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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Oct 03. 2016

60여 년을 이어온 '티 타임'

칠레 할머니들의 압도적인 먹방 수다


할머니들의 반세기 이상을 이어온 우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티 타임'은 단수의 매력만을 얘기할 순 없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디저트들의 메뉴만큼이나 다채로운 재미를 지닌 다큐멘터리이다.



할머니들의 다채로운 티 타임


고등학교 시절 점심을 같이 먹는 사이에서 백발의 나이까지 이어온 할머니들의 티 타임은 서로에게 특별하다


준비 과정부터 공들이는 티가 역력하여 테이블에 올라가는 제과들을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이다.


칠레의 이 다큐멘터리 감독님이 한국의 먹방쯤은 이미 아시는지, 진정한 위꼴 다큐를 보여 주마하는 기세로 카메라를 연신 디저트에 흔들어대는데, 국내 인터넷 방송사로 모셔와도 별풍선 좀 받으실 법하다.


단지 화면빨로 승부하는 음식 다큐인가 생각할라치면 바로 할머니들의 토크 타임이 시작된다


60여 년 우정의 내공 있는 토크 타임


이 할머니들의 수다는 특별하다.


없는 얘기를 붙일 수도 없이 대부분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이이기에, 조금의 과거를 미화한다 싶으면 여지없는 반박이 들어온다. 할머니들의 처녀 시절, 결혼, 남편, 현세대 등에 대한 토론을 지켜보다 보면, 태평양 건너의 이 할머니들의 가치관과의 격차를 느끼면서도 그럴 법하겠다는 공감도 간다.


좀 더 이 수다의 양상을 지켜보면 서로 겹치지 않는 할머니들의 캐릭터가 토크의 풍미를 더 한다. 보기보다 보수적인 할머니, 보기보다 마음이 넓은 할머니, 긍정왕 할머니, 만학의 학구열에 불타는 할머니 등 각자의 캐릭터에서 뽑아내는 열띤 토크를 지켜보는 것은, 여간한 예능보다 재밌다. 



세월을 담은 티 타임의 변화


한 해 한 해가 지나가고 다음 티 타임이 다가올수록, 세월을 막지 못한 탓에 모임의 구성도 변화한다. 거스를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도, 원래 그렇다는 듯 담담하게 얘기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차분해지게 된다.


삶의 이 편에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현답을 풀어주는 한 테레사 할머니의 편지는 새겨듣게 되는 문장이다. 


이 글을 보는 이들의 많은 친구들과의 모습들도 6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어떤 모습으로 희끗해질까를 이 다큐를 보고 떠올려 본다면,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가 맞이하는 삶의 끝부분에서, 친구들과 손을 잡고 의연하게 차 한잔과 수다를 이어가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유머를 잃지 않게 만드는 편집


아름다운 디저트의 색감으로 화사한 화면을 만들어낸 연출도 좋았지만, 중간중간 유머를 잃지 않게 만드는 편집과 촬영도 훌륭했다. 


상황으로 하여금 정말 그럴법하다고 느껴지지만 적절한 촬영과 편집으로 순간 웃음 짓게 만드는 씬은 유효했다. 궁금하면 다큐멘터리를 보며 찾아보시라.


EIDF(EBS 다큐멘터리 영화제) 2015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작품이었던 만큼, 소재와 기획 연출 편집 등 많은 부분이 어우러져 화면의 아름다움, 재미, 다큐멘터리의 의미까지 모두 잡은 영화였다.


다큐멘터리 '티 타임'에 등장하는 할머니들 중 한 분이 이 영화의 감독인 마이테 알베르디의 실제 할머니라고 한다. 추리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EBS의 다큐멘터리 시청 플랫폼 DBOX에서 시청 가능하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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