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구아다니노의 <본즈 앤 올>을 보고
1. 소수자 집단, ‘이터’ 의 이야기
이미 아시는 분들이 더 많을 듯 싶지만, 이 영화는 식인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어찌 보면 굉장히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한 소재의 작품이기도 한데요. 주인공을 비롯한 ‘이터‘ 들은 주어진 양식으로 배를 채우는 평범한 인간들과는 달리 같은 인간을 섭취함으로써 진정한 식사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아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규범의 선을 넘어선 매우 비도덕적이면서도 반사회적인 행위에 그치는데요.
하지만 이들 역시 단순한 호기심이나 어떠한 반항심만으로 이러한 식사 형태를 지니게 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부모 중 한 쪽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성향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식인에 이끌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죠. 주인공 또한 그렇습니다.
본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식인이라는 유혹에 이끌리는, 식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 수십 번씩 자기혐오를 앓으면서도, 인간의 달콤하고 톡 쏘는 향기를 맡는 순간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데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지니고 태어난, 의지로는 차마 꺾을 수 없는 하나의 본능이기 때문이죠.
그들은 ‘이터’ 이기 때문에, 친구와 이별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부모에게까지 버려지기도 하며,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닙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그렇듯, 그들 역시 사랑을 주고, 또 사랑을 받길 원하며, 어딘가에 소속되고 정착하길 원하죠. 이는 ‘이터’ 로서의 본능이 아닌, ‘인간’ 으로서의 본능이지만, ‘이터’ 로서의 본능을 지닌 그들은 여전히 평범한 삶으로부터 거부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거부 당하는 소수자들의 고충을 ‘이터’ 라는 집단이 지닌 상처와 아픔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2. 식인이라는 소재, 괜찮을까?
식인이 주 소재인만큼, 영화 내에선 주인공들이 인육을 섭취하는 장면이 몇 번이고 등장하는데요. (저는 속이 안 좋은 상태에서 -속이 안 좋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중간 쯤에 알아차렸습니다- 이 영화를 시청했는데, 결국에는 새벽 내내 앓았습니다. 잔인하거나 무서운 걸 잘 견디지 못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는 그냥 패스하시는 게...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인한 걸 꽤 잘 보는 편인 저 역시, 이번 영화는 약간 힘들었다고나 할까요.
3.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되며
영화 마지막, 리는 매런에게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먹어달라고 부탁합니다. 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매런은 울며 불며 그런 리를 붙잡아보지만, 사실 매런 역시 그의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는데요. 결국 리의 부탁을 받아들인 매런은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본즈 앤 올 (Bones and all), 즉 뼈까지 다 먹어버리는 방식으로 리를 먹어버리며 영화의 막을 내리죠.
어쩌면 누군가는 이 결말을 보며 “뭐 이딴 결말이 있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생각조차 이 영화를, 또 매런과 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오로지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침내 하나가 된 매런과 리. 작중 등장했던 한 ‘이터’ 의 “본즈 앤 올은 거진 첫경험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라는 말처럼,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종의 첫경험을 이루기도 하고,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기도 하며, 마침내 성장하고 절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영혼과 육체로서 서로를 마주합니다. 너무나도 아프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본즈 앤 올이라는 영화가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4. 마크 라이런스의 뛰어난 연기
다른 배우들 역시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마크 라이런스의 연기가 정말 뛰어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리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씬에선 정말 내내 숨도 못 쉬었던 것 같네요. 도무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섬뜩함이... 일품이었습니다. 연기력으론 정말 흠 잡을 수 없는 최고의 배우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