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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Sep 29. 2017

선거에서 철저하게 폭망 하기

<앤서니 위너 : 선거 이야기>  다큐리뷰



이 리뷰에서는 다큐멘터리 내용의 누설이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생애주기가 롤러코스터 같다고 하는 그리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조그만 이슈에도 당선과 낙선이 갈리기 십상이고, 어제는 대중의 히어로였다가 오늘은 욕받이 무녀가 되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뉴욕 시장에 출마한 앤서니 위너의 롤러코스터는 조금 더 강력하다. 마치 오르막은 전혀 없이 가공할만한 급추락을 보여주는 그의 선거 스토리는 그래서 좀 특별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의 스캔들은 7선 하원의원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절 트위터에 실수로 올린 하나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됐다. 팬티 모습의 하체를 찍은 외설적인 그 사진은 팔로워들의 눈을 의심하게 했고, 그는 그 사진을 찍은 이유를 해명해야 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비웃음을 사던 그의 팬티 사진은 코난 쇼에서 개그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가 해킹당했다는 흔한 변명을 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심지어 트럼프가 트윗으로 변태는 안된다며 비꼬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출처: http://cdn.teamcococdn.com
출처 : https://i.imgflip.com/1cac2e.jpg



그의 해명들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결국 그는 의원직을 사임한다. 자숙하는 듯 보였던 그는 2년 후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정치인으로서 치명적인 스캔들을 겪은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발판은 그의 아내이자 힐러리 클린턴의 측근인 후마 에버딘의 지지였다. 그 스캔들의 가장 큰 피해자인 에버딘이 위너를 용서하고,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지지를 보인 것이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힐러리가 딸처럼 아꼈다고도 알려진 에버딘의 팀 플레이와 단일 보험자 의료보험과 같은 위너의 정책 지지자들 덕에 위너는 지지율 1위를 찍기도 한다. 그의 선거 사무소의 분위기도 흥하고, 위너의 정면돌파는 성공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진짜 폭망 스토리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위너가 다른 여성과 외설적인 사진을 주고받았다는 2차 스캔들이 터지고, 그가 온라인으로 주고받은 외설적인 내용들은 온갖 형태로 일파만파 퍼진다. 2차 성추문의 시점이 의원직 사임 전이냐 후냐가 쟁점이 되지만, 대중이 너무나도 소화하기 좋은 추문들과 Carlos Danger라는 위너가 사용한 우스꽝스러운 닉네임 등은 선거판의 그를 잘근잘근 씹어버린다.


다큐의 러닝타임이 38분 남은 시점에서, 그는 이미 철저히 망했다. 아내인 에버딘이 한 번 용서하고 지지했는데 그 사이에 또 일어난 스캔들이라니. 반등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남은 러닝타임 동안 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픽션의 영화라면 뭔가 말도 안 되는 외부 효과로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논픽션이다.


다큐는 근성 하나는 갖고 있는 듯한 그의 선거 과정을 못지않은 근성으로 끝까지 따라붙어 조명한다. 미국 정치에서의 성공적인 선거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 위치한 선거캠프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 다큐는 함량 미달에 자기 객관화가 안 된 정치인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상세하게 볼 수 있다.




다큐가 끝난 이후의 이야기는 더욱 가관이다.


처참하게 낙선한 위너의 성추문은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점입가경으로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미성년자와의 섹스팅(외설적인 문자)을 한 것이 발각된다. 그는 미성년자인 줄 알면서도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기소됐고, 며칠 전인 9월 25일, 징역 21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위너와 에버딘은 이혼했고, 위너는 완전히 끝났다.

https://www.nytimes.com/2017/09/25/nyregion/anthony-weiner-sentencing-prison-sexting-teenager.html?mcubz=1


이 범죄의 조사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위너의 노트북을 조사하던 FBI는 힐러리의 측근인 에버딘도 같은 노트북을 사용한 것을 알게 됐고, 그 노트북에선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부터 에버딘과 주고받은 수천 건의 이메일이 발견됐다. 에버딘은 힐러리 밑에서 일하던 국무부를 떠날 때 정보공개법에 따라 업무에 관련한 모든 서류와 자료를 넘기겠다는 서명을 했다. 엉뚱하게 위너의 범죄를 수사하다 발견된 이메일 때문에 상황은 FBI의 이메일 재조사로 번졌고, 이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http://www.washingtonexaminer.com/fbi-turns-over-7000-emails-on-anthony-weiners-computer-to-state-department/article/2629266




한 정치인이 철저하게 추락하는 선거과정을 담은  <앤소니 위너 : 선거 이야기>는 미국 정치의 이면을 근거리에서 담은 다큐이다. 다 보고 나면 결코 올라가지 않고 추락하기만 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 든다. 한 정치인의 몰락에 끝나지 않고, 트럼프의 당선에까지 영향을 끼친 미국 정치의 장면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앤소니 위너 : 선거 이야기>는 EBS의 다큐 플랫폼 DBOX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257

https://www.netflix.com/kr/title/80096722


커버 이미지 출처

http://www.imdb.com/title/tt5278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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