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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Jun 25. 2022

노란 공유자전거의 원조, ofo를 아시나요?

사라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기억하며

어느 날 보니 생겼고 어느 날 보니 사라졌다.

핸드폰으로 노래를 듣던 첫 날의 충격이 생생하다. 핸드폰으로 고화질의 사진을 찍고 문자 대신 비용이 들지 않는 톡을 쓰며 신기했던 그 기분이 생생하다. 아이폰의 얼굴인식을 처음 접하던 날, 그 충격이 생생하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한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기술의 열매가, 사실 생각해보면 이 땅에 존재하기 시작한지 10년이 채 되지도 않은 것들이 많다. 오늘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얼굴 인식을 하고 아파트 입구를 들어오는 내가 참 낯설고 새삼스러웠다. 동시에 새 아이폰을 구입하고 얼굴 인식을 실행하며 꽤 신기하고 질문이 많았던 그 날이 떠올랐다. 거리를 걷다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참 익숙해진 사람들과 나를 보며 또 낯설고 새삼스러웠다. 처음엔 충격적이고 낯설었던 것일지라도 이렇게 시나브로 또 다른 익숙함이라는 삶의 방에 자리를 잡는 우리네 삶. 5년이 채 안 된 짧은 상하이 라이프에도 많은 새로움을 만나고, 많은 사라짐을 만났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새롭게 생겼다가,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없어진 것들. 오늘의 시즈닝 상하이는 사라진 공유 자전거의 전설(!)을 다시끔 소환해본다. 



상하이 라이프에서 공유자전거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노란 자전거는 메이퇀, 파란 자전거는 알리페이.


상하이와 자전거

상하이 라이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공유 자전거다. 한국에도 서울 따릉이, 대전 타슈 등 공유 자전거는 상하이만의 것이 아니지 않냐고 할수도 있지만 감히 말씀드리건데, 정차 시켜야 하는 스테이션 찾아 헤매야 하는 따릉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주차 지역이 비교적 자유로와 어디서나 내 몸 기댈 자전거 한 대 쉽게 찾을 수 있고, 탈 수 있고,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식적인 주차 구역이 있긴 하지만 큰 길이라면 보도 옆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이륜차 사용이 월등히 높아 곳곳에 이륜차 주차 공간이 많다.) 특히, 상하이는 언덕이나 산이 전혀 없는 평지로 자전거 타기 최적의 도시다. 분지 지형인 충칭을 다녀오면 그 차이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데 오르락 내리락 정신 없는 경사의 길과, 산 위, 중턱, 아래 어디 할 것 없이 자리 잡은 높은 건물들, 3D 도시라고 불릴만큼 높낮이가 다양한 지형의 도시인 충칭에선 자전거는 고행으로 가는 급행 열차다. 그래서인지 2019년 충칭에 방문했을 때 공유 자전거를 보지 못했던 것이 중국 내 도시마다 이렇게 큰 차이가 있구나 실감한 그 느낌이 생생하다. 충칭에 비하면 시야를 가릴만한 산이나 언덕이 없어 맑은 날에는 푸시의 끝에서 푸동의 루자주이 건물들이 작게나마 보이는 평면도시 상하이는 자전거와 찰떡궁합이다. 특히, 커다란 나뭇잎으로 수많은 가로수가 만들어 내는 나무 터널 아래를 자전거 타고 누벼보지 않았다면 그건 상하이를 누렸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상하이 공유 자전거 시장 점유율 1,2위인 메이퇀(노란색)과 알리페이(파란색)






공유자전거의 붐붐붐

나의 상하이 라이프가 시작된 2018년은 공유 자전거의 시작이자 붐이었던 시기로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수하고 다양한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회사마다 다량의 공유 자전거를 내놓았고 브랜드마다 색깔을 하나씩 선점하고 각 대표색을 띈 자전거가 거리에 깔려 장관을 이뤘다. 디자인이 제한적인 자전거라는 탈 것에 유일하게 특징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색깔이었기에 각각 공유 자전거마다 색깔은 눈에 띄기 쉬운 노란색, 주황색, 파란색과 같은 원색이었다. 덕분에 길거리는 색색의 공유 자전거로 다채로웠다. 시각적인 면에서는 화려할지 몰라도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선 회사가 다양한 것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나는 A를 쓰는데 B밖에 없다면 또 다시 어플을 깔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시장 점유율이 결정되기 전 초창기에만 유효했을 뿐, 승자독식의 무서운 시장 경제에서 다양성은 유지되지 못했고 현재(2022년)를 기준으로 상하이 공유자전거는 딱 두 가지 색깔만 존재한다. 메이퇀(美团)의 노란색과 알리페이(支付宝)의 파란색이다. 이제 상하이에는 딱 두 회사의 공유 자전거만 볼 수 있다. 알리페이의 자전거(파란색)와 메이퇀의 자전거(노란색)만 남았다. 사실 노란색의 시작은 ofo였다.


