 도와주거나 아예 같이 하는 게 금지가 되어있는데도 있고 대부분 엄청 눈치 보면서 해야돼요"
"네에에?.. 말이 안되는데요?"
"저도 깜짝 놀랐다니깐요.. 어느 곳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데려가서 가르쳐주는 것도 안된다고 막아서요"
"아니.. 자기들이 등록해서 등록비 내고 서로 같이 하겠다는데 그게 왜 문제인지 이해가 안 가네요"
듣자 하니 기계값과 임대료 때문이라는데, 그러면 등록비는 무슨 명목적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니깐 특정 헬스장에서 가르치는 거는 무조건 거기에 등록되어 있는 트레이너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죠"
"아니 도대체 왜요?"
"그냥 자기들이 기계 구매했고 하니깐 그걸 다른 사람이 이용해서 돈 버는 걸 싫어하나봐요"
"돈을 안 내는게 아니잖아요. 등록비 내고 하는 건데..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수영장만 해도 주말에 같이 와서 서로 수영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수영장이 헬스장보다 관리비랑 설치비가 더 들었을 것 같은데.."
"그러게요.. 근데 더욱 문제인 것은.."
표정이 심각해지고 다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원석.
"그래서 이 헬스장에서만 도움받을 수 있는 트레이너한테 레슨을 신청했다고 쳐요.. 근데 가르쳐주는 게 진짜 엄청 대충하고 속이 보여요"
"속이 보인다뇨?"
"트레이닝을 학습자가 스스로 기계를 잘 다루고 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앉혀놓고 하나, 둘, 셋, 넷 이러면서 시켜요. 중간에 설렁설렁하다가 재등록 시기가 오면 갑자기 친절해지고, 갑자기 너의 몸이 문제라니 어떻다니 등 자존감을 깎아 내리면서 재등록을 시키죠. 다시 말해 트레이너를 계속 고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트레이닝이에요. 진정성 있게 학습자를 위하고 생각한다면 구체적인 운동지식, 기계 활용 지식을 전수해야하는데 그런데가 거의 없죠"
"흠.."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이러니깐 한국에서는 트레이너들이 신격화? 우상시?되는 것 같아요. 몸 좋으면 막 사람들이 우워 거리고, 몸 좋으면 기계 하나 독점해도 되고, 몸 좋으면 몸 안 좋은 사람 무시해도 되고.. 몸 좋은 게 무슨 벼슬인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짜증나 있던 도중에 논스가 딱 영감을 주었어요"
"영감이요?"
"네, 먼저 실제로 제가 꿈에 그리던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요. 그리고 그 힘이 굉장히 강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에 영감을 받아서 제가 풀려고 하는 헬스 관련 문제도 공간과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문화로써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 것이죠.
"문화적 헬스?"
"생소하네요 헬스에 문화라니.."
"문화만큼 이 문제를 잘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 정확히 어떤 문화 말씀하시는 거세요?"
"파트너 문화요"
"파트너 문화"
"논스처럼 지원자들을 큐레이션한 다음 이 사람들과 함께 어떤 수직적 관계가 아닌 모두가 모두를 도와주는? 파트너식 문화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제가 한국에서 운동 한 경험에 따르면 사람들이 '같이' 운동할 줄 모르고 있더라고요. 혼자는 잘 할 줄 아는데 같이 할 줄을 몰라요. 어느 부위를 어떻게 잡아주고, 어떻게 내려가게 하고 등등이 정말 중요하고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운동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파트너쉽을 가르치는 것과 가까운 것 같아요"
"파트너쉽을 가르쳐준다라.. 와 정말 생소하고 신기해요"
"문화죠 문화, 누군가가 운동지식과 방법을 알고 있다면 기꺼이 나눌 수 있고 시간을 맞춰 같이 운동하고 스폿도 전문적으로 서로 해주고 그러는 문화 말이죠. 운동의 고통과 희열감을 같이 나눌 때 얼마나 좋다고요~ 그리고 운동 뿐만 아니라 같이 대화도 많이 오고 가는 곳이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삶에 대한 대화, 사업에 대한 대화.. 그런 대화를 통해 운동을 베이스로 커가는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네트워킹적 시너지도 날 것 같고요"
"다시 말해, 운동을 베이스로 어떤 네트워크를 만드는거네요?"
"네, 로고랑 브랜드명도 논숙자들 주리님, 진경님, 그리고 기현님과 같이 생각해봤어요"
"브랜드명 여쭤봐도 될까요?"
"OPT입니다"
"OTP? 그거 은행 뭐시기.."
