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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Sep 26. 2016

디지털 노마드 "모임에 나가볼까" @치앙마이

한 달간 치앙마이에서 닥치는 대로 나가 본 모임, 강연, 이벤트 후기

해외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은 어떻게 나갈까.


보통 해외의 도시에서 현지 사람이나 여행자들을 만나는 모임을 검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카우치서핑 : 여행자 네트워크를 기반한 앱으로, 집의 소파 하나 정도를 숙소 품앗이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가 지금은 여행자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발전되었다. 카우치서핑상에서 그 도시의 이벤트를 검색하면 날짜별로 찾아볼 수 있다.

http://www.couchsurfing.com


밋업: 북미권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모임 플랫폼 서비스이다. 한국에서도 밋업에서 많은 모임들을 찾아볼 수 있고, 유럽권 보단 북미권에서 더 많은 모임들이 등록되어 있는 듯하다

http://www.meetup.com


페이스북 :  페이스북은 국가를 가릴 것 없이 기본 인프라 기능을 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다. 기본적인 네트워킹이 필요할 때 먼저 찾아볼만한 곳이다.


어떤 여행지들을 가든 이 세 가지 정도의 서비스에서 모임이나 이벤트를 찾을 수 있다.

치앙마이의 경우는 주로 페이스북이 주로 많이 이용되고 있었다. 카우치서핑과 밋업은 그리 활성화되어있지 않은 듯했다.


그 외에 BoredBreaker.com이란 치앙마이만의 모임 정보를 모아놓은 사이트가 있다.



BoredBreaker.com엔 페이스북이나 기타 서비스에 올라온 모임이나 이벤트를 다 등록해놓는 듯했다. 날짜별로 요일별로 편하게 찾아볼 수가 있어 편리하다. 단 모임 주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모임을 등록해놓은 경우도 있어, 모임 정보가 변경될 경우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 곳에 올려진 이벤트를 참석할 시 꼭 주최자 편을 통해 취소되거나 변경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한계를 느낀 첫 모임


이상과 같은 경로를 통해 9월 한 달 동안 보이는 모임이란 모임은 다 나가보려 했었다.


그런데 첫 주부터 일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맨 처음 나간 모임은

매주 화요일 점심에 모이는 노마드들의 모임

화요일에 Sri Faa 식당에서 열리는 디지털 노마드들의 점심 모임이었다.


가는 길에 뚝뚝 아저씨에게 바가지를 씌고 식당을 찾아가, 모여있는 사람들 옆에 슬그머니 끼어 앉았다.


문제는 영어였다.


물론 내 영어가 low level이란 건 인지하고 있었으나,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 들으며 맞장구나 치고 그러면 되겠지 싶었는데 그 영어의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치앙마이 노마드 커뮤니티가 아무래도 영미, 유럽권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다 보니, 당연히 영어권 사람들의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편하게 얘기하는 분위기이다. 예전에 참석해 본 여행자 모임 같은 경우는 다양한 언어권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로 천천히 알아들을만하게 영어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 리스닝이 그 차이를 넘지 못한 것이었다.


Sorry, Pardon도 한두 번이지 계속 못 알아듣고 되물어서는 제대로 소통이 될 리 없다.


앉아있는 동안 진땀을 빼며 아 괜히 왔나. 앞으로 모임은 다 어떻게 나가지 고민에 빠졌다.


점심을 적당히 먹고 얼른 일어날까 하던 차에 스콜성 비가 우아 하고 쏟아지니 발이 묶이고 말았다. 본의 아니게 모임 끝까지 끈질기게 남아서 드문드문 알아듣는 얘기들을 퍼즐처럼 끼워 맞추고 있어야 했다.


그래도 대략 그날 만난 노마드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알게 된 건, 생각보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많지 않다는 거였다. 제일 많이 하는 일이 Dropshiping이라는데 드랍쉽? 웬 드랍쉽? 스타크래프트도 아니고 무슨 얘긴가 하고 듣기만 했다. (이후 다른 글에서 Dropshiping을 비롯한 노마드들의 실제 비즈니스들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전주에서 2년 정도 살았다는 노마드는 여기서 할 일을 찾고 있는 듯했고, 커플로 왔던 일행은 날 반갑게 맞이하며 끝까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네이티브하고 매끄러운 발음에 대부분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했다.


또 기억나는 이는 E-Book 퍼블리셔를 한다는 노마드였는데, 후일 알게 되지만 이 일 또한 디지털 노마드들이 실질적으로 많이 하는 일 중에 하나였다.


