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겪은 서러움일까 (2)
가만히 앉아있어도 더운 나의 2층방.
나는 한여름에도 땀은 잘 나지 않는다. 사막기후의 탓으로 오히려 뜨거운 햇빛 때문에 얇은 긴팔을 입을 정도.
날씨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3월 말에 땀을 흘리고 앉아있는 꼴이라니.
그래서 외출 시에 천장에 달린 선풍기를 틀어놓고 나갔다. 가뜩이나 문을 꼭 닫고 다녀야 하는데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방에서 고양이가 더위에 힘들어할까 봐.
그러나 집주인은 선풍기에 불이 날까, 한여름엔 전기세 폭탄이 나올까 안된다며 진짜 더울 7-9월엔 어떻게 할 것 인지 묻는 게 아닌가.
내가 매달 내는 렌트비에는 공과금도 이미 포함된 것이기에 말도 안 된다 생각했지만 일단은 다 끄고 다니기로 하고 ‘생각해 볼게요 ‘ 하고선 또 며칠을 보냈다.
입주 때부터 물때와 물곰팡이로 가득한 샤워실, 물이 잘 빠지지도 않는 세면대, 사용하면 눈치만 주던 주방, 처참한 방음상태, 등등 모든 것이 너무 불편한 찰나에 이런 문제가 생겼으니 더 적응하기 전에 이사를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엇보다 처음에 서로 동의했던 계약 사항이 자꾸 바뀌는 것이 신뢰감을 떨어뜨렸다. 재취업을 준비해야 하던 시기에 이사도 하려고 틈틈이 발품 팔며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4월의 첫 주일, 교회를 가려 집을 나서던 찰나 집주인이 나를 불러 세우셨다. 같은 얘기였다.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면서 원하는 건 뚜렷이 말 안 하는 집주인의 화법을 알았기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교회에 늦어서 일단 다녀와서 얘기하겠다 하고 운전하면서 급하게 집을 알아보았다. 그렇게 두 군데 연락을 해두고 마침 한 군데에서 바로 연락이 와서 예배 후 집을 보러 갔는데 웬걸, 렌트비도 더 저렴하고 깨끗한 화장실과 불편하게나마 주방도 사용 가능하고 마음에 드는 동네에 집이 있는 게 아닌가. 옆방서 세 들어 사는 분과 같이 쓰는 화장실이었지만 50대 필리핀 여성의 간호사라 일이 바빠 집엔 거의 잠만 자러 들어온다 하니 깨끗이만 사용하면 같이 써도 문제없겠다 싶었다. 바로 구두로 계약을 하고 원래 집으로 돌아가 집주인과 얘길 나눴다. 취업스트레스에도 여러 군데 발품 팔며 어렵게라도 맘에 드는 집을 찾은 것에 감사했지만 일단 이 부분은 함구했다. 집주인과의 대화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고양이를 1층 계단에 (강아지처럼) 묶어놓고 외출해도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대책 말고는. 고양이를 키워봤다던 사람이 과연 할 수 있는 소리인가.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숨기며 집주인에게 혹시 모를 화재의 위험과 전기세 폭탄의 리스크를 안겨드리고 싶지 않으니 4월 말까지만 살고 더 독립적인 공간을 찾아 이사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말씀드렸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냐며 되물으셨지만 더 이상 이 사람들과 길게 엮이고 싶지 않은 나의 맘과 불편한 집 때문에 이미 떠나버린 맘을 돌릴 순 없었다.
앞으로 이미 갈 새 집도 정해졌고 집주인과도 감정 상할 일을 만들지 않고 4월 말까지만 살고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일단락된 줄 알았다. 돈 갖고 난리 치기 전까지는.
역시 모든 일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