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상영관과 온라인을 통해 열리는 다큐멘터리 영화제 프리뷰
오는 8월 21일(월)부터 27일(일)까지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가 서울과 일산에서 열립니다.
올해로 제14회를 맞는 EIDF는 국제 다큐 영화제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영화제의 경우 모든 작품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나 EIDF의 경우에는 영화제 작품들을 영화관에서 상영할 뿐 아니라 공중파로도 방영해오고 있는데요. 이는 세계 어느 영화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공중파에 상영되면 저작권 보호가 힘들어지는 점도 있어서 이런 방식의 운영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 덕으로 한국에서 무척이나 생소했던 다큐멘터리란 장르를 대중에게 알려지게 만든 것은 큰 공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EIDF 2017의 캐치프레이즈는 "다큐로 보는 세상 Plugging into the World"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큐라는 장르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매력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세계에 존재하지만 접하기 힘든 여러 현실과 다양한 생각들을 비추어 주고, 때론 더 나아가 작품 속에서 그 문제를 풀기 위한 힌트까지 도모해보는 이 장르의 가능성은 참 매력적입니다.
EIDF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방법은 3가지가 있습니다.
1. 상영관에서 관람하기
극장 상영 시간표
http://www.eidf.co.kr/kor/screen/play
2. EBS 방영 날짜와 시간을 맞춰서 집에서 시청하기
방송 편성표
http://www.eidf.co.kr/kor/screen/tvSchedule
3. 온라인 다큐 플랫폼 디박스에서 시청하기(EBS 방영 이후 일주일간 무료로 시청 가능)
디박스 무료 서비스 일정
http://www.eidf.co.kr/dbox/helpdesk/notice/view/10003575359
상영관은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 메가박스 킨텍스, 일산 EBS 스페이스홀에서 가능합니다. 예전엔 좀 더 넓은 지역에 상영관이 분포해 있었는데 일산과 이대 쪽에서만 관람이 가능한 건 조금 아쉽긴 하네요.
하지만 EBS 방송을 통해 모두 시청 가능하고, 방영 이후엔 EBS의 온라인 다큐 시청 플랫폼인 디박스에서 일주일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접하기 쉽지 않은 현실 여건 상 온라인 플랫폼 디박스는 아주 훌륭한 채널인 것 같습니다.
이번 EIDF에서 상영되는 많은 작품들 중에 시놉시스와 트레일러 등의 기본적인 정보만 가지고 주관적으로 기대작들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어떤 객관적인 기준이나 공신력은 전혀 없는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추천이니 아주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작년에 IDFA 영화제를 기다리며 기대작들을 뽑아보았는데, 실제 이후 수상작이나 관객 평점 상위 작품들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제를 기다리며 기대작들을 추려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즐거운 작업인 것 같습니다.
이번 출품 다큐 중에 유일하게 IDFA 2016을 통해 먼저 관람한 작품이다. 다운증후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란 이슈를 다룬 이 다큐의 감독은 마이테 알베르디이다. <티 타임>으로 EIDF 2015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은 이번 EIDF 2017의 경쟁 부문에도 새 작품을 출품했다. 전작 <티 타임>과 같은 화사한 색감으로 눈이 즐거운 이 다큐는 논쟁적인 이슈를 제시한다. 충분히 흥미로우면서도 내용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우리 사랑 이야기>를 이번 EIDF 2017에서도 자신 있게 추천해본다. 좀 더 자세한 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nonfictionlife/45
<우리 사랑 이야기>는 8월 21일(월) 21시 50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11?preview=Y
EIDF에서 야외 상영 이벤트에 걸린 다큐는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 면이 있다. "얼마나 괜찮으면 야외 상영 이벤트에 걸었을까?"란 단순한 추측은 어느 정도 예측력이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본 야외 상영이 다 재밌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번 야외 상영작으로 선정된 <씨앗: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시놉시스만으로 기대감이 든다.
예전에 리뷰를 남긴 적인 있는 <The True Cost>에서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며 중간에 몬산토 등 다국적 기업의 종자 독점에 대한 이슈도 잠시 다루었는데, 이 다큐는 그 이슈를 더 확장판으로 들고 나온 듯하다. 트레일러를 보니 훌륭한 편집과 이야기의 논리 구조도 명쾌해 보인다. 늘어지지 않고 몰입되기엔 충분한 웰메이드 다큐로 기대된다.