어쨌건 치앙마이에서의 첫 모임은 진땀을 흘린 채 끝났고 숙소로 터덜터덜 걸어오면서 앞으로 모임은 어떻게 나가지 수심만 깊어졌다.




운도 안 따라주던 두 번째 모임


나름 생각은 있었다.


바로 다음 날 Language Exchange 모임이 있었다. 언어교환 모임은 편하게 나갈 수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언어를 배워보는 목적으로 나오다 보니, 어느 정도 영어가 허술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그곳에 가서 친구도 사귀어보고 부담을 덜자라는 마음으로 자전거까지 빌려 룰루랄라 갔다.


그런데 언어교환 모임이 열리는 Focus Gallery란 카페가 갑자기 문을 닫은 것이다.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왔다간 듯 미안한 기색으로 카페가 문을 닫아서 오늘 모임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 이번 여행은 모임운이 안 좋구나하며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깊어가는 영어 고민...


그 다음 날은 강연 형식의 이벤트에 나가보았다.


마케팅 전략에 관한 책의 저자가 강연 형식으로 하는 이벤트였는데, 상당히 많은 노마드들이 참석했다.


Wide-Awake란 카페가 꽉 찰 정도였다. 시간에 딱 맞춰와도 자리가 없어 뒤쪽에 서서 강연을 들었다.


역시 리스닝이 힘들었다. 내용도 마케팅 관련한 내용인지라, 영어 듣기 평가하는 기분으로 집중해서 들었으나 별로 건진 내용이 없었다.


나름 강연을 재밌게 하시는 것 같아 중간중간 사람들이 빵 터지는데 나만 못 웃고 심각한 표정으로 있으니 자괴감이 들었다.


나름 유튜브와 Coursera로 이런저런 영어 강의도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면 영어자막을 틀어놓고 볼 수도 있고, 놓치면 다시 볼 수도 있는 동영상 강의와는 천지차이였다.


한 시간 동안 서 있다가 나 뭐 한 거지란 생각으로 자리를 떠났다.


여행지에서 이런저런 모임이나 이벤트를 가보려면, 일단 영어가 큰 장벽인 듯하다.


말하기는 적게 해도 괜찮으나, 듣기가 안되면 이야기의 문맥이 안 통하고, 전달하는 내용이 뭔지 알 수가 없으니, 영어 듣기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만 더해질 뿐이었다.


Wide-Awake카페에서 있었던 마케팅 전략 강의




처음으로 보람찼던 모임


마케팅 전략 강연이 있는 날 바로 이어서 다른 곳에서 역시 비슷한 형태의 이벤트가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Mindset,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계발 강의 같은 토크였다.


전 모임이 끝나자마자 자전거로 후다닥 이동해서 Heathy B Cafe로 이동했다. 이 곳은 매일 아침을 먹으러 오는 곳이라 맘도 편했다. 스무디 하나를 들고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강연자는 뉴욕에서 온  Angel Gomez란 디톡스 전문가였는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재밌게 잘 풀어냈다. 뉴요커의 Swag가 느껴지는 고저가 확실한 엑센트와, 쇼미더머니에 나가도 좋을 라임과 플로우를 갖춘 래핑 같은 스피킹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른 모임에 나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얘기를 이해했고, 내용 또한 재밌었다.


보통 자기계발 강의는 비슷한 얘기만 반복하는 경우도 있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데, Gomez의 강의는 구체적이어서 흥미로웠다. 매일, 매주의 할 일, 성취 여부, 이후의 보람 등을 기록하되, 가능한 수치화를 시켜서 통계를 내보라는 얘기를 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매지니먼트의 혁신을 일으킨 세이버매트릭스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이디어 자체가 신박했다.


처음으로 모임에 나가서 보람을 느끼고 돌아온 날이었다.


이 후로도 Nomads Coffee Club에서 금요일마다 들은 토크는 모두 흥미롭고 보람찼다. 페북 커뮤니티도 자연스럽게 Nomads Coffee Club위주로 활동 하게 됐다.


뉴욕에서 온 Gomez의 리듬감 있었던 토크




이후 또 뭔가 재밌는 게 없나 하고 페이스북에 추천되는 이벤트를 이것저것 보다 흥미로운 이벤트를 발견했다.



Sangdee Documentary Night라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주최하는 'The True Cost' 다큐멘터리 상영 모임이 있는 것 아닌가.


