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rdoc Sep 21. 2016

패스트 패션의 진짜 가격

저렴한 패션의 대가는 누가 지는가. 'The True Cost' 다큐리뷰

커버이미지 : New York Fall Fashion Week 2007

출처 : flickr.com / author : Peter Duhon



불과 얼마 전,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ZARA의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빌 게이츠를 꺾고 세계 최대의 부호가 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H&M, UNICLO, ZARA 등으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이 대세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그 ZARA의 오너가 세계 최대의 부호라니, 생각 이상으로 대단하구나란 생각으로 기사를 읽었다.

http://www.bbc.com/news/business-37317369


BBC 기사의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면 비록 이틀간이었지만 ZARA창업자가 부호 순위 1위에 랭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2016년 9월 20일) 기준으로 포브스 부호 순위엔 다시 빌 게이츠가 1위,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어쨌든 패스트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올리고 있는 수익이 대단하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 : Forbes.com


이쯤 되면 ZARA 창업자 오르테가를 롤모델로 한 성공전략 경영서적이나 자기계발 서적도 으레 나와있으리라 봤더니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200483

이미 정확한 제목으로 출판되어 있었다.


비단 ZARA 뿐 아니라 H&M 등 국내 최고 평당 임대료를 자랑하는 명동을 장악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트렌디한 옷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젊은 층의 인식하에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저 고맙기만 한 기업들로 보인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The True Cost'란 다큐멘터리는, 이 패스트 패션이란 현상의 뒤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고발하는 다큐이다. 


Sweatshop


2013년 방글라데시 다카 근교 '라나 플라자'란 의류 공장이 붕괴했다. 2,500여 명이 다치고, 무려 1,129명이 사망한 이 끔찍한 사건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최소 임금 하루 3달러를 받고 일하던 인도 여성들이었다. 이 다큐는 짧은 말로 끝내기 너무 처참한 이 사건 현장의 울음소리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출처 :  commons.wikimedia.org / author : rijans: 

브랜드의 권력 하에 쥐어짜이는 의류 산업 노동자의 현실은 안타깝지만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이게 꼭 패스트 패션 기업들의 책임인가? 해당 국가 정부와 부실 행정의 소치는 아닌가. 가능할 수 있는 이런 의문에 대해 생존자인 Shima의 답은 이렇다. "공장의 균열은 오래되었으나 아무도 조치하지 않았다. 내부가 너무 더웠고 아이들에게 해로운 화학약품들이 많았기에 아이들을 그곳에 둘 순 없었지만, 맡아줄 사람도 없었다. 노조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중 사측과 생긴 분쟁에 폭력사태도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패스트 패션이 찬사 받는 중요한 이유는 '낮은 가격'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낮은 가격을 가능하게 만든 건 브랜드란 권력으로 제3세계 생산공장에서의 비용을 최대한 줄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비용을 줄이려는 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마저 힘들 정도로 쥐어짜며, 책임을 생산 국가 정부의 것으로만 미룬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비난과 경멸의 의미로 쓰이는 'sweatshop'(노동력 착취 작업장)이란 단어는 패스트 패션의 낮은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라나 플라자'와 같은 5000곳의 방글라데시 공장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2013_Savar_building_collapse


이 논점에서 오래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게 다큐 'The True Cost'는 빠르게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Genetically Modified Cotton(유전자 변형 면화)


GMO(유전자 변형 생물)에 대한 문제는 익히 들어서 익숙하다. 우리가 먹는 많은 식품에 들어간 옥수수, 콩 등의 대분이 GMO라는 문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한 이슈이다. 그런데 유전자 변형 면화가 어떤 문제라는 걸까? 인체 내로 섭취하는 것이 아닌데 어떤 건강에 악영향이 있다는 걸까.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이야기를 한 인도 의사의 인터뷰와 함께 설명한다.

다국적 기업 'Monsanto'가 BT Cotton이란 유전자 조작 면화를 개발하게 된 이유는 대량생산이었다. 면화의 토착종들이 대량생산을 위해 질소비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자, 유전자 조작을 한 면화 종자를 개발하게 됐다. 이 종자는 더 많은 질소비료를 받아들여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다. 근데 이 종자의 문제는 단지 생산량의 증대에 그치지 않는다, 독점의 문제로 연결된다. 인도 의사의 인터뷰에서는 유전자 조작에 대한 얘기를 듣자마자 '종자 독점'의 문제를 떠올렸다고 한다. 가난한 농부들이 농사짓기 위해 그들의 종자를 로열티가 포함된 가격으로 사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그 종자의 가격은 예전보다 17000% 더 비싸졌다.

BT Cotton / 출처 : flickr.com / author : Cliff
Chemicals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이어서 보고된다. 면이 가장 많이 재배되는 지역인 인도의 펀잡에선 마을마다 70~80명의 아이들이 심각한 정신지체와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암환자 역시 흔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아이가 중풍 후유증 재활에나 쓰이는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걷고 있는 모습은 실로 충격적이다. 더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당 3달러인 이곳에서 치료를 생각해보란 얘기는 차마 나오기 힘들다. 

인도 북부의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갠지스 강은 가죽 공장에서 흘러들어온 6가 크롬으로 이미 오염되어 있다. 가죽 공정에 필요한 6가 크롬은 지역 농장과 식수에 그대로 흘러들어가 간과 소화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고빌리루빈 혈증에 시달리는 딸을 둔 아버지는 이 질병에 대한 의료비로 모든 돈을 쓰고 있다. 

