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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Aug 18. 2017

<잠은 죽어서나 :스티브 아오키>

EDM알못의 스티브 아오키 다큐 리뷰

다큐멘터리이지만 내용에 대한 누설이 포함되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www.netflix.com



나는 EDM 음악에 문외한이다. 음악 다큐를 좋아하는 까닭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이 다큐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름은 들어본 DJ인데 사전 정보가 없어서 나무 위키를 찾아봤다. 레슬러이자 <베니 하나> 레스토랑 창업자인 록키 아오키의 아들이자 유명 모델 데본 아오키의 이복 오빠. 케이크 던지기 등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유명 DJ. 그러나 많은 히트곡들이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탓에 악플도 많이 달리고 실력에 대한 논쟁도 있다는 얘기. 일단 문외한의 포지션에 충실하게 그의 음악에 대한 얘기는 놓고자 한다. 다큐멘터리란 그릇에 담아진 그의 모습에 대해서만 얘기하려 한다.




음악 다큐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극적인 내러티브가 다소 적을 수밖에 없는 다큐의 특성상 좋은 음악의 기능은 탁월하다. 그리고 여러 음악 다큐에서 다뤄지듯이 당장의 퍼포먼스에서 보여주기 힘든 음악인들의 뒷 이야기, 속내 등을 엿볼 수 있다. <사운드 시티>에서 폴 매카트니 등의 전설적인 뮤지션이 아날로그 스튜디오에서 뽑아내는 협주의 힘, <Chasing Trane>에서 알게 되는 존 콜트레인의 진중한 인생 이야기 등은 다큐라는 형식에서 빛이 나는 요소들이다.


이 다큐는 EDM DJ인 스티브 아오키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다큐 자체도 비트가 빠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그의 파티 무대 장면은 지루할 틈이 없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DJ가 된 스티브 아오키의 삶도 그 비트만큼 빨라진 것 같다. 온 세계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그는 전용기 외에선 잘 시간도 없다. 그는 세계 어디든 그를 불러주면 간다고 한다. 충분히 무대를 즐기기도, 일을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음악인 중 최장 항공 이동거리를 기록한 그는 누군가는 미치도록 꿈꾸는 을 살고 있는 듯 하다.




그가 자라온 성장 과정을 보면 아버지를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픈 욕망을 이루기엔 그의 아버지 록키 아오키는 너무 멀리 있었다. 레슬러를 거쳐 유명 레스토랑 체인 창업으로 성공하기 까지, 그는 아버지 눈 앞에서 성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 근원적인 에너지가 그의 성공의 밑거름이 됐는지도 모른다.


그가 일찍이 만난 DJ AM을 그는 은인같이 묘사한다. DJ 기술도 그에게 배웠고, DJ 아오키를 만든 큰 지분을 가진 이로 보인다. 어쩌면 인복이 많은 인생인지도 모른다. 그가 인복을 불러들인 건지 인복을 타고난 건지 모르지만 그의 곁엔 항상 그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잦은 피처링으로 그의 음악에 대해 달리는 악플은 그 수수료 정도 되려나)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 이 다큐는 스티브 아오키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그의 음악의 상세한 내막을 모르는 나의 입장에선 꽤 설득력 있다. 그의 성공은 행운이 따랐다고 인정한다. 그런 만큼 그는 들어오는 일은 최대한 거절하지 않는다. 무대에서 수많은 사람과 교감하는 걸 지독히 즐기는 그이기에 가능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를 고백하는 그가 가족들과 공유하는 감정들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인이지만 일본계 가족다운 정서가 느껴진다.


그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죽음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미처 큰 성공을 보여드리기 직전에 아버지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가장 큰 조력자였던 DJ AM는 갑작스럽게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이 두 번의 충격으로 그의 삶의 방향과 태도는 바뀌게 된다. (이런 인물 다큐에서 과거 사진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이상하게 인터뷰이로 등장하지 않는 인물에 대해선 시청 중에 이런 결말이 예측되기도 한다.)




다큐를 채우는 신나는 EDM의 비트와는 달리 다큐의 내러티브는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해맑은 아이같이도 보이는 스티브 아오키는 그의 에너지로 다큐를 채웠다. 그의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공감할 수 있고, 그의 세계 탑 DJ로서의 화려한 생활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세상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다큐는 아니지만, 즐겁고 편안하게 한 DJ의 인생을 읽어보는 이런 다큐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겠다. 스티브 아오키의 팬이나 호감을 가진 이라면 더 강하게 추천하겠다.



이 다큐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netflix.com/watch/80118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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