평소에 다큐멘터리란 장르를 무척 좋아해서 매년 EIDF도 참석하며, EBS의 디뷰어로도 활동 중인 나로선 치앙마이에 다큐멘터리 모임이 있다는 것부터가 신기했다.


'The True Cost'란 다큐멘터리가 무슨 주제인지도 모른 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보기로 했다.


이 이벤트가 열리는 곳은 Sangdee란 갤러리 겸 펍이었는데, 정체성이 모호한 곳이었다.


원래는 갤러리로 만든 곳이긴 한데, 아무래도 운영을 위해서 밤엔 펍 겸 바 겸 모임 장소 등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곳인 듯했다. 이 곳의 2층엔 스크린과 프로젝터와 의자들을 구비해 영상 상영 이벤트가 가능하게 꾸며져 있었다.

Sangdee 2층의 이 공간에 의자들를 놓고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상영회에 가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노마드 모임에선 대개 보지 못한, 백인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 상영하는 다큐의 주제가 패스트패션이라 그런지 매우 몰입도 있게 관람하고 있었다.


상영방식은 넷플릭스 화면을 띄우는 식이었는데, 인터넷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은지 중간중간 버퍼링 시간이 꽤 있었다. 화면이 멈출 때마다 아 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다들 몰입해서 관람하는 게 참 흥미로웠다.


다큐멘터리 상영이 끝나고 나서는 영화제처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들 감명 깊게 본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The True Cost'란 다큐의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나 역시 내용에 몰입된 나머지 리뷰도 열심히 적어서 브런치에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angdee갤러리에서 있었던 다큐멘터리 상영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큐멘터리 모임이 있었던 Sangdee에서 공연이벤트처럼 보이는 게 있었다.


좋은 기억도 있고 해서 늦은 시간에 가보았다.


저번 모임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하는 모임인가 했더니,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었다.


알고 봤더니 여기 갤러리 사장님이 영업을 위해 라이브 공연을 열고, 이벤트로 열어둔 것이었다.


들어가 앉으니 먼저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이 "얘는 누구지"하며 오히려 놀라는 눈치였다.


여길 어떻게 알고 왔냐기에 페이스북에서 보고 왔다고 하니, 사장님과 사장님 부인, 사장님 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몰려드는 것이었다.


갑자기 주부 떼토크의 패널이 된 기분이었다.


한국이나 여기나 아주머니들의 토크는 힘이 있었다.


쉴 새 없이 호구조사와 함께 태국 아주머니 스타일의 수다를 쏟아내는데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나중엔 놀고 있는 갤러리 건물의 4층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에 대해서 아주머니 손님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곳엔 섹시한 소파를 놓고, 이 곳엔 이런 그림을 놓아야 하며, 지문 인식기를 달아서 정해진 멤버들만 들어오게 하자는 뭔가 주객이 전도된 듯 한 주장에 사장님은 난감한 눈치인 듯했다.

4층 유휴공간의 리모델링에 대해 열띤 토론중인 손님들


혼자 앉아 있을 때 사장님이 옆에 오셔서 말동무를 해주는데,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기가 원래는 갤러리 용도라 벽도 더 있었고 그랬는데, 다 치우고 지금은 펍 위주로 운영한다는 얘기였다.


지금 라이브하고 있는 저 친구들에게 공연비를 얼마를 줬고, 여기 인테리어를 어떻게 했는지 시시콜콜한 얘기를 다 듣고 있었다.


그중 가장 길었던 이야기는 그 갤러리에 있던 한 벽에 대한 얘기였다.


그냥 벽으로 보이는 그 벽이 레이어가 9개인가 그렇고, 조명에 따라서 다양한 빛을 낸다는 얘기를 30분 정도 듣고 있었다.


꼭 가서 사진을 찍어보라고 해서 사진을 찍고 오니 사장님은 만족한 눈치였다.

이게 바로 그 Sangdee 사장님이 나에게 30분간 자랑을 한 9개 레이어의 그 벽이다.


사장님과 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과 쉴틈 없는 토크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늦어질수록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내가 봐도 뭔가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Sangdee 갤러리였는데, 확실히 매니아층과 단골이 있는 듯했다.


그중 한 명인 크리스틴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옆쪽에 앉아있는 백인 아주머니인 크리스틴을 확인하고, 영어에 자신이 없는 난 자리를 슬그머니 반대쪽으로 조금 옮겨갔다.


