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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Mar 28. 2017

지적장애인은 더 자랄 수 없나요

다운증후군 환자의 자기결정권. <The Grown-Ups> 다큐리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Anita는 다운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학교를 40년 동안 다니고 있다.

다운증후군과 같은 지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이 학교에선 케이크나 과자 등을 만들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 그러나 Anita는 너무 오래 했다. 이미 지겨워진 같은 수업의 반복을 그녀는 견디기 힘들다.


다운증후군 환자의 사랑과 결혼


Anita는 같은 학교의 Andres와 사랑을 하고 결혼도 꿈꾸지만, 그들의 머리 위엔 제도라는 유리천장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배경이 되는 칠레에서 다운증후군 환자는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한다. 그들의 보호자인 가족이 그들의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 결혼의 경우는 당연히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Anita의 현실은 결혼은커녕 학교 내에서  Andres와 같이 있을 공간도 찾기 힘들다. 둘만의 시간을 잠시 가질라치면 잠기지도 않는 문에 주섬주섬 자리를 비켜야 한다. 사랑을 하기엔 빈 틈이 없는 그곳에서 그들은 꽤나 치열하게 사랑한다.


다운증후군 환자라고 해서 지적 수준이 동일하진 않다. 끝없이 반복되는 학교의 수업에도 매번 즐거워하는 Rita도 있다. 이 학교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며 권력욕을 숨기지 않는 Ricardo도 있다. 하지만 Anita에게 이미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은 질려버렸다. 좀 더 보통 사람들과 같은 생활을 하고 싶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관건인 결혼 허락, 아니 승인을 받을 수 없다. 그녀는 언제까지 이 학교에서 같은 일만 반복해야 하냐며 절규한다.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단순하지 않은 논제


그렇다면 Anita와 Andre에게 결혼을 허하노라라는 선언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그렇진 않다. 학교를 나오면 냉정한 사회가 있다. 그들이 벌 수 있는 돈을 손가락 주섬주섬 세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이 돈으로 집도 사겠노라고 얼토당토않은 셈을 하는 그들이 사회에 그냥 내던져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하다. 그들을 위한 보호 인프라는 분명 필요하다. 단 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구체화된 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 최근 미국 법원은 의미 있는 판결을 냈다. 다운증후군 환자의 법적 후견인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부모가 아닌 본인의 선택을 우선해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내용이다. 하나의 판례로 많은 것이 바뀌진 않겠지만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사례로 봐야 할 것이다.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3/08/04/0601090100AKR20130804001000072.HTML


눈을 즐겁게 하는 화사한 영상미


사실 결코 편안한 주제는 아닌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란 논제를 Maite Alberdi 감독은 이 다큐에서 오히려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보여준다. EIDF 2015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녀의 전작 <Tea Time>에서 보여준 화사한 화면은 톤은 다르지만 이 다큐에서도 적용된다. 어쩌면 귀엽게도 보이는 그들의 생활들을 꼼꼼하게 보여줌으로 관객은 다운증후군 환자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게 된다. 영화를 보다 보면 Maite Alberdi 감독의 그들에 대한 애정도 느껴지는 듯하다.






이 다큐를 본건 IDFA 2017의 마지막 관람에서였다.

일정의 마지막 날 남은 시간에 하나만 더 보자 생각으로 시간이 맞는 상영을 하나 골랐다.

그런데 영화를 볼수록 분위기나 톤이 어딘가 익숙한 듯했다. EIDF 2015의 <Tea Time>이란 다큐가 자꾸 떠올랐다. 처음 관람하고 무척 재밌어서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고 관객과의 대화 상영에 재차 갔던 기억이 있는데 그 영화와 어딘가 닮은 듯했다. 혹시나 해서 영화 정보를 확인하니 <Tea Time>의 Maite Alberdi의 다큐가 아닌가. 의도치 않은 우연이 재밌었다.

그 상영 후에도 Maite Alberdi 감독이 나와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참에 공개 질문도 하나 하고 싶었지만 워낙 앞서서 손을 드는 관객들이 많아 기회를 잡지 못했다. Q&A가 끝난 후 냉큼 아래로 내려가 인사를 건넸다. 작년 EIDF 때 <Tea Time>을 재밌게 봤었고, 상영 후 같이 사진도 찍었었다며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Ah! Seoul, EBS!" 라며 EIDF 영화제를 기억하는 듯했다. 감독은 서울에서의 기억이 무척 즐거웠었다며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온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냥 영화제 보러 여행 왔다고 하자 갸우뚱하는 하는 듯했는데, 주변을 보니 감독에게 질문하려는 사람이 많아 내가 괜히 시간을 뺏는 듯해서 냉큼 같이 사진 한 장 찍고 나왔다.


IDFA의 즐거운 우연의 기억으로 남은 <The Grown-Ups> 관람은 그 영화 자체로도 날카로운 주제의식과 아름다운 화면으로 꼭 소개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남겼다. 장애인의 인권이란 주제에 대해 단순한 안타까움 슬픔 등의 감정을 넘어서 이렇게 구체적이고 절묘한 부분을 보여주는 다큐는 흔하지 않다. 국내에서도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2015년 서울 EIDF에서 <Tea Time> 상영후 관객과의 대화 중인 Maite Alberdi 감독
2017년 암스테르담 IDFA에서 <The Grown-Ups>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중인 Maite Alberdi 감독

다큐 <The Grown-Ups> 트레일러

https://youtu.be/Tsbppwqbw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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