지나가다 들은 얘기로 전 세계에 유통되는 바나나의 대다수가 같은 품종이라고 들은 것 같다. 생산력과 당도 등을 고려해 개량하다 보니 가장 우수한 품종 위주로 재배되는 거겠지만, 종자의 안정성인 측면에서는 취약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그 품종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나 병이 돌면 순식간에 전 세계 바나나 생산량이 급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자를 둘러싼 여러 윤리적인, 생태학적인 이야기를 이 다큐를 통해 들여다보자.
<씨앗: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8월 27일(일) 20시 10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43?preview=Y
디박스 리뷰를 보면 이 다큐의 감독 잔프란코 로시에 대해 '현재 가장 뜨거운 다큐멘터리 작가'라는 설명이 붙는다. 전작 <성스러운 도로>(2013)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고 이번 다큐 <화염의 바다>로는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으니, 꼭 수상실적이 다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관심이 간다.
난민 이슈는 수많은 다큐에서 다루어진다. 여러 다큐에서 보아도 매번 충격을 느낄 정도로 현재 진행형이면서 뜨거운 이슈이다. 잔프란코 로시와 같은 핫한 감독의 눈에 비친 난민 이슈는 어떤 모습일까. 트레일러를 보았다. 짧은 러닝타임에 많은 걸 보여주진 않지만 전형적인 내러티브는 아닐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난 추천하고 싶다. 이 다큐를 보실지는 트레일러를 보고 판단하시라.
<화염의 바다>는 8월 25일(금) 23시 05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259?preview=Y
5년간 지속된 시리아 내전은 그 끔찍함 마저 익숙해져 버린 듯하다. 온건함이란 찾을 수 없는 도시, 알레포에서 자원활동가로 이루어진 민간 구조대 '화이트 헬멧'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시리아를 지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라스트맨 인 알레포>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선댄스 영화제 월드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란 수식어가 없이도 충분히 추천 가능한 다큐일 것 같다.
<라스트맨 인 알레포>는 8월 21일(월) 23시 15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10?preview=Y
죽음과 건강의 상실에 대한 공포는 언제나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주제다. 아일랜드의 젊은 영화감독 사이먼 피츠모리스는 경쾌한 그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한 삶을 그려나가는 와중에 그를 덮친 건 운동뉴런증이란 어둠이었다. 모든 걸 상실해가는 결정된 이정표 같은 절망에서 그는 굴하지 않고 영화의 꿈을 이어 나간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관통하는 대중적인 주제를 가슴 따뜻하고 힘 있게 담아냈을 걸로 기대된다. 이 정도면 이번 EIDF에서 선택해봐도 좋을 다큐가 아닐까 싶다.
<어둠이 오기 전에>는 8월 27일(일) 21시 15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20?preview=Y
예전부터 히말라야 몇 좌 등정이니 하는 뉴스들을 보면서, 그 히말라야에서 살고 있고 등정을 돕는 셀파들은 생계를 위해 매번 그 산을 오르는데 그게 그렇게도 의미가 큰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히말라야란 지역을 마치 전입 미답의 경지로 객체화시키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곳엔 항상 셀파들이 있었는데 말이다. 돌이켜 보면 신대륙 발견이라는 것도 이미 살고 있던 여러 아메리카 토착민은 어쩌고 '새로운' 대륙 발견이라니. 오리엔탈리즘 적인 오류라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EIDF에서 이들 네팔 셀파 이야기가 다뤄지는 것은 반갑다. 어쩌면 몇 좌를 실제 올랐니 안 올랐니 하는 논란보다 훨씬 궁금한 이야기이다. '히말라야의 시지프스'란 제목도 귀에 꽂힌다. 트레일러만 보고 함부로 쓰는 글이지만 황준성 감독의 <히말라야의 시지프스 : 네팔 포터 이야기>를 추천해본다.
<히말라야의 시지프스>는 8월 25일(금) 21시 50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13?preview=Y
얼마 전 영화 군함도가 여러 논란으로 얼룩지며, 일제의 강제 징용 역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쉽게 넘어가버렸단 느낌이 있었다. 이 즈음에 이 비극적인 역사를 기록해 온 하야시 에이다이의 이야기가 EIDF에서 소개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의 아버지는 도망친 조선인 노동자를 숨겨주다 발각되어 고문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일본이 외면하는 끔찍한 역사를 필사적으로 기록해내고 있는 한 일본인 작가의 얘기는 나는 꼭 한번 보고 싶다.