근데 얘기를 하다 보니 얘기가 엮여서 또다시 영국 엑센트의 크리스틴 선생님으로부터의 더 높은 난이도인 영어 듣기 평가 같은 시간을 가졌는데, 영어로 할 수 있는 표현이 제한되어있는 나이기에 냉큼 내가 아는 주제를 던졌다.


지난주에 Sangdee에서 있었던 다큐멘터리 모임이 재밌었다고 하자, 크리스틴도 자기도 왔었다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었고 흥미로웠다고 하자, 크리스틴도 동의했다.


알고 보니 크리스틴은 World Fair Trade Organizations 아시아 지부의 Executive Director였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그 조직에서 수장인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큐멘터리 'The True Cost' 리뷰를 적을 거라고 하니 관심을 보였다. 나중에 한국어로 리뷰를 써서 올리면 메일로 알려달라고 했다.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꺼낸 덕에 내 영어 실력을 넘는 얘기가 풀리자, 신나서 다른 주제도 꺼내보았다


영국 사람이라길래 Harrods 홍차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꾸지람을 들었다.


Harrods는 지나치게 고급 브랜드이며 공정무역 제품이 아니라고,  한국엔 'Beautiful Coffee'가 있으니 그걸 마시라는 거였다.


Beautiful Coffee가 뭔가 하고 생각하다 보니,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인  '아름다운 커피'를 얘기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역시 공정무역 관련 기구에서 일하는 분이라 남달랐다.

  

묘한 매력이 있었던 Sangdee 갤러리




치앙마이의 작가들은 어떤 모습일까


치앙마이에 와서 구상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내가 가장 많은 시간 동안 하고 있는 것은 글쓰기였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의 마음으로 쓰고 있던 입장에서, 치앙마이에 있다는 수많은 writer들이 모일법한 작가 모임을 꼭 가보고 싶었다.



모임의 참석인원이 생각보다 많았다.


Rustic & Blue라는 평소에 자주 샐러드 먹으러 가는 가게였는데, 준비한 공간에 다 앉지 못할 만큼 많은 작가들이 모였다.


작가들이라 그런지 개성이 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초 집중하며 들어야 했다.


모임의 내용은 본인의 책을 출판하기 까지, 성공적으로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토크였다.


수십 개의 가치에 관한 단어가 적힌 쪽지를 나눠주고, 그 단어들 중에 본인을 나타내는 10가지 단어를 체크한 뒤, 그 가치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다들 글을 쓰고 본인의 책을 출판하는 게 꿈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분위기는 진지했다.


치앙마이 하면 디지털 노마드 외에도 장기 체류하며 글을 쓰거나 예술 작업을 하는 이들이 많은 곳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치앙마이 작가 모임. 이 후 사람들이 계속 더 와서 10명가량은 서 있을 정도였다.




언어 교환 모임의 부활


첫 주에 언어교환 모임이 취소된 이후로 모임이 없어진 게 아닌가 했다. 페이스북 그룹에도 별다른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다 궁금하기도 해서, 페이스북 그룹에 질문 글을 올려보니, Rick Insley라는 분이 Cube 7이라는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열린다는 댓글을 달아주었다.  


시간에 맞춰 가보니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댓글을 달아주신 Rick Insley라는 백인 노인분과, 카페 직원분으로 보이는 여자분만 제시간에 있었다. 한참 둘이 하는 얘기를 듣다 보니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치앙마이 언어 교환 모임은 꽤 오래 해왔던 듯했다. 원래 주로 모임 운영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최근 바빠진 와중에, 모임 장소가 갑자기 문을 닫으니 혼선이 생긴 것이었다.


그래서 그 날은 이 언어 교환 모임을 어떻게 다시 살려서 알리고 운영할 지에 대한 모임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


그들의 제일 큰 고민이 홍보였는데,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 모임의 존재를 알릴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모임을 여러 차례 운영해보기도 해서 흥미롭게 듣기도 하고, 내 의견도 제시했다.


그곳 역시 미국인들이 제일 많아서, 내가 좀 알아듣는다 싶으면 빨라지는 영어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편안한 분위기였다.


3일 이후에 토요일에도 있었던 언어교환 모임을 다시 나가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태국인, 중국인, 미국인, 호주인, 그리스인 등 국적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주로 영어와 태국어에 관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태국어 단어로 하는 스피드 퀴즈 같은 게임을 하다가, 나중엔 누군가 가져온 UNO란 카드 게임판으로 변했다.


카드를 쥐자 집중력이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며, 한국이나 여기나 편하게 노는 건 가벼운 게임이 최고임을 알 수 있었다.




