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백
작년에 퇴사했던 동료가 재입사했다. 그녀는 바로 이전 글에서 언급한, 제조업계로 이직했다던 동료 S이다.
그렇다, S는 6개월 만에 우리 회사로 다시 오게 되었다.
이 과정에 내가 한 것이 있다면, 그녀가 얼마나 힘든지, 그래서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을 시기적절하게 팀장에게 전하고, 팀장을 통해 그 윗선까지 전달되도록 한 것 정도?!
하지만 아무리 내가 S가 힘들다고 한들, 재입사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고, 게다가 재입사에 성공한 것이니, 회사가 오픈마인드일 뿐만 아니라 S가 훌륭한 직원이지 않고서야 불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우리 팀은 S의 퇴사 이후 한 명을 충원했고, 이후 다른 팀원 한분이 또 퇴사하게 되어 그 포지션을 올해 초에 다시 뽑게 되었는데 S는 이 시기에 재입사를 하게 된 것.
S로서도 아마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테지만, 퇴사 후 입사한 직장에서 몸과 정신이 모두 피폐해져 대인기피증까지 생겼고, 그래서 다른 곳으로 다시 이직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은 찰나 나와 연락하던 중, 내가 지원이라도 해보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회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팀에서도 적절한 새 팀원을 모시고자 했으나, 결국 S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나는 또 오지랖 넓게 S님께, S님이 우리 회사를 다시 오신다면, 정말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이전에 왜 퇴사를 결심하셨는지 잘 생각해보고, 이번에 다시 입사를 하게 되면, 지금이야 이전에 퇴사를 결심했던 것보다는 재입사를 원하는 정도가 더욱 간절해서 당분간은 잘 다닐 수 있겠지만, 앞으로 향후 짧게는 2-3년 혹은 더 길게 다닐 수 있으려면 웬만한 의지로는 힘들 수 있으니 잘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실 것을 권유하였다.
S는 우리 부서의 장과 면담도 하도, 깊이 생각한 끝에 재입사하기로 결심하고 3월 어느 봄날에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재택이라 얼굴을 직접 못 보다가 재택 정책이 조금 변경된 5월 초 출근한 날에 드디어 수개월 만에 S를 만났다. S의 얼굴은 그날 그녀가 입은 라벤더색 니트처럼 환하게 빛이 났다.
우리는 반가워서 얼싸안았다. 웰컴 백, S.
나는 이전에 S가 제조업 가서도 정말 잘할 것이라 믿고 또 그렇게 말해주었는데, 그 회사가 얼마나 문화가 이상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안되면 S같이 잘 훈련된 인재도 못 버티게 하나…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몇 년 전에, 대기업 K를 6개월 만에 (출근한 지 한 달 도 안되어 퇴사를 결심한 후) 퇴사한 적이 있는데, 일이 힘들어도 즐겁게 일하고 싶지, 그런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환경에서 일하면서 고통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직장을 선택할 때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도 다르고, 참을 수 있는 포인트도 다른 것 같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 모든 단점이나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 또 이겨내면서 아침마다 회사로 발걸음을 내디디니, 정말 그 모두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나는 딱 집어서 말할 수 없지만 싫다거나, 회사와 문화가 맞지 않는다거나, 너무 답답한 느낌이 든다는 등, 그 어떤 이유라도 스스로 그 회사에 다니는 것이 힘들다면 용기 있게 일자리를 옮기는 것도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물론 한 회사에 오래 다님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포기해야 하지만 (로열티 인정, 승진, 적응의 필요 없음 등) 본인이 스스로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노력으로 어쩌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나 장단점이 있으므로,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나 의지에 따라, 그 회사는 다니기 좋은 회사도, 다니기 힘든 회사도 될 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장점을 크게 생각하여 그 외 조금 마주하기 힘든 부분들은 의식적으로 무시할 수도 있다. 돈을 많이 받는 대신, 일을 밤낮으로 해야 하는 포지션의 경우, 높은 연봉이 목적인 사람에게는 적절할지 모르나, 퇴근 후 시간도 중요한 나 같은 사람의 경우에는 매우 부적합한 자리가 될 것이다.
나 역시도, 지금 이 순간에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다니는 직장으로 인해 심 또는 신의 건강을 해치는 정도가 된다면, 더 좋은 환경, 더더 적합한 직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일자리 구하는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건강만 하다면, 어떤 것이든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시작할 수 있는 반면, 건강을 잃으면, 그 모든 것이 힘들어 질 수 있으니깐 말이다.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께요!
출근일이 겹친 날, 내가 S에게 말했다.
“S님 얼굴이 좋아졌네요!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쥬!?” (feat. 일산-판교 통근)
그러자 S님이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해주셨다.
“네!!!!!!”
우리 같이 재미나게 회사 댕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