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들 속에서
몇 없는 에피소드들을 잊고 싶지 않았다.
콧속 끝까지 장난감을 밀어 넣은 날 밤늦게 업고 뛰던 아버지
신문지에 떨어진 강력 본드를 손가락으로 찍어보라고 하더니
손가락 두 개를 붙여보라고 하고선 두 손가락이 붙어 울던 날 보고 웃던 아버지
내겐 산 같았던 집 근처 모래산을 내 손 꼭 잡고 같이 걸어주던 아버지
문득문득 숨어있던 기억들이 떠오를 때면
잊고 싶지 않아서 계속 생각해낸다.
내 곁에서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 주던 사람이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돼버렸다.
아들이 귀하던 시대에 아버지가 딸을 그렇게 갖고 싶다고 해서
내가 태어났다고 하는데
내가 가기 전에
내 꿈에 한번은 꼭 와줬으면 좋겠다 아버지
그럼 내일 코 끝은 시큰해도
마음은 따뜻하게 눈 뜰 수 있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