유익했던 금요일의 Nomad Coffee Club 토크 이벤트


Nomad Coffee Club의 처음 가봤던 강연 형태의 토크 이벤트가 만족스러웠기에 이후 금요일은 꼭 Nomad Coffee Club의 이벤트를 참석했다.


이후 3번의 모임을 더 가보았는데, 다른 모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은 모임이었다.


기억에 남는 건 3번째로 가보았던 Torsten Toto Kremser의 토크였다.



4년간 전 세계를 여행했다는 그는 첫인상부터 프로 여행러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이 직장을 박차고 나와 세계를 여행 다니며 케냐의 어린이들에게 꽂혀서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재단을 설립하고 기금을 모집해 진행하는 사업 등에 대한 흡입력 있는 얘기들에 Healthy B Cafe에 모인 노마드들은 넋을 잃고 빠져들어갔다.


여행 얘기 자체가 누구나 재밌게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지만, Toto는 남다른 매력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그의 이야기 말미에 홍보하는 여행서비스도 흥미로웠는데. Convoy라는 개념으로, 아프리카에서의 많은 여행 경험이 있는 그가, 남부 아프리카 지역을 같이 여행할 사람을 모아서 넓은 지역을 같이 동행하는 일종의 단체여행 패키지 같은 것이었다. 단순히 여행 가이드 서비스라면 식상할 수 있는데, Toto의 흥미로운 여행 얘기를 들은 직후였고, 한 도시가 아니라 남부 아프리카의 넓은 지역을 같이 돌며 그의 여행담을 공유한다는 개념으로,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케냐 아이들을 위한 자선기금단체를 후원하는 개념과 합쳐져 매력적으로 들렸다.


이 토크 이후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는 그는 노마드들이 모이는 어느 자리에 가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마야몰의 CAMP에도 낮 시간 동안 저쪽편에 있다 가는 모습을 봤다.


가장 재밌었던 건 그다음 주에 있었던  Johnny Jen의 토크였다.


Johnny Jen은 이 Nomad Coffee Club을 처음 만든 사람이다. 이후 Petter Miller에게 커뮤니티 운영을 맡겨 두고 본인은 캄보디아, 필리핀, 포르투갈, 폴란드 등, 노마드들의 다음 이정표가 될만한 도시들을 여행하고 돌아온 후 갖는 토크였다.


이 커뮤니티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리 같았는데, 이 전 이벤트에 비해 훨씬 많은 노마드들이 모였다. 장소도 더 큰 곳으로 옮겨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침 치앙마이에 머무르는 타이밍에 이 토크를 들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던 것 같다.


중앙에서 얘기하고 있는 이가 Johnny Jen, 왼쪽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이가 Petter Miller이다.

Library Coffee Salad Bar Cafe는 새롭게 Nomad Coffee Club의 이벤트가 열린 곳이었는데, 뭔가 급조된 듯한 환영 현수막이 재밌었다. 원래 외식하는 식당 같은 곳이라 강연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였는데, 노마드들은 다들 개의치 않고 자유로운 자세로 경청했다.


토크가 시작되자 Johnny Jen은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며 입수한 정보와 고민을 상세하게 얘기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비자 문제였다. 국적에 따라 비자는 완전히 다른 상황일 수밖에 없고 타협이 되지 않는 조건이기에, 각 국가별로 비자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 도시의 생활비, 그 도시 사람들의 성향, 코워킹스페이스 인프라, 즐길 거리, 인터넷 환경, 투자 이민에 관련한 정보까지 여행기처럼 들려주었다.


결론적으로 그의 추천은 포르투갈과 폴란드였는데, 본인이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토를 갔을 때 충분히 괜찮은 노마드들의 도시일 수 있겠다라고 느꼈지만, 이후 폴란드를 가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구글 캠퍼스도 있는 바르샤바와 아름다운 관광지로 유명한 크라쿠프 모두 노마드들에게 매력적인 도시였고,  그 두 도시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비교해주었다. 이에 대한 정보는 이후 'Johnny's Guide to Poland: Warsaw vs. Krakow for Digital Nomads'란 제목으로 온라인에 공유해놓았으니 읽어볼 만하다.

http://www.johnnyfd.com/2016/07/johnnys-guide-to-poland-warsaw-vs.html




한계를 느꼈던 Sri Faa 점심 모임에 다시 가보다


Sri Faa 식당에서 열리는 노마드들의 화요일 점심 모임은 매주 열리고 있었다.


