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호 상하이 Jun 28. 2024

매실비가 내리는 중국의 장마

상하이에서 만난 말 제3화 | 일주일 째 비가 오는 상하이에서

6월 마지막주. 장마가 딱 일주일을 넘겼다. 장마는 중국어로 梅雨méiyǔ. 직역하면 매실비. 매실이 익어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란다. 장마를 대하는 사랑스러운 마음. 재밌는 건 매실인 梅mei와 곰팡이를 뜻하는 霉mei가 동음이의어라, 습기가 많은 시즌이라는 점에서 霉雨méiyǔ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마기간 이걸 조심하라는 말을 종종 볼 수 있다. 파메이发霉fāméi, 곰팡이가 피었다는 말. 최대한 뽀송한 수건과 티셔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들이다.



높은 습도에 잠깐만 걸어도 불쾌함이 느껴지고 버릇처럼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가 다 젖어버리는 낭패를 보기도 하지만, 길 옆으로 난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해지고 통통해지는 걸 보니 이 습도도 다 이유가 있나보다 싶다. 실내에 있는 식물들마저도 유난히 생기가 넘치는 것 같다. 조금 불편하지만 매실비가 내리는 기간에만 볼 수 있는 장면을 조각조각 모아본다. 잠깐이라도 빗줄기가 약해지면 이때다 싶어 잠깐이라도 달리고, 한바탕 쏟아지고 나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잘 익은 매실을 씻어 청을 만든다. 아무것도 안 보일거라 마음 먹고 올라갔는데 갑자기 누가 바람을 훅 불었는지 점점 선명해지는 전망에 구름도사 기분을 느껴보기도 하고, 다시 점점 뿌옇게 변하는 광경에 황홀해지기도 한다.  



연달아 비가 내리는 요즘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매력에 젖어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매실비의 계절에 담근 매실청과 매실주 덕분에 3개월 후가 기대가 된다. 잘 익어라~~



작가의 이전글 돈도 안 되는 엽서를 자꾸 만드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