우리가 즐기는 싼 가격으로 편하게 즐기는 트렌디한 패션 뒤에는 제3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공정들이 있다. 최근 오일 산업에 이어서 두 번째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패션 산업의 대가를 그대로 마시고 있는 이들을 우리는 단지 우리 일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http://www.ecowatch.com/fast-fashion-is-the-second-dirtiest-industry-in-the-world-next-to-big--1882083445.html


다큐에서는 인도에서 지난 16년간 25만 명 이상의 농부가 자살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자살 열풍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이 인도 농부들의 자살에 대한 요인은 논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자연재해, 공공보건, 유전자 조작 종자 genetically modified seed, 정부 경제정책 등 여러 요인을 두고 논쟁 중이다. 다음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참조 바란다. 
https://en.wikipedia.org/wiki/Farmers%27_suicides_in_India


Today Treasure, Tomorrow Trash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는 패스트패션 의류 쓰레기의 문제는 쉽게 연상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인은 1년에 37킬로그램의 옷 쓰레기를 버린다. 이 쓰레기들은 매립지에 200년간 썩지 않고 있어야 한다.

한벌을 사면 세벌을 준다는 1+3 마케팅으로 소비되는 옷을 걸레나 티슈 대신 쓰는 게 좋겠다는 풍자 영상은 공감을 일으킨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매년 80 billion벌 이상의 새 옷을 구매하는, 지난 20년간 양을 다 합친 것의 400%인 이 소비량이 꼭 필요한 것인가. 오늘의 내 신상 옷이 내일은 우리의 쓰레기로 돌아오는 현실의 가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걱정해야 한다.



Put it NOW, Buy it NOW


결국 논의는 소비에 대한 얘기로 연결된다. 소유가 행복을 증대한다는 상업광고의 메시지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저장됐다. 저렴하고 트렌디한 패션을 내어놓은 패스트 패션과 결부되어 유튜브에서 오늘도 새로 산옷을 자랑하며 열광하는 어린 여자애들을 마냥 비난할 수많은 없다. 마치 대가 없이 무한한 즐거움인 것처럼 여겨졌던 패스트 패션의 invisible 한 비용을 이젠 드러낼 때인 것이다. 모든 것에 input과 output이 있는 것처럼, 공짜 점심처럼 여겨졌던 패스트 패션 뒤에 있는, 계측되지 않은 비용들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이 되기 전에 정산해야 한다. 가격의 마찰이 희박해져 폭주하는 속도로 달리고 있던 패션 소비 열차를, 지속 가능한 순환 궤도로 돌려야 한다.


Ethical Fashion

그렇다면 이제 대안을 얘기해보자.

이미 지속 가능한 패션, 선순환할 수 있는 '윤리적인 패션'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EFF(Ethical Fashion Forum)은 2004년 1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디자이너와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그룹에서 시작한 단체이다. 현재 100개국에서 10000명 이상의 멤버들이 모여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www.ethicalfashionforum.com/about-eff

공정무역 커피로 익히 알려져 있는 WTFO(World Fair Trade Organization)에서도 이 EFF를 지원하고 있다.

wfto-asia.com/

People Tree는 공정무역의 원칙에 바탕하여 윤리적인 패션을 지향하는 의류 브랜드이다. 대략 가격대를 둘러보니 Organic Cotton의 티셔츠의 가격이 28~35불 정도로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내놓는 정도로 저렵하진 않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가격 또한 아니다. 

www.peopletree.co.uk/about-us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온 노력에 이어 여러 대안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지금 기능을 넘어서 '아름다워'지기 위해 옷을 소비한다. 패스트 패션에 열광한 이유도 아름다운 옷을 다양하게 소비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값싸게 무한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던 패스트 패션의 방식이 모두의 자산인 자연을 갉아먹고,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아 보인다는 걸 공감한다면,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새로운 스타일링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디자인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패션 산업계도 사람들이 지향하는 윤리적인 아름다움의 패션을 따라갈 것이다. 결국 옷을 소비하는 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엇이 진짜 아름다운가'에 관한 문제이다.


Ethical Fashion Show / 출처 : flickr.com / authot : Terry Russell




이 다큐멘터리를 본 건 치앙마이에서 참석한 Sangdee Documentary Nights 모임에서였다

https://www.facebook.com/groups/493957577480519/

넷플릭스로 상영되어 중간중간 끊겨가는 버퍼링까지 견뎌가며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집중에서 관람했는데, 영상이 끝난 후엔 마치 영화제의 상영처럼 박수까지 터져 나왔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지 알 수 있었고, 자리를 옮겨 후일담을 나누는 모습에서 윤리적인 패션에 대한 관심이 전달되어 왔다. 이후 다큐멘터리 밋업이 있었던  Sangdee 갤러리겸펍에서 우연히 만난 크리스틴은 WFTO 아시아지부의 Executive Director였다. 짧은 영어로 이 'The True Cost'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조명받지 못한 문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패스트 패션이 의류 시장의 메임 스트림이 되어있는 한국에도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기를 기원하며 리뷰를 마친다. 


Sangdee 갤러리 2층에서의 The True Cost 다큐멘터리 상영 스크린과 끝난 후의 좌석





매거진의 이전글 두 편의 경제 다큐멘터리 골라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