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부터 학교가 끝나면
곱창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2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 했다.
당시 오빠의 핸드폰 요금 18만 원을 내줬던 게 아직도 세상 제일 아깝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었고
엄마가 갑자기 나에게 집에서 나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집안 사정에 의해서
나는 곧바로 기숙사가 있는 공장을 찾았고
친구들이 가장 좋던 시기에,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모든 걸 다 놓고 캐리어 하나 끌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생전 처음 가보는 타지로 가는 길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내내 울었다.
2013년도 당시에 12시간씩 교대로 주간 근무와 야간근무를 했고
한 달에 2~3번 쉬며 일했다.
세금 뗄 거 다 떼고 290만 원 정도 받아서 엄마에게 조금씩 주고 기숙사비 내고 생활에
쓸 거 다 쓰며 한 달에 200만 원씩 모아서 6개월에 1000만 원을 모은 적도 있었다.
난 월 몇천씩 버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것도 뿌듯했다.
그 후로 혼자인 나의 삶은 내 의지가 아닌 채로 시작됐고
시작점이 달랐던 그곳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은 나에게 항상 그랬다.
"넌 하고 싶은 거라도 있지 난 그냥 돈만 벌어"라고.
하지만 사람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있듯이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에게 난 그랬다.
"그런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못하는 것도 속상해"
당시에 그곳에서 일이 너무 고되 그만두고 집에 가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었다.
그만두고 갈 곳이 있다는 게.
1년 조금 넘게 다니다가 회사가 베트남으로 옮겨간다고 해서
그만두게 되었고,
의정부도 가고, 평택도 가고, 인천도 가고, 신림도 가고
방황을 혼자 많이 했었다.
이제 나는 어딜 가도 혼자였기 때문에 첫 직장에서 같이 기숙사를 쓰던 언니가
수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수원으로 가게 되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의류매장에서 일했다가도 또다시 현실에 부딪혀
공장을 갔다가 그렇게 나는 반복이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엄마가 20만 원만, 30만 원만 하면 난
내가 가진 게 30만 원이 전부여도 그냥 보내줬었다.
그게 그대로 오빠에게 가는 것 같은 느낌에 엄마에게 따져 묻고
그 후로는 주고 싶어도 절대 주지 않았지만.
한때는 엄청 바쁜 회사에 들어가서
바쁘니 로테이션으로 쉰다고 쉴 사람 손 들으라고 하면
안 쉬고 싶어서 눈치 보고, 또 빨간 날은 두 배로 주니까 안 쉬고 싶어 했었다.
돈을 버는 게 좋았고, 돈을 많이 버는 게 더 좋았다.
쉬운 일보다 돈 많이 버는 일을 찾았다.
그렇게 돈을 쫓다가 "그래, 서른 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거 해보자"
싶어서 쇼핑몰에 도전을 했었다.
나도 자신 있었고, 친구들도 네가 하면 진짜 잘 할 것 같다고 했었다.
보기 좋게 잘 안됐다.
정확히는 유지하고 싶었지만 수입보다 지출이 커서 내가 그만 접었다.
모아뒀던 돈에, 주식에 조금씩 늘려
넣어뒀던 돈까지 싹 다 증발했다.
아직은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도전해 봤고, 경험도 됐으니 됐다.
나보다 힘든 사람, 어려운 사람 물론 많을 테고
잘 사는 사람, 성공한 사람 물론 많겠지만
나는 나보다 힘든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위안이 되지 않을뿐더러,
잘 사는 사람을 본다고 위축되거나 배가 아프지도 않다.
그저 나는 내가 여태껏 살아 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몇 가지 수술들도 무서워도 늘 혼자 다 견뎌냈다.
엄마랑 전화 통화를 한 번 하면 엄마랑 통화를 하는 게 가장 재밌을 만큼
연락을 했어도 엄마는 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힘듦을 몰랐다.
이번 일이 생기고 나서 최근 엄마가 나의 모습에 걱정이 됐는지
너의 힘듦을 옆에서 알아주고 들어줬어야 했다며 후회한다.
인생은 고행이라 하더니
어떻게 이렇게 힘들기만 할 수 있나 싶다.
힘든 일이 있으면 모든 걸 내려놓고 충분히 힘들어하다가 또 자연스레 힘을 내고
그렇게 반복이었다.
나름 독립적이고 생활력이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래?"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걸 하는 과정일 뿐이야."
하며 버텼다.
인생에 힘든 일 없는 사람 어디 있겠냐마는
겨우 힘을 내면 어떻게 이렇게 더 큰 힘듦이 오고,
또 겨우 힘을 내면 내 인생에선 없을 것 같던 일들이 오고
내 인생만 늦은 시간에 일시정지된 것 같다.
충분히 힘들어하고 자연스레 힘을 냈던 게 아니라
괜찮아야 하니까.
애써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래?"라며
나도 모르게 쌓여 왔던 건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