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진짜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 것 같다.
내가 몇 번의 연애를 거쳐 오면서
재회라는 걸 했던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다.
결혼을 할 "뻔" 했던 두 사람이기도 하다.
한 명은 다시 만났을 당시로부터 6-7년 전쯤 만났던 두 살 연상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원래 부산 사람인데 내가 어렸을 때 인천에 살 때 만나게 돼서
1년 정도 만나다가 그 사람이 다시 부산을 가게 됐고,
거의 매주 혹은 2주에 한 번씩 서로 왔다 갔다 하며 만나다가
결국 헤어지게 됐었다.
헤어진 후 얼마인가 지나고서 나를 보러 오겠다며 다섯 시간을 운전해서
왔던 사람이 집에 간다고 하고 가고선
친구와 홍대에서 만나서 밤새 놀고 다음날까지 연락이 안 됐었다.
그 후 정말 끝이 난 줄 알았던 인연이
6-7년 후에 다시 만나게 된 거였다.
그 사람은 나랑 꼭 결혼을 해야겠다며 결혼을 밀어붙였다.
원래 알던 그 사람의 친구들을 만나면
"너네 결혼하면 축의금 장난 아니겠다"라며 부러워했다.
부산에서 사업에 크게 성공하신 부모님과도 몇 번 뵀었기에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다시 만났을 때, 몇 달 전에 자기 여자친구였던 사람이
자기랑 결혼하자고 했는데
여자친구가 못하게 하는 게 너무 많아서 헤어졌단 얘기를 했었다.
그렇게 나를 다시 만나서 운명이라며 나랑 꼭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었다.
나도 만났던 사람들 중 그 사람이 가장 편했고 같이 있으면 정말 재밌었다.
가슴 한편에 작게나마 항상 남아있던 사람이기도 했고.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그 사람에겐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전에 여자친구가 하던 행동을 나에게 했다.
당시 내가 바쁜 회사를 다니며 쇼핑몰도 같이 시작하던 시기여서
쇼핑몰을 하는 오래 알고 지낸 남자인 친구랑 서로 촬영을 도와주며 만나기도 했는데
그걸 싫어했다. 못 하게 했다.
내가 토요일에 일을 가더라도
거의 매주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부산에서 수원으로 와서
월요일 새벽 4시에 운전해서 부산으로 출근을 하던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2주 만에 휴무가 생긴 날이 있었다.
그날은 내가 정말 쉬고 싶어서 이번 주는 혼자 쉬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그 사람은 하루 종일 서운함을 얘기했고,
결혼 얘기를 할 때도 그 사람은 나보고 부산을 오라고 하고
나는 어딜 가도 혼자여서 상관이 없었지만 하고 있는 일들이 있었기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결국 결혼이 아닌 헤어짐을 선택했고,
마음 한편에 작게나마 늘 있던 그 사람도 완벽히 사라졌다.
상대가 싫어하면 안 하는 게 맞는 거지만
이미 오래전 줄 마음을 다 줬었던 나는 더 줄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그 사람의 전 여자친구도 그 사람이 날 사랑했던 만큼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또 한 사람은 내가 만났던 사람 중 대부분 연하가 많았는데
그중 최대인 7살 어린 연하였다.
그 친구는 강원도에 사는 친구였고
어린 나이인데도 일하면서 자격증도 이것저것 열심히 따고
정말 열심히 사는 친구였다.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20분도 채 안 돼서 전화가 와선
"아무리 생각해도 헤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라며 울던 친구였다.
강원도까지 내가 가는 날이면 하루만 더 있다가 가라고 하고
그게 안되면 더 같이 있고 싶다며 수원까지 운전해 데려다주기도 하고
내가 버스를 타고 돌아갈 때면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옆으로 차를 타고 따라오며 인사를 해주기도 하고
갑자기 연락이 한참 안되다가 집 앞에 와서 놀래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집에 간다고 나서선 내가 좋아하는 걸 잔뜩 사다 주고 가기도 하고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싫어하는 나에게 겨울엔 핫팩을
한 박스씩 보내주곤 했었다.
장거리 치곤 꽤 많이 본 편이었는데, 명절 연휴나 휴가 때는 꼭 붙어 있었다.
평소에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정말 많은 곳에 날 데리고 가준 친구였다.
한 번은 그 친구 생일에
네가 직접 어머니한테 전달해 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다고
꽃을 손에 들려 전달드린 적이 있었다.
못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했는지
그 후 명절에 나를 만나러 오는 걸 아신 어머니가
고기와 김치를 그 친구 손에 들려 가서 같이 먹으라며 보내주셨었다.
그 친구가 회사에서 혼자 일하는 날도 많아서
회사로 꽃을 보낸 적도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꽃 선물을 많이 했던 친구였다.
어느 명절엔 할머니 댁에 있었는데 강원도에서
충남까지 나를 데리러 와서
우리 엄마에게 홍삼을 선물하고는
날 데리고 수원까지 또 운전해서 간 적이 있었다.
피곤해서 코피를 흘리면서도 내가 걱정하며 난리를 치면
자기가 오고 싶어서 온 거라며 괜찮다고 하던 친구였다.
자기 인생만큼 열심히 사랑할 줄 아는 친구였다.
그렇게 많이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했던 사람으론 유일했다.
장거리를 끝내고 내가 강원도를 가겠다고 하면
그 친구는 자기가 오겠다며 함께하는 미래를 계획하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같이 키울 강아지 이름도 정해놓았었다.
머리로는 헤어지는 게 맞다고 서로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은 그게 안됐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은 같이 기다리던 봄을 앞두고
헤어지게 됐고, 그 친구는 나랑 헤어진 후
원래 나를 만나기로 했던 날에 전화가 와서는
차에 앉아서 한참을 갈지 말지 고민을 했다고 했다.
결국 그날 그 친구는 오지 않았고,
그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10일도 안 돼서 프로필에 사진을 올렸다.
그 당시엔 정말 그 친구가 밉고 화도 나고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감정이었다.
미래를 같이 계획하던 사람이었기에 내 미래가 통째로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6개월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었고,
이상하게도 그 친구는 잊고 싶지가 않았다. 잊기가 싫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네가 날 떠나서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난 됐다고.
내가 상대를 힘들게 한 연애도 분명 있었고,
상대가 나를 정말 힘들게 한 연애에선
이해를 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으면
오히려 확실하게 마음 정리를 할 수 있었지만
그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사람마다 첫사랑의 의미가 다른 것 같다.
나에게 첫사랑의 의미는 처음 사랑을 한 사람이 아니라
처음 진짜 사랑이라는 게 뭔지 알게 해 준 사람이다.
그 친구를 통해서 나랑은 많이 다른 성향의 사람을 이해할 수도 있게 됐고,
마음에서 사람을 잘 놓아주는 법도 알게 됐다.
덕분에 정말 많은 감정을 느끼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그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마음뿐이다.
정말 행복하게 해 준 만큼이나 날 아프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그 친구의 행복을 바랄 수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이 나를 떠나서 행복하면 나는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