"아뇨 OPT라고 Optimal Policy - Training의 줄인말이에요. 인공지능에 강화학습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토탈 리워드를 가장 많이 받는 Optimal Policy를 찾는 것이 목표인 학습이죠. 윤택한 삶을 위해서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잖아요? 몸과 마음의 건강이 옵티멀한 삶의 베이스니 이런 브랜드명을 구상해보았답니다"
"그럼 운동 말고도 다른 것도 있을 예정인건가요?"
"당연하죠~ 의류도 있을 수 있고 물론 푸드는 빠질 수 없겠죠"
"우와.. 엄청난 확장력이 느껴져요"
"에이 뭐.. 근데 아직 한 게 없는데요. 제가 사실 이런 스타트업이나 프로젝트를 하나도 안 해봐서 겁이 정말 많아요. 그냥 재밌는 상상을 해보는거에요"
"혹시.."
"네"
"공간이 있다면 문화를 개척해 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저희가 프로토콜이랑 등등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같이 도와드릴게요"
"너무 좋은데요?! 안 그래도 제가 '정원' 온라인 운동 프로젝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어떻게 전환 시킬까 항상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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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되었다.
논스 정원 피트니스 프로젝트 / OPT 프로젝트
처음에는 간단한 헬스장비부터 구매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2호점 오픈키친 밑 공간을 어떻게 쓸까 항상 고민이었는데, 정원석이라는 커뮤니티 문화 형성에 열정이 넘치는 헬창이 딱 나타난 것이다. 논숙자들 건강도 챙기고 더욱 소통하게 할 수 있는 이 보다 더 좋은 꿩먹고 알먹기 프로젝트가 어딨을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고가의 범블비 스러운 올인원 헬스장비까지 구매! 이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헬알못)
살짝 이렇게 기본 구성이 끝났고
짬나니 사진도 한 번 찍어주고. 식스팩이 ㅗㅜㅑ.
그렇게 정원 파트너 헬스? OPT 프로토타입 완성!
같이 한 번 1차로 돌려보고
이런 식으로 세명이 한 팀이 되어 서로 스팟해주고 도와주는 싯으로 운영이 된다. 원석님은 뒤에서 파트너 운동 지도 중!
여성 팀은 기구 뿐만 아니라 스트레칭 및 요가도 진행 중~
앞에 카메라가 보이는데 저런 식으로 온라인에 있는 팔로워들과 스트리밍을 통해 같이 운동을 한다.
위 사진은 안에 인원이 다 차서 달밤에 마당으로 나와 체조있다는 장면인데 너무나 신기하고 충격적이라 찍은 사진. OPT 런칭 후 1, 2주정도 쭉 지켜보았는데 분위기가 엄청 힙한 헬스 스터디?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스터디를 봤지만 헬스 스터디는 정말 생소하다. 초반인 지금은 원석님이 안전교육과 파트너 문화 정착에 힘쓰는 중인데 문화정착만 되면 기존의 파트너들이 또 다른 지원자들을 파트너로 만들고, 또 그렇게 이어지는 식으로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날거라 예상된다. 시작한 지 2주도 안되어 벌써 평일 화, 목 인원이 다 찼다고 하는데, 얼마나 더 커질지 그 무서운 확장력이 기대가 되는 시점.
온라인에서 시작한 커뮤니티인만큼 OPT 커뮤니티는 오프라인 못지않게 온라인에서 톡톡히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틱톡에서는 4만 3천명의 팔로워가 있고 인스타에서는 8천. 언택트 프로그램에는 50명이 등록하여 스트리밍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니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논스 타 프로그램들에 비해 논스 Slack 페이지와 카톡에서 활발한 온라인 교류가 일어나는 것이 이해가 가는 시점.
참 뭔가 꿈을 꾸는 것 같다. 이것이 진정 눈 앞에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바야흐로 2018년만 해도 라운지 쇼파에서 자고 일어나 브런치로 라면, 저녁으론 짜장면, 야식으론 치맥을 먹던게 국률이었던 곳인데.. 운동은 숨쉬기 운동과 코딩과 트레이딩 한답시고 타자 두드리는 것이 다였던 곳인데, 지금은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울 정도로 웰니스 커뮤니티의 표본이 되어가고 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
"원석님"
"네?"
"너무 좋은데요?"
"그죠?
"네, 그냥 너무 좋아요"
"같이 화이팅해봅시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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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원석님과 정원 파트너 헬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길 바랍니다.
작성 김영원
1. 도전(Challenge): 뭉치면서 함께 도전하는 정신
2. 진정성(Sincerity): 혁신을 품은 장인의 정신
3. 정(情): 나를 줄여 너를 얻는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