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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Oct 03. 2016

다큐멘터리에도 블록버스터가 있다.

 <비룽가> 다큐리뷰

다큐멘터리 <비룽가>를 보게 된 것은 EIDF 영화제 야외상영을 통해서였다.


대략의 소개 내용만 보고 마운틴고릴라를 주제로 한 동물 혹은 환경 다큐멘터리인가라고 넘겼다.


서울역사박물관 앞의 야외 공간에서 큰 스크린을 통해 관람한 이 다큐멘터리는 나의 얄팍한 예상을 보란 듯이 비웃었다.


고릴라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콩고 비룽가 국립공원을 둘러싼 갈등에 마운틴고릴라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복잡다단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고릴라의 비중은 크지 않다.


콩고 국립공원 내의 잠재된 자원과 다국적 회사, 이들에게 방해되는 존재인 마운틴고릴라와 이들을 시키려는 공원 레인저와 콩고 반군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긴박한 화면에 담아냈다.


본 시리즈 부럽지 않다


고릴라가 등장한다고 해서 식사하는 고릴라가 늘어져 뒹구는 모습이라 볼까 걱정한다면 큰 오산이다. 대신 비룽가 국립공원에서 벌어지는 실제 내전 상황의 포탄음에 고릴라를 비롯한 공원의 야생동물이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받다 못해 미쳐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실제 내전 상황의 씬도 충격적이다. 보통의 픽션 영화에서 연출되는 전쟁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그야말로 이게 실제 전쟁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리얼의 끝을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화면만으로 당신이 실제 전쟁통에 떨어진 느낌을 느낄 수 있다면 과장일까.


이 다큐멘터리의 백미는 다국적 자원 회사로 실제로 잠입한 여기자의 첩보활동이다. 거울로 몸에 숨기는 카메라를 확인 후 잠입하는 씬은 본 시리즈 부럽지 않다. 이게 도대체 다큐멘터리가 맞는지, 블록버스터 첩보영화를 잘못 찍은 건 아닌지 생각할 정도였다.


자연, 동물, 전쟁, 첩보, 경제... All in this Doc.


다큐멘터리도 장엄한 자연의 위엄을 보여주는 자연다큐, 동물의 귀염으로 심장 폭행하는 동물 다큐, 전쟁 상황을 실제 보고 혹은 고발하는 전쟁 다큐, 경제 다큐, 본 시리즈 같은 첩보 영화 등. 하나만 다루기도 힘이 드는 수많은 임팩트 있는 요소들을 하나의 다큐에 다 때려 넣었다. 그게 톱니바퀴 돌아가듯 잘 맞물려 들어간다는 건 더 놀랄 일이다. 이쯤 되면 상도덕 없는, 인간미 없는 제작진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다른 감독들은 다큐멘터리 어떻게 만들라고.


그만큼 관심을 가져볼 문제


환경, 전쟁 등의 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는 많지만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 <비룽가>는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재밌다. 장엄한 화면도 있다. 긴박함도 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정적인 다큐멘터리의 지루함을 연상한다면 선입견을 꺾길 바란다. 관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았으면서도, 귀 기울여야 할 콩고의 환경, 전쟁 문제와 멸종 위기의 마운틴고릴라의 목소리까지 담아낸 이 다큐멘터리, 관객의 시간을 아깝지 않게 만들 작품이다. 


로튼 토마토에서도 93%를 받았으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다큐멘터리 <비룽가>는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0009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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