첫 주에 냉큼 가봤다가 리스닝이 안돼 멘붕 한 채로 돌아온 이후 그 모임을 멀리하고 있었다.


일정의 마지막이 다가오니 다시 한번 나가볼까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모임을 나가보다 보니 뻔뻔함이 늘기도 했다.


잘 못 알아듣겠으면 웃는 얼굴로 yes... right...하며 긍정맨 컨셉으로 고개만 끄덕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자전거를 타고 룰루랄라 나가보았다.


두 번쨰로 나갔던 화요일 노마드 점심 모임은 훨씬 많은 노마드들이 있었다.

그 전보다 훨씬 많은 노마드들이 모인 Sri Faa 식당은 왁자지껄했다.


50바트정도인가 했던 팟타이 하나 시키고 빈자리로 가서 집중 모드로 얘기들을 듣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모임 다녔다고 그새 리스닝이 좀 는 건지 예전보단 많이 알아듣긴 했다.


이 날 만난 친구들 중에 두 커플과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눴는데, 내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한 커플은 독일인 여자-러시아인 남자였는데, 이 러시아 친구가 북한에 관심이 무지 많았다. 밥을 다 먹고 나서 한 시간 동안 북한 얘기만 나눴는데, 나의 영어실력이 따라가기 참 벅찼다. 이 커플은 유튜버가 되기 위해 비디오 메이킹에 입문하는 친구들이었는데, 고프로와 DSLR을 들고 다니며 여행지의 모습들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본인들도 막 시작해서 잘 모른다고는 했지만, 노마드 중 비디오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이 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듯해서 궁금한 것들을 많이 물어보았다.


또 다른 커플의 여자분은 활달한 성격으로 정말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굉장히 빠르게 얘기를 하는데 신기하게 많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화법 자체가 말은 빨라도 비슷한 얘기를 다른 말로 여러 번 해주는 스타일이라 쉽게 알아듣게 만드는 희한한 재주가 있었다. 이 친구와 아까 그 커플이 북한과 한중일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때아닌 역사토론의 시간을 잠시 가졌다. 이 여자분의 남자 친구가 이후에 합류했는데, 노마드들이 많이 한다는 Dropshiping을 막 시작한 친구였다. 궁금한 점이 많았던 난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친절하게 답변해주었다.


Nomad Coffee Club에서 4년간의 여행기를 들려주었던 Toto도 와 있었다. 본인의 Convoy 여행서비스를 냉큼 홍보하는 Toto.




디지털 노마드들은 여러 도시들을 자주 옮겨 다니게 된다. 새로운 도시엔 친구가 없기 마련이고, 정보도 부족하다. 페이스북 등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는 노마드들의 모임은 친구도 사귀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한 달 동안 치앙마이에서 여러 노마드들의 모임을 나가보고 나니 가장 큰 문제는 첫 째도 영어, 둘 째도 영어였다. 꼭 모임을 나가지 않더라도 대부분 페이스북에서 얘기되는 현지 생활에 대한 질문 답변 혹은 공유되는 정보 모두 영어이다. 물론 대부분의 여행지에 관한 정보는 한국 웹에서도 찾을 수 있고, 한국어 기반으로 여행정보는 충분하다. 요즘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도시별로 열려있어 사실 기본적인 정보는 얻기 쉽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들의 생활 안쪽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영어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벽이다. 그리고 본인이 이미 가지고 있는 소스와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을 합치면 이 곳에서 비즈니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는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의 필요한 서비스는 항상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디지털 노마드들을 상대로 하는 여러 서비스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노마드 생활을 가능하게 한 이들도 많다. 한국어 기반의 여러 플랫폼도 충분히 여행을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조금 더 글로벌 한 디지털 노마드들의 정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려면 영어가 가장 기본적인 능력인 듯하다.


비록 부족한 영어를 뻔뻔함으로 메꾸고 다니긴 했지만, 여행 경험으로서도 충분히 즐거웠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 씬의 중심인 치앙마이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기도 하는 게 단순한 여행의 경험을 넘어선 무엇이었다. 노마드의 생활을 준비하거나 혹은 보통의 여행을 준비하는 이라도 가끔은 이런 모임에 나가서 네트워킹 해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일 것이라 확신한다.


금요일 오후 Nomad Coffee Club의 토크가 끝나면 저런 네트워킹이 이루어진다. 매일 아침식사와 토크 이벤트로 즐거운 장소로 기억된 Healthy B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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