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그냥 만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본다
다큐멘터리는 때로는, 처음 느끼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만나게끔 해준다.
욕망의 논리를 따라 생산된 상품에 둘러싸여 살며
미디어에선 사람들이 욕망하기 좋은 캐릭터들이 소비되고, 그것에 또 익숙한 우리는
환기되는 찬바람을 맞듯이 처음 보는 누군가의 매력에 코를 킁킁할 수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 소녀 빌데를 그런 경험을 위해 소개하고 싶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소녀
빌데는 노르웨이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아이이다.
민속춤 '할링'의 챔피언이자 노르웨이 챔피언십까지 노리는 소녀는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가족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소녀가 조숙하다고 해야 할지, 따스한 가정의 자양분의 당연한 덕인지는 애매하지만
어쨌건 소녀의 웃음은 화면 속의 노르웨이 자연만큼이나 청아하고 아름답다.
동화 속의 판에 박힌 가련한 소녀가 아니라
힘을 과시하기 위한 남자들이 주로 추는 춤인 할링을 엉덩방아를 찍어가면서도
다부진 표정으로 심기일전하는 모습은, 생소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자연의 순리겠죠
가족이 무엇보다 소중한 빌데는 암투병 중인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싫다.
손을 붙잡고 눈물을 삼키다가도 스스로 입으로 자연의 순리라며 되뇌는 말은
세상을 지는 슬픔을 진정으로 아는 걸까. 어딘가서 들은 말로라도 감내하고픈 걸까.
슬픔은 사랑의 대가란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그 슬픔을 어린 몸으로 받아들이는, 그리고 막 피어난 자신의 삶에는 강한 의지를 다지는 소녀의 모습을
눈부신 노르웨이의 설경과 흐르는 강하를 배경으로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민트향이 코로 들어오는 듯한 침엽수림 풍경과 북유럽의 계곡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는 낮아질 것 같은데
빌데의 할링 완성에 대한 의지는 묘한 무대미술의 밸런스를 맞춘다.
빌데, 준비됐니?
마지막 빌데의 무대를 감상하며 충실한 촬영으로 영상을 남겨준 감독과
너무 어린 나이에 삶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보여준 빌데,
그리고 이런 아름다움을 여러 군데 품고 있는 여러 현실세계 모두 합력하여
이 다큐멘터리는 짧지만 상쾌한 경험을 선사한다.
꼭 어둠의 파편을 고발하거나, 심층적인 분석을 보여주는 다큐뿐 아니라,
꼭 한번 만나고픈 캐릭터를 꼭 한번 가고픈 배경 속에서 대면하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영상도 충분히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빌데를 만날 수 있는 <스포츠 키즈 - 댄싱 포 유> 는 EBS 다큐멘터리 플랫폼 DBOX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