2018년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란 공유자전거의 원조, ofo. 자전거 모양을 닮은 ofo 가 참 신선했다.


공유자전거라니! 이런 신박한 아이디어를 봤나!

당시 이 공유자전거가 일으킨 사회적 반향은 상당했다. 자전거는 워낙 익숙한 탈 것이었지만, '공유'라는 개념은 굉장히 획기적인 아이디어였고 혁신이었다. 대여비도 1시간에 1원 정도로 굉장히 저렴해서, 이래서 이거 돈 버나, 자전거값은 나오나했는데 사실 사용 인구가 어마어마해서 자전거값은 뽑고도 남는다. 다만 ofo는 무분별한 지원금, 해외시장 확장에서 자전거 훼손(프랑스 파리에선 계속 도둑 맞고 망가져 관리가 거의 불가하여 일찍 철수했다고 한다.) 등으로 '파산'했다. 예치금의 형식으로 보증금이 99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용자들이 짧은 시간에 보증금을 돌려줄 것을 요청하면서 정말 요즘 코인 나락으로 떨어지듯 ofo는 훅 - 가버렸다. 그리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거리의 노란 자전거는 ofo가 아닌 메이퇀(美团)의 것이다.

공유자전거의 시조새, mobike

공유자전거의 시조새는 모바이크(mobike)

ofo와 함께 길거리를 수놓았던 주황색 공유 자전거는 바로 mobike다. 주황색을 메인 컬러로 오포보다 자전거 퀄리티가 좋았던 느낌으로 기억한다. 당시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시작한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화제성과 함께 대중성을 한 번에 얻어 공유 자전거계의 리더 기업으로 언론에서도 주목했었다. 지인 중에 이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린 분이 계시는데 그만큼 당시 스타트업 중 굉장히 주목 받고 이슈가 되던 회사였다. 한국의 수원시와도 협업했는데 2019년 여름에 한국에 방문해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수원시 거리마다 깔려 있는 주황색 공유자전거를 보고 이게 내가 알고 있는 그 모바이크가 맞나 싶어 주차된 자전거를 이리 저리 살피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것이 중국으로 가면 갔지, 중국의 것이 한국으로 오는 건 굉장히 생소했기에 나에겐 굉장히 놀라운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자전거 따릉이가 운영을 시작해서 공유자전거의 개념이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있었지만 수원시의 모바이크와 합작한 공유자전거는 스테이션이 없다는 점에서 굉장히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모바이크는 종료되었고 현재 수원시 공유자전거는 TAZO라고 한다.) 불과 2-3년 만에 많은 것이 바꼈다. 거대 자본의 투자를 받던 모바이크는 2018년 12월 14일에 영업을 종료했다. 당시 배달앱으로 시작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던 메이퇀(美团)에 인수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보는 메이퇀의 노란 자전거는 사실 모바이크에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상하이 공유 자전거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고마운 자전거 라이프

상하이에 가족이나 친구가 놀러오면 꼭 한 번씩 공유 자전거를 태워 펼쳐지는 나무 터널을 같이 달린다. 자동차 보다는 느리게, 걸음보다는 빠르게 상하이 거리 구석 구석을 여행할 수 있다. 속도가 나는 성능이 좋은 자전거가 아니기 때문에 느릿 느릿 천천히 돌며 구경하기 딱이다. 어디에 세워야 할지 걱정할 필요 없이 말이다. 상하이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공유자전거의 시작과 오늘은 중국의 스타트업 역사와 결을 같이 한다. 대부분의 업계가 그렇듯 강자만이 살아남은 공유자전거 시장, 그리고 어느 곳보다 치열한 상하이 시장에서, 비록 스타트업이었던 ofo와 mobike는 사라졌지만 상하이에 사는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시작임을 기억해본다. 누군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누구에게나 자전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삶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많은 것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이 도시를 오늘도 약간의 애정과 적당한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상하이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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