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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Jun 12. 2017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물건이 필요한가?

<미니멀리즘: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큐리뷰

소비는 어느 틈에 놀이가 된 느낌이 있다. 우리는 그 물건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 물건이 주는 느낌을 원하는 걸까? 생활 속을 빈틈없이 스며드는 광고와 마케팅의 전략들에 우리의 생각들은 습자지처럼 젖어있는 듯하다. 소득 범위를 크게 위협하지 않는 소비라면 크게 타박할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샤오미'란 키워드로 대표되는 중국의 '가격 혁신'은 예전엔 차마 부담스러웠던 물건들을 생활 속에서 즐기게 해주었다.  ZARA, H&M 등으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들은 '스타일'로 샤워해도 될 정도의 저렴한 가격을 실현했다.  이것들은 수많은 창업가들이 외치는 'Make the World Better Place'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에 등장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은 왜 소유에 대한 안티테제를 외치는 것일까.


시대의 거대한 조류에 '반대'를 외치는 선동가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눈에 띄기 때문이다. 주목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가치를 지니게 마련이다. 단지 눈에 띄는 주장이라 그 주장을 하는 것인지, 실제 현실에서 가치가 있고, 주장이 근거를 가지는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무소유에 대한 주장은 대책 없는 히피 문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다큐의 내러티브는 그렇게 허황되진 않다. 그 근거엔 현대인들의 충분한 과잉 소유가 있다. 인류 역사상 최고치로 기록되는 최근의 가구별 평균 지출 통계라던지, 미국의 개인 물품 보관 사업에 사용되는 대지가 6천만 평에 이른다던지 하는 논거들은 실제적이다. 당장 우리 주변만 봐도 세계의 공장이 돼버린 중국이 뿜어내는 (미세먼지와 함께!) 어메이징 한 가격의 물건들은 모두의 방 한켠을 채우고 있지 않은가? 이런 급격히 과잉된 소유의 비효율에 대해 이 다큐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과잉 소유엔 과잉 생산이 있다. 과잉 생산을 위한 생태학적인 지적도 덧붙여진다. 특히 패스트 패션 뒤에 숨겨진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는 이미 다른 다큐에서도 다루어진 적이 있다. 다큐 <The True Cost>에 대한 리뷰로 자세한 설명을 대체한다.

 https://brunch.co.kr/@nonfictionlife/21


유형의 물건들에 대한 과잉만을 지적하는 것도 아니다. 공간의 과잉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현대 미국인들의 집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의 비율이 불과 40%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는 이 모든 공간이 꼭 필요한 것인가란 주장을 이끌어 낸다. 필수적인 기능을 갖춘 더 작은 공간에 대한 여러 시도는 좁은 곳에 모여 살기로 유명한 우리네 귀에도 꽤 솔깃하다.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자극의 과잉'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키아의 조사 결과로 현대인들이 하루에 핸드폰을 150회 정도 확인한다는 얘기는 전혀 놀랍지 않다. 빅뱅이론에서 PPL 옹골차게 하던 아이폰 3GS의 등장이 불과 2009년인데, 지금 무형의 사슬로 우리를 옭아매는 핸드폰의 위력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거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모두 스마트폰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우리에게 이 다큐의 인터뷰이는 '그냥 전원을 끄세요'라고 하지만 그리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공감은 하면서도.


다큐에서 소개하는 인물과 주장은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극단적이지는 않다.  물질적 행복이 '어느 정도는' 과잉된 듯한 이 시대에 '적정한 소유'로서 진짜 행복을 찾고자 하는 꽤 합리적인 이야기들이 들을 만하다. 연간 소득 7만 달러까지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행복이 비례해서 올라가지만 그 이상에선 상관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 물론 그 기준도 만만한 건 아니지만.

 

모두가 행복의 양적 평가에 매진했던 시기를 지나고 조금씩 행복의 질적 평가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듯한 시대에 참고할만한 다큐의 등장은 반갑다. 더불어 관람하기 쉬운 넷플릭스에도 있다는 것 역시 반가운 사실이다.

https://www.netflix.com/title/80114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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