<기록작가 하야시 에이다이의 저항>는 8월 25일(금) 12시 45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31?preview=Y
담배를 둘러싼 논쟁은 흡연과 금연 사이의 지리한 줄다리기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년 전 불현듯 등장한 전자 담배는 전혀 새로운 논쟁을 낳고 있다. <베이프 웨이브>는 전자 담배란 새로운 툴이 만들어내고 있는 이야기를 확인해볼 수 있는 다큐이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편집은 빠른 비트로 흘러서 지루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중간중간 재치 있는 sarcasm도 보인다. 다큐멘터리란 장르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다른 스피디한 이 다큐는 전자 담배란 이슈가 조금이라도 궁금한 분에겐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베이프 웨이브>는 아트하우스 모모 1관에서 23일 19시 30분, 메가박스 킨텍스 5관에서 27일 12시 30분에 상영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26?preview=Y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군수업체 사이의 검은 커넥션에 대한 문제제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다큐 <섀도 월드>은 무기 산업을 둘러싼 국가와 기업이 어떻게 유착하는지, 그 메커니즘은 어떤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즈음에서 그 패를 던지는 거대한 플레이어들의 쿠셰 정도는 우리가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번 EIDF 기대작으로 추천해보는 바이다.
<섀도 월드>는 8월 26일(토) 24시 35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236?preview=Y
시놉시스에 설명된 닐스 보어 과학자들과 협력하여 양자 물리학을 통해 의식의 대상을 조사한다는 소재는 충분히 흥미롭다. 단 트레일러만 봐서는 어떤 내용일지 쉽게 짐작되진 않는다. 그만큼 복잡하거나 혹은 근거가 빈약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정말 과학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의식에 대한 연구를 멋지게 보여줄 다큐가 맞는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알 수 없는 확률이지만. 재미가 없을 경우 비난을 감수할 각오를 하고 추천해 본다.
<의식의 물리학>은 8월 24일(목) 25시 15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28?preview=Y
<선 라이즈-선 셋-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비포 3부작'과 <스쿨 오브 락>, <보이후드>까지 여러 명작들을 연출한 리처드 링클레이터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 다큐를 보기 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의 매력까진 알 수 없더라도, 그의 필모그래피와 제작 메이킹 필름,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매튜 맥커너히, 에단 호크, 잭 블랙 등 등의 인터뷰까지 곁들여 볼 수 있다니 끌리는 건 사실이다. 2016년 선댄스 영화제와 SXSW에 올랐다는 얘기에도 솔깃해진다. 방송 시간에 맞춰 TV를 틀어볼 계획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꿈의 연대기>는 8월 24일(목) 23시 35분에 TV로 방송된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48?preview=Y
<Dina>는 러브 스토리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은 없다. 누군가 죽지도 않고 불치병도 없으며 현실에서 볼 일도 없는 극단적인 미남 미녀도 등장하지 않는다. Dina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에서 작은 역경을 넘고 재출발하는 사랑의 지점에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 듯하다.
화면은 따뜻하고 경쾌하며 밝다. 2017년 선댄스 영화제의 미국 다큐멘터리 대상을 수상할만한 아름다운 화면이다. 현실 속에 움트는 생활의 러브 스토리를 볼 수 있는 다큐로 추천해보면 어떨까 싶다.
<디나>는 8월 24일(목) 19시 00분에 TV로 방송된다.
나름의 기대작들을 선별해 본 것은 이번 2017 EIDF를 더 잘 즐겨보려는 준비였습니다. 극히 주관적인 리스트일 뿐이니 다시 한번 가볍게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리니다. 다큐멘터리란 장르에 애정이 있으신 분들은 이번 EIDF의 작품 리스트를 보시며 TV EBS채널을 통해, 여건이 되시는 분은 영화관에서, 아니면 혹은 디박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다큐로 보는 세상"을 즐겨보시길 바라봅니다.
EIDF 공식 홈페이지
온라인 다큐멘터리 스트리밍 플랫폼 디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