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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Oct 30. 2022

뚜벅이에게 길이란


도시의 상징은 길이라 생각하는 나는 여행을 가면 꼭 길을 걷고 새로운 곳이든 아는 곳이든 길을 걷는 걸 좋아한다. 걷고 쉬고 놀고 느끼게 하는 길이 있고, 그렇게 쉬게 하다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길이 있고, 다양한 자극들로 호기심을 일으키는 길이 있고, 이 모든 걸 한 번에 경험하게 하는 길이 있다. 상하이 시중심 구석구석의 길을 좋아하는 건, 이 모든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행길만 설레지 않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뻔히 아는 길도 결코 우습지 않다. 대로변에서 뻗어지는 샛길은 더 사랑스럽다. 직진할까, 샛길로 빠질까 잠깐 고민하다 '선택'하여 걷는 길은 더 큰 의미를 준다. 그 길에서 만나 마음에 오래 남는 것들은 비단 멋진 건축뿐만이 아닌, 건축과 가로수, 그리고 담장 위로 지나가는 고양이, 문을 열고 나오는 백발의 할머니, 저 앞에서 강아지와 함께 걸어오는 커플, 어깨 위로 떨어지는 가로수의 성장통이 담긴 가루,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장면이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나도 그 길의 일부가 된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어떻게 명품길로 만드는 가는 구성원의 몫이다. 오늘 내가 서 있는 길이 어떤 길이 될지는 적어도 나에게 달렸다는 것이 새삼 고맙고 기쁘고 무겁고 즐겁다.


상하이 펀양